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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22일 14시 10분 등록
선한 마음 그것이 당신의 힘입니다, 행복한 동행, 3월 16일

젊다는 것은 참 좋습니다. 얼마 전 내게 상담을 해온 젊은이는 고민조차도 싱싱하고 팔딱거립니다. 그는 아직 학생인데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해외시장개척요원 사업 전형에 합격해서 6개월 정도 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떠나는 마음이 무거워 제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한번 읽어 보실래요 ?

***************
선생님, 6개월 동안 조교 생활을 접고 낯선 타지로 가게 되는 것이니 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제가 태국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태국인 교수의 가족이 태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적응하고 성과를 조금이라도 내기 위해서 이런 점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이 태국인 교수도 마침 올 여름에 본국으로 돌아가고 저도 이 분의 가족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할 때 통역으로 도와드린 경험이 있습니다. 그 분은 저를 잘 봤는지 모두 제게 부탁하고 저희 초라한 집에도 자주 놀러오고 부모님께도 잘해서 서로 흉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입니다. 태국에 간다면 우선 숙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제가 하는 일 외에 자기 가족 사업중 한국어 통역 정도를 도와주는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많이 격려해줍니다.

잠시 제 개인사에 대해 간단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부침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평범한 가정에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2년때 아버지는 뇌혈관 질병으로 수술 후 지체장애인이 되셨습니다. 그동안 가족 5명이 따로 떨어져도 지내기도 했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로 늘 바빴고 경제적 궁핍함이 가져오는 피폐함도 많이 겪었습니다.

지금 저는 한달에 105만원을 벌고 있습니다. 55만원은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는 제가 쓰고 있습니다. 손 위 누이가 있는데 와병 중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 그리고 가족의 생활비 중 상당부분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누나는 미술을 전공해서 미술품 관련회사에 다니는데 월급이 많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 사업에 합격해 태국에 갈 기회가 생겼다고 하자 어머니도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도 좋아하십니다. 작지만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다. 다만 누나는 부담이 되는 눈칩니다. 비록 작지만 고정적으로 제가 감당하던 부분이 없어지니까요. 누나에게 미안하고, 다시 돌아와 직업을 못 찾게 되면 그땐 어떻게하나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아버님에게도 부끄럽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아버지 목욕시켜드리고 산책하고 말 벗 돼드리는 정도 밖에는 못해드렸으니까요.

지금 제 짧은 생각으론, 태국에 가서 받는 한달 생활비(1050불)중 일부를 다시 집으로 보내드리고 또 어떻게든 제가 없는 동안에 부모님께 기존에 제가 드리던 액수에 가깝게 드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이 기회를 살려보려고 합니다. 가고 싶고 가야할 길처럼 보이지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

이 봐요. 젊은이 마음이 예뻐요. 그래요, 그런 마음이 소중하지요. 사람들이 어떤 사람에게 쉽게 신뢰감을 가지게 되는 데는 까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내면의 매력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학생에게는 그 매력이 선한 마음인 것 같군요. 그래서 그 태국 교수와도 좋은 관계를 맺게 된 것일 겁니다.

잘 다녀오도록 하세요. 가서 열심히 일하고 많이 배워오고 또 다른 기회도 만나고 돌아오기 바랍니다. 우선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가서 꼭 이루고 오기 바랍니다.

첫째는 태국어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세요. 외국어는 익히기 어려워요. 그러니 배워두면 훌륭한 자산입니다. 특히 태국은 앞으로 한국과의 관계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원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한 예로 노년의 휴식처로 좋은 곳입니다. 북구의 노인들이 자주 찾는 이유도 사철 따뜻하다는 것과 아름다운 비치와 저렴한 물가와 태국인들의 호의 때문일 것입니다. 태국어를 잘 익혀 두세요.

둘째는 태국을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기 바랍니다. 가서 지금처럼 좋은 마음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그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아 두기 바랍니다. 그래야 빨리 배울 수 있고 태국 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깊이 이해해야 그 사회의 건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답니다.
떠나가면서 마음이 무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누나에게 감사하고 솔직한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누나가 만나게 될 어떤 기회의 순간에 누나가 지금 그대를 도와 준 것처럼 누나의 힘이 되어 주기 바랍니다.

나는 젊은이에게서 어떤 선한 힘을 느꼈습니다. 자신을 믿고, 지금의 선한 마음을 활용하고, 지금처럼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바랍니다. 앞으로 10 년 이내에 훌륭한 성취를 해낼 것으로 믿습니다. 마음 편하게 잘 다녀오기 바랍니다.
IP *.116.3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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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욱
2006.03.25 22:24:34 *.73.240.242
구 소장님! 감사한 글입니다.
구 소장님을 말씀 대로 이 젊은이 청운의 꿈을 꼭 이루길 빕니다.

아울러, 항상 구 소장님을 영혼과 열정을 담아 쓰는 글 소중하게 보고 있습니다. 글 한자 한자 마다 나의 명품이고 나의 품격이라는 자세로 글을 쓰시는 구 소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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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4.07 23:44:55 *.229.28.221
정말..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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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2 13:55:47 *.212.217.154

선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그 청년은 어찌되었는지...

벌써 10년이 지나 새로운 꿈을 꾸고 있겠지요???

그 청년의 앞길에 축복이 깃들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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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11:46:25 *.212.217.154

선한마음처럼

주변사람들을 이끄는 커다란 에너지는 없을듯 해요,

이야기 속 그 청년처럼

제 안의 선한 그 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내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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