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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4일 11시 26분 등록
Big Think strategy, 번트 v 슈미트, 세종서적, 권영설 옮김, 2008년 5월

이 책은 묘하다. 완성되지 않은 아이디어같다.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더 깊이 들어 가지 못하고 멈추어 서기를 수없이 하다 결국 불완전하게 끝나고 말았다. 기존의 관점으로 보면 성의 없는 책이고 완성도가 낮은 시시한 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책의 서평을 쓰려고 했을까 ? 버리기 아까워서였다. 그러니까 꼭 필요한 책이기 때문에 골랐지만 대충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읽으며 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작가로서 성실하게 정성을 다해 좀 잘 썼더라면 매우 훌륭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을 쓰기에는 너무 바쁜 사람인 듯하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소개하려한다.

모든 직장인은 평생에 걸쳐 날마다 똑 같은 일을 하며 산다. 시시포스처럼 날마다 돌을 산 위의 정상으로 밀어 올리지만 저녁이면 이 돌은 영락없이 다시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돌을 굴러 올린다. 알베르 카뮈는 이것이 인간의 조건이며 부조리라고 말한다.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 부조리가 연속적으로 되풀이 되는 이유는 ‘작은 생각’들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와 연결되어 우리가 과거의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우리가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큰 생각’ Big Think는 습관적 실존의 부조리에서 우리를 구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그가 철학자는 아니다. 잘나가는 경영컨설턴트일 뿐이다. 그러나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답게 그는 변화의 관리라는 답답한 언어를 사용하는 대신 마음과 영혼을 자극하는 실존적 변화를 강조한다. 변화를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변화 관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력한 실존적 힘을 통한 정신적 도약과 탈출이 결국 새로운 생각, 즉 ‘큰생각’에 도달하는 엔진이라는 것이다.

유니레버는 평범한 여성도 미인이 될 수 있다는 동경과 꿈을 팔아야 화장품을 팔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했다. 그들은 동경에 속지 말고, 지금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으라고 격려한다. 96세의 할머니를 화장품 광고의 메인 모델로 다루었다. 이 책에 실린 이 할머니 광고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100 살이 다된 할멈이 어떻게 그렇게 보일 수 있을까 ? 그것이 인생의 매력이다. 유니레버의 도브는 ‘진정한 아름다움’ real beauty을 광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델이 아닌 일반 여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새로운 기준으로 찬양하기 시작함으로써 기존의 고정관념을 때려 부순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real beauty 라는개념은 좋지만, 뚱뚱한 몸매, 백발의 주름진 얼굴, 주근깨 투성이의 여자가 진짜 여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 그들은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그대신 사이버 토론 광장을 통해 관객들이 서로 논쟁하게 만들었다. ‘주름진 것인지 우아한 것인지’, ‘뚱뚱한 것인지 멋진 것인지’, ‘주근깨 투성이인지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인지’ 시청자 스스로 서로 맞서게 했다. 1주일 동안 약 50만명의 사람들이 타임스퀘어 도브 광고에 대해 투표했다. 이 광고는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사람들은 열광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 특집으로 방영되었다. 도브의 지명도는 급상승했다. 이것이 ‘큰생각’ 의 힘이다.

기존의 기업문화를 훌쩍 뛰어 넘은 놀라운 또 다른 사례 중의 하나로 홀푸드를 들수 있다. 이 조직은 기업가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 그들은 아주 작은 팀을 활용하였다. 각 매장마다 자율적 팀워크에 의해 스스로 운영하도록 권한을 위임하였다. 농산물팀, 베이커리 팀, 계산팀 등 각 팀은 저마다 신입사원이 들어온지 30일이 지난 다음에 그 사람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지 투표하게 한다. 전체 직원의 2/3가 찬성해야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누구나 4주마다 한번 씩 평가를 받는다. 팀원에게 성과를 올리도록 부추기는 것은 상사가 아니라 바로 동료들이다. 그리고 평가에 따라 보너스를 받게된다. 누구의 급료든 모두 열람할 수 있다. 자료가 모두 공개되는 투명성 속에서 건전한 내부 경쟁이 이루어진다. 직원들은 서로 격려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이란 놀이의 연장이다. 놀이 정신으로 일을 대하는 기업가 정신이 그들의 문화가 되었다. . ‘큰생각’은 첨단산업하고는 거리가 먼 홀푸드를 가장 첨단의 경영과 조직문화를 가짐으로써 ‘포천’ 지 선정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9년 연속 오르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큰생각’의 힘이다

그렇다면 '큰생각'을 찾아내는 체계적 방법이 있을까 ? 저자는 아이디어 발굴 ->아이디어 평가-> 아이디아를 큰생각으로 전환하는 ‘큰생각’의 전략화 -> ‘큰생각’의 실행 -> ‘큰생각’ 리더십을 통한 ‘큰생각’ 정신의 유지 라는 과정을 제안한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몇 가지 기술적인 테크닉과 조언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빅싱크가 어쩌다 대박이 터진 일회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에 빅싱크가 가능한 정신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 데, 경영자는 ‘큰생각’의 세가지 축에 해당하는 배짱과 열정, 그리고 끈기라는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짱이란 무대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무뚝뚝하거나 성깔을 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고정관념에 도전하여 가치 있는 것을 옹호하는 헌신과 책임을 말하는 것이다. 열정이란 강력한 감정이다. 그것은 직업을 놀이로 인식하는 정신적 전환을 겪을 때 비로소 내부에서 타오른다. 일을 하면서 경기를 응원할 때처럼 얼굴이 빨개질 때 까지 정열을 불태운다면 설득당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사람들은 종종 내용이 아니라 태도에 압도당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끈기는 저항이 봄철 황사처럼 밀려들고 실패가 눈앞에 어른거릴 때도 그 아이디어를 수호하고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자가 이런 마음과 태도로 큰생각에 열려 있고 이런 정신적 도약을 옹호할 때, 큰생각은 조직의 새로운 문화적 전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작은생각’으로부터 ‘큰생각’으로의 전환을 매일 기약없이 바위를 굴리는 시시포스에서 목마를 통해 10년 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트로이 전쟁을 하룻만에 끝낸 오딧세우스로의 전환으로 상징화 하고 있다. 트로이 목마의 교훈은 명료하다. 경영자들은 점진적 성과를 목표로 전략 프로세스를 가다듬고 거기에 매이는 일을 당장 그만두고, 전략의 개발과 실행에 있어 참으로 창의적인 ‘큰생각’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도약과도 직결되어 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품삯을 챙기고 시시한 재테크나 하면서 밥에 묶여 째째하게 살지 마라. 영혼의 음성을 들어라. 살고 싶은 삶을 살아라. 큰생각이 인생을 폭풍우처럼 뒤흔들게 하라.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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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연
2008.06.14 11:47:46 *.218.201.132
"시시한 재테크나 하면서 밥에 묶여 째째하게 살지 마라. 영혼의 음성을 들어라. 살고 싶은 삶을 살아라. 큰생각이 인생을 폭풍우처럼 뒤흔들게 하라."

방금 아래에 있는 '떠나고 싶다면 준비하라'라는 글을 읽고,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삶을 살다보면,
나이가 차서 내몰리듯이 결혼을 하는 적령기가 아니라,
졸업장을 손에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취업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순간과 상황과는 관계없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변화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십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저에게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습니다.

용기를 얻고, 도전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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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
2008.07.02 22:09:14 *.139.107.139
'고정관념에 도전하여 가치 있는 것을 옹호하는 헌신과 책임'

웃음이 없는 직장분위기는 소속원들의 책임 결국 방관한 나의 책임이기도 하다. 좀 더 용기 있게 지혜롭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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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연
2008.07.07 11:46:03 *.77.134.89
저는 이 글의 본질적인 자세,가짐이 우리 조직내에서도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직장은 확실히 매너리즘과 무력감에 휩싸여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시시포스처럼 매일매일의 밀어닥치는 일들을 해결하기만 할 뿐, 정작 그 구조 전체를 바꿔야 할 "큰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을 뿐더러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조용한 원성만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또 돌을 산 위 정상에 밀어 올립니다.
전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고요, 또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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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3 19:45:58 *.212.217.154

점진적 발전이 아닌

커다란 도약,

Moon Shot Thi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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