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13211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8년 6월 14일 11시 23분 등록
믿을 수 없는 상사에게는 결코 많이 투자하지 마라
2008년 5월, 동아 비즈 리뷰,

상사는 담과 같다. 좋은 담은 훌륭한 울타리 역할을 해 준다. 그러나 어떤 상사는 무너지는 담과 같다. 그저 우연히 그 밑에 있다 담이 무너져 맥없이 다치게 되기도 한다. 새가 나무를 가려 앉고, 신하가 좋은 군주를 찾아가 평생 몸을 의탁하듯, 상사 역시 평생을 함께 갈 좋은 상사라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그의 성공에 기여해야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적절한 간격과 거리를 두고 중립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모자라는 상사는 정성껏 도와도 얻을 것이 없다. 거리를 둬라. 너무 가까이 근접하여 상사와 동일한 계보로 분류되면 무너지는 담 밑에 서있는 것과 같아 노력과 정성은 온데간데 없고, 불운이 따르게 된다. 될 성 싶은 유망 종목을 선택하고 그곳에 희소한 자원을 집중시키는 것이 투자의 제1 원칙이다. 상사 역시 대단히 중요한 직장 생활의 투자처다. 평생 갈 만하면 많이 걸어라.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포트폴리오의 작은 한 쪽 - 지금의 내 일상에 고통을 주거나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으로 최소한의 투자로 그치는 것이 현명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는 절대 많이 투자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1. 소아병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상사는 유아적 의존성이 심하면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가까이 가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정’과 ‘기분’을 강조한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유아적 의존심은 자신이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정에 굶주려 있는 사람일 경우가 태반이다. 자존심에 타격을 받게 되면 급속도로 냉혹해 지기 쉽다. 그런데 그 자존심이 아주 작고 사소한 것, 어떤 ‘기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가까이 갈수록 함께 지내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어느 날 깜빡 잊고 인사하는 것을 잊었다거나 바쁜 와중에 무뚝뚝하게 응대를 한 경우에는 심한 자존심의 상처를 받게 된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저를 생각해 주었는데, 이 친구가 이럴 수 있나’라는 불쾌감을 쌓아둔다. 그리고 잘 잊지 않는다. 기분에 따라서 매우 불안정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자기 마음에 들면 금방 의존하지만 기분이 틀어지면 하루아침에 냉혹해 질 수가 있다. 사고의 폭과 관심이 매우 좁은 사람이다. 이런 상사의 마음에 드는 일은 오히려 불행하다. 조변석개하는 기분에 죄우되어 정서적 성숙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2. ‘당신에게 모두 믿고 맡기마’라고 말하는 상사는 경계하라. 말로는 맡기지만 마음으로는 결코 맡기지 않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판단하기 어렵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서 ‘맡기겠다’라고 표현하지만 일이 잘 진행되지 않거나 난관에 봉착하면 도와주기 보다는 불평을 늘어놓은 경우가 태반이다. 신뢰하기 때문에 맡긴 것이 아니라 도망치기 위해서 맡긴 경우다. 이들이 중요시 하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안전이다.

  이런 상사의 특징은 책임 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수동적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신뢰를 가지고 있어 일을 맡기는 상사는 일의 결과에 대해서도 상사로서 책임을 질 뿐 아니라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힘을 실어주고 도움을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로만 맡기는 상사는 대범해 보이려 하지만 과시적이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상사들이 좋아하여 많이 쓰는 단어들이 있다. ‘통이 크다’ 혹은 ‘인간적이다’ 라는 표현을 대단히 선호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통이 작고, 비인간적일 때가 많다. 더욱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가까이 가지 마라.

   3. 남을 조정하려는 상사와는 깊은 관계를 맺지 마라. 사람이 비정치적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만으로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없다. 다른 사람을 조정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단히 자기중심적이다. 다른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과 이해관계에는 놀랄 만큼 민감하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부하직원을 적당히 추켜세우거나 반대로 비난하는 데 능하다. ‘역시 K대 출신은 다르군’, ' 내가 당신에게만 특별히 말하는 것인데..‘,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파벌의 구축에 집중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은 강하게 비난하게 된다. 스스로를 보는 순수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인물들의 특징은 대단히 의심이 많다. 일종의 투사현상에 의해 다른 사람들 역시 의심이 많다고 여긴다.

  심리적 게임에 사로 잡혀 모략과 음모에도 능하며 상대적으로 죄책감을 잘 느끼지 않는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 많다. 오래 사귀고 정성을 다했던 부하직원이라도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면 하루아침에 정리해 버리고 만다. 따라서 지배욕이 강해 다른 사람을 늘 조종하려고 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겉으로는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정치적 위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4. 머리 회전이 빠르지만 마음이 음험하고 가치관이 분명치 않은 사람과는 깊게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 희생양이 되어 법적인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사업윤리라는 말은 개인과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투명하고 윤리적인데, 비즈니스를 할 때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는 경우는 없다. 가치관을 그렇게 둘로 나누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비즈니스를 할 때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신에게도 거짓말을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4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사가 약점을 가지고 있다하여 비웃거나 쉽게 버려서는 안된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모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가지고 있다. 상사의 약점을 보완하고 도와주는 것이 부하직원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다. 그러나 신뢰할 수 없는 상사와는 일로 만난 관계로 그치는 것이 좋다. 더 가까이 가게 될 때는 위험하다. 기회를 놓치고, 마음의 상처를 받고, 심지어 법적 윤리적 함정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름은 모든 창조성의 원천이다. 상사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거부하지 마라. 그 다름을 존중하고 그 다름 속에서 넓어져라. 그러나 다르다는 것이 옳고 그름을 넘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는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고, 법은 강력한 통제의 경계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사람의 관계는 신뢰가 없이는 깊어질 수 없다. 신뢰는 말과 행동이 일치될 때만 생성된다. 진정한 관심과 유대감을 표현해 줄때 가까워지는 것이다. 관계란 일상적 감정의 흐름이라는 끈으로 엮어져 있다.

   직원은 상사에게 자신의 인생의 일부를 맡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사도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인생의 일부를 맡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일종의 리스크 테이킹이다. 잘못 관계를 맺게 되면 위험하다. 그러나 좋은 관계로 발전해나가면 사람을 얻게 된다.   가장 큰 투자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리스크 테이킹 과정에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경험들을 얻게 되었을 때 신뢰가 서로의 가슴에 쌓이게 된다.
 
  “내가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가도 되겠구나. 내가 이 사람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여하기 위해 나를 다 바칠 때 종국에는 그 이로움이 나에게 미치게 되겠구나. 이 사람을 내가 믿을 수 있구나 ‘ 라는 믿음이 바로 신뢰인 것이다. 신뢰란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줄때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IP *.160.33.149

프로필 이미지
장정일
2008.06.19 09:33:44 *.151.31.249

전주 세미나에서 뵙게 되니 좋았는데..

다시 칼럼을 읽으니 기분이 세롭네요..^^
프로필 이미지
조대연
2008.07.13 16:57:35 *.216.112.116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상급자라면 무조건 따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덧 시간이 지나갈수록 마음이 편한 분과 항상 레이더를 켜야하는 분이 존재하게 되더군요.
정작 저 자신은 그렇지 않았었지만 사회생활 속에서 변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비겁자가 되는 기분도 느낍니다.
나 자신이 어떠한 리더로 설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평안하세요~
프로필 이미지
2017.04.10 16:53:38 *.212.217.154

좋은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넘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 수평적 조직을 꿈꾸어 봅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쌓는 관계가 아닌,

서로가 도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8.10.09 11:45:27 *.212.217.154

어떤 리더를 따르냐는 기준은,

그대로 어떤 팔로어를 고르는지와 많이 다르지 않을것입니다.

좋은 조직은 공허히 외치는 기업의 구호나

서류에 적시된 문구 몇마디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직 그 안의 사람만이

좋은조직을 만듭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조직, 회사를 만듭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3 Big Think strategy [4] 구본형 2008.06.14 7048
» 믿을 수 없는 상사에게는 결코 많이 투자하지 마라 [4] 구본형 2008.06.14 13211
341 나는 내일 죽을 것처럼 산다 [15] 구본형 2008.05.12 11218
340 떠나고 싶으면 준비해라 [3] [1] 구본형 2008.05.12 8552
339 어떻게 너에게 나를 잘 전할 수 있을까 ? [7] 구본형 2008.04.17 7988
338 끝과 시작 [3] 구본형 2008.04.15 7615
337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 [3] 구본형 2008.04.15 5950
336 경영자의 실패 [2] 구본형 2008.04.15 5886
335 참 이상한 좋은 인연 [7] 구본형 2008.04.04 6882
334 차별화 하는 법 [1] 구본형 2008.04.04 6480
333 비즈니스 미덕- 하나의 기본, 두 개의 원칙 [4] 구본형 2008.04.04 5615
332 다시 시작하고 싶구나 [7] 구본형 2008.03.13 7635
331 성취를 만들어 내는 법 2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시간의 양을 투입하라 [2] 구본형 2008.03.13 7255
330 왜 점점 더 우리의 이야기가 중요해질까 ? [2] 구본형 2008.03.13 5904
329 날마다 두려움 속을 걸었던 그때 그곳들 [7] 구본형 2008.03.13 6904
328 Hunger for Excellence [3] 구본형 2008.03.13 5879
327 성취를 만들어 내는 법 1 - 우선순위를 정하여 집중하라 [4] 구본형 2008.02.20 7626
326 위를 탐구하라 [4] [2] 구본형 2008.02.20 6224
325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2] 구본형 2008.02.20 6031
324 아담의 배꼽 [2] 구본형 2008.02.20 6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