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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7일 06시 21분 등록
어떻게 너에게 나를 잘 전할 수 있을까 ? CJ, 2008 년 4월

“대화의 60%는 말로 하는 게 아니야. 몸짓이 중요하지. 30%는 말투가 중요해. 그러니까 네가 전하려고 하는 것의 90%는 네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지”

영화 ‘Mr.히치-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속에서 윌 스미스가 한 말이다. 여기 등장하는 숫자들을 다 믿을 것은 못된다. 그러나 말이 커뮤니케이션의 전부가 아닐 뿐만 아니라 생각처럼 압도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전하려는 뜻을 잘 전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다.

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아니다. 적어도 그 이론적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1인 기업가로서 내 수입원의 절반 정도는 강연을 비롯한 사람과의 관계로 부터 나온다. 따라서 나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내 매출의 절반이 날아가게 될 판이다. 그러니 나름대로 가장 잘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비법을 체득해 둘 수 밖에 없었다. 생존과 번영을 위해 현장에서 몸으로 직접 써 보아 효험이 있었던 몇 가지를 추려 소개해 보겠다.

1) 비를 같이 맞아라. 비를 같이 맞지 않은 위로는 진정한 위로가 아니다. 이것은 신영복 선생의 표현인데, 나는 이것을 커뮤니케이션의 제 1 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아주 잘 통한다. 실제로 기업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 나는 내가 20년간 직장인이었다는 것을 꼭 밝힌다. 그것도 뼈 속까지 직장인이었다는 것을 필요하다면 꽤 장황하게 밝혀둔다. 그러면 사람들의 얼굴에 어떤 알 수 없는 친근감이 스며들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강연을 해야 하는 사람과 들어야 하는 사람 사이의 괴리가 자연스럽게 메워지면서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로 전환된다.

사실 강연을 시작하던 초년에는 화려한 경력의 빛나는 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는 과거 때문에 약간 주눅이 들어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과거가 초라하고 평범할수록 오늘의 성공이 빛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범함, 그것이 바로 청중과 나를 연결하는 다리였다. 그들은 그 평범함에서 시작한 어떤 성공에 고무되고 그것을 자신도 이루어 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식했다. 같은 처지에 놓인 닮은 사람끼리는 서로 끌리는 경향이 있게 마련이니까. 따라서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의 처지에 공감하고 함께한다는 결정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2) 미소와 웃음, 가장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의 파트너다. 사람들은 종종 관상을 보러간다. 팍팍한 현재를 이겨낼 좋은 위로를 찾기 위해서 혹은 미래에 어떤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 지 알기 위해서 점쟁이를 찾아간다. 그럴 필요 없다. 가장 좋은 관상은 웃는 얼굴이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웃음은 닫힌 대문의 빗장을 열게 하고 상대의 마음의 뜰을 가로 질러 안방에 서로 친근하게 마주 앉게 해준다. 미소와 웃음이야 말로 커뮤니케이션 제 2의 법칙이다.

웃음은 대단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을 놀이 삼아 웃어 낼 수 있는 능력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련되는 것이다. 웃을 수 있는 능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첫째는 웃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웃겨서 웃는 웃음은 정상적인 반응일지는 모르지만 수동적인 웃음이다. 다시 말해서 밖에서 웃겨주어야 웃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스스로 웃는 웃음이야말로 적극적인 웃음이다. 남이 웃기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자발적 웃음이 최선이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을 뿐 아니라 웃음으로써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적극적 웃음철학이다.

둘째는 자신을 유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놀려먹고 웃음의 소스로 삼아 보자. 그러면 웬만해서는 화가 나지 않는다. 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셋째는 매일 웃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거짓 웃음과 진짜 웃음을 구별하는 법으로 뒤센의 웃음이라는 것이 있다. 신경학자인 뒤센 드 볼로뉴가 밝혀낸 것으로 ‘기분좋은 진짜 웃음’이라는 뜻인데, 이것이 거짓 웃음과 다른 점은 큰광대 근육과 눈 주위 근육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진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진짜 웃음을 웃어 주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어려울 것 없다. 마음껏 소리쳐 웃어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돌연 미친 듯 웃는 것이 민망하고 거북하면 허파를 다 열어 크게 토하듯 웃되 소리를 죽여서 웃을 수도 있다. 그러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고 다시 붉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내 마음이 세상을 향해 뜨거워지면 세상은 그만큼 따뜻해진다. 웃음으로 닫힌 마음을 열게 하라.

3) 이야기를 활용하라. 이야기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설득의 방법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 뜻을 전달하기 위해 논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논리적 명쾌함이 나를 표출하는 주된 방법이려니 했다. 그러나 인간은 논리 보다 훨씬 더 이야기를 선호한다. 인식과학자인 로저 생크는 인간은 논리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지 않게 만들어 졌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리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스토리로 녹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명이전에도 인간은 신화와 전설의 시대를 거쳐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밥을 굶을 때도 인간은 스토리로 배고픔을 이겨내곤 했다.

실제로 강연에 적용해 봐도 이야기의 힘이 훨씬 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리는 명쾌하지만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지치게 하는 모양이다. 내가 너무 멀리 논리를 따라 갈 때는 그때까지 잘 따라 오던 사람들도 눈꺼풀이 감겨드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들은 다시 깨어난다. 그래서 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제 3의 원칙으로 ‘좋은 이야기로 마음을 무찔러라’라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4) 나를 담아라.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제 4 법칙이다. 어떤 까칠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늘 자랑하는 것은 자기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언제나 ‘그래서 너는 그렇게 했어 ?’ 라고 되묻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공부 잘하는 법을 주절주절 떠들었다면, ‘그래서 당신도 그렇게 공부해 봤어 ? 그 결과가 좋았어 ?“ 라고 묻는 것이다. 대화의 상대자로서 재미있는 사람은 결코 아니겠지만 핵심을 놓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말 대신 행동을 믿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누군가를 설득할 때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해본 경험을 이야기 할 때는 이야기에 힘이 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를 실험대상으로 직접 해 본 이야기를 전할 때, 사람들은 진지해진다. 자신이 들어 간 이야기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말하는 사람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를 신뢰한다. 나도 이 글 속에 내 이야기를 많이 넣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들었는가 ? ’어, 이 사람 제가 겪어 본 이야기를 하네. 정말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

이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 뭐니뭐니해도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기본 바탕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 주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마 누구나 이 말을 해서 식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없다.

나는 강연에서 조차 듣는 일을 그치지 않는다. 청중은 무언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래 그래 네 말이 맞아. 나 감동 먹었어. 아냐 아냐 그건 더 설명이 필요한거야. 더 이야기 해봐. 당신이야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나를 사로잡아 보란 말이야 등등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없는 피드백을 준다. 몸의 움직임, 표정, 눈으로 전해주는 청중의 이야기를 놓치게 되면 그 강사는 삼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말의 배설에 지나지 않는다.

‘들어라. 그러면 통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법칙 0 순위’ 다. 가장 훌륭한 커뮤니케니터는 들어주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이 글은 이제 끝났다. 글이 끝나는 곳에서 행동이 시작된다. 당장 몇 가지를 써먹어 보자. 여기 써 놓은 이야기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시험해 보자.
IP *.128.229.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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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희
2008.04.18 11:04:38 *.228.97.139
소위 경청의 중요성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지만,그역시 부단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네요.
상대방 말의 부당성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싶은마음을 짓누르려는노력이 항상 필요한 경우라면 대화의 기법을 떠나 마음의 수양의
문제이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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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8.04.18 16:14:58 *.199.250.121
웃으니까 훨씬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좀전 까지는 상대방과 대화 할때 거의 무표정을 지었는데, 웃어며 대화하니 상대방도 나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 같아요...............헤헤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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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2008.05.02 14:29:46 *.107.118.88
완동의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를 담아라" - action
이것이 말의 꽃 아닐까 싶군요?

남 앞에 나서는 사람은 모범 답안 적인 것을 보여줄 수 없다면 제로일 것입니다.
모답을 넘어 서면 연사의 자질은 있는 것이지요
거기에 관찰,세심,배려가 들어 가면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할수록 어려운 것이 남 앞에 말하는 것 같습니다
몸짓의 커뮤니가 부족 왕부족합니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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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자
2008.05.03 19:31:25 *.234.106.88
우연히 이 곳에 들려ㅡ 아니다 우연은 구선생님의 책을 다섯권은 읽어서니 망설이지 않고 다이빙 했죠. 업무 끝내고 밤 열한시가 넘어. 휴일날 사무실에 나와 읽기 시작한 칼럼은 시작부터 10까지 읽어내고 있지만 ㅡ늘 욕심나고 즐겁고 신납니다. 시간으로16시간을 들이며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메모하고 생각하고 고개 끄덕이고 경이로운 몰입 ㅡ행복합니다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다 읽어낼까 다음은 무슨 내용일까...접고 일상으로 돌아갈땐 섭섭하나다 .친구 집에서 귀한 장난감을 두고 머뭇거림처럼 ....

이 많은 글을 쓰기 위한 에너지와 시간을 이리 쉽게 접할수 있게 배워서 남주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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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희
2008.05.17 23:12:15 *.235.70.223
사랑도 많은 분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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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3 10:10:05 *.170.174.217

다음주에 제 사업에 큰 전환점이 되는 PT가 잡혀있습니다.

마침 그 피티를 준비하면서 이 글을 일게되어 참 다행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요.

이러게 좋은글을 적당한 때에 읽게된것또한 다르지 않겠지요.


스스로에게 주어진 길을 

오늘도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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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13:29:17 *.242.114.70

공감과 이야기의 힘.


어떤 상황이나 환경,

비지니스에서도 통용될 수 있지않을지,


작은 이야기가 쌓여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듯,

저의 비지니스 또한

차곡 차곡 쌓아 올라

단단한 뿌리가 될 수 있게 노력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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