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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23일 14시 14분 등록
조금 덜 피곤한 자본주의를 그리며
석세스 파트너, 3월 22일

춘추 전국시대의 중국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전략가는 손자와 오기다. 병법을 말하는 자들은 모두 손자병법 13편과 오기 병법을 들먹인다. 한서 예문지에는 원래 오기 병법이 48편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지금은 6 편 만이 현존한다. 이 두 사람 중 오기는 매우 특별한 사람인 듯 하다. 몇 가지 그에 얽힌 기록과 에피소드를 가지고 오기가 누구인지 추측해 보자.

* 오기는 작은 나라 위나라 사람으로 전부 76 번을 싸워 64번을 완승했다. 대단히 뛰어난 전적이다.

* 그는 증자에게서 배웠는데, 증자는 그를 싫어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오기의 집안은 원래 부자였다. 그러나 오기가 아직 등용되지 못하고 여기저기 벼슬을 찾아다니면서 재산을 탕진했기 때문에 급기야 파산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오기를 뒤에서 비웃자 그는 자신을 비방한 사람들 30 여명을 죽이고 마을을 떠났다. 도망가기 전에 오기는 어머니와 헤어질 때 자신의 팔을 물어뜯으며 ‘대신이나 재상이 되기 전에는 다시는 위나라로 돌아 오지 않겠습니다’ 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리고 증자를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되었다. 얼마 후에 그의 어머니가 죽었는데, 오기는 끝내 돌아가지 않았다. 그 후 증자는 오기를 경시하고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증자는 ‘효경’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공자의 제자로 그 효행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이니 모친이 사망해도 고향에 가지 않는 오기를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전적으로 믿을 것은 못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따르면 누군가 오기를 비난하기 위해 한 말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과장 되었을 것으로 생각 된다.

* 오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그가 그의 아내를 죽인 일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했는데, 노나라에서는 벼슬을 찾아 전전 하던 오기가 병법에 밝은 것을 알고 그를 장군으로 등용하여 제나라에 대적하려했다. 그러나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측근들이 오기가 장군으로 임용을 반대하고 나서자, 오기는 자신의 아내를 죽여 제나라 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국 노나라는 그를 장군으로 임명하게 되었고, 그는 제나라를 공격하여 크게 이겼다. 이 일로 오기는 ‘아내를 죽여 장군이 된 사람’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 그러나 오기의 진짜 가치는 군사에 밝은 훌륭한 병법가라는 점에 있다. 오기는 장수가 되자 병사들과 똑 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잠을 잘 때도 자리를 깔지 못하게 했고, 행군을 할 때도 수레를 타지 않고 자신이 먹을 것은 직접 지고 다녔다. 병사와 고통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한 번은 그가 종기로 고생하는 병사의 종기를 빨아 주었다는 소문이 영내에 돌고 이내 그 병사의 어머니 귀에도 들어갔다.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 주위 사람들이 왜 그렇게 슬퍼하는 지 물어 보았다. 그 어머니가 대답했다.

“ 옛날에 오기 장군이 이 아이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내 남편은 죽기로 싸워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내 자식 놈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이 아이도 죽기로 싸워 은혜를 갚으려 할 것입니다. 결국 어느 전장터에서 죽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어미로서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병법가와 장군으로서의 오기의 위대함을 말해주는 유명한 이야기다.

*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그는 전략가답게 죽었다. 오기는 만년에 초나라의 재상으로 초빙되었다. 그는 훌륭하고 혁신적인 재상의 역할을 해냈다. 법령을 확실하고 세밀하게 만들었다. 필요 없는 관직을 줄여 쓸데없는 사람들을 관직에서 내쳤다. 왕실과 왕족들의 봉록을 없애고 거기서 얻은 재원으로 군사를 길렀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초나라는 남과 북으로 땅을 넓혔고, 다른 제후들은 초나라가 강성해 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군사적 강대국으로의 개혁은 성공했지만 자리를 잃고 봉록을 잃은 사람들은 오기에 대한 증오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기의 스폰서가 되어 주었던 왕이 죽자 즉시 난을 일으켰다. 오기는 달아나다 죽은 왕의 시신 위에 엎어졌다. 오기를 겨냥한 화살들은 오기의 몸에 꽂혔다. 그러나 왕의 시신 위에도 꽂혔다. 오기가 죽고 왕의 장례식이 끝나고 왕의 아들이 왕이 되었다. 그리고 왕의 몸에 화살을 쏜 자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에 연루되어 일족이 죽음을 당한 자들이 70 여 집안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기는 죽으면서고 자신을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를 하고 죽었다.
얼마 전 나는 한 공익조직의 경영혁신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본 적이 있었다. 이 조직은 10 년의 혁신 과정에서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경영진과 노조원들 사이의 갈등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시위와 파업 그리고 노사 모두의 소모적 투쟁, 투쟁 과정 중 행해질 수 밖에 없는 개인의 극단적인 저항과 자해 그리고 폭력과 협박, 업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조직의 비리에 대한 고발이나 무고, 구조조정을 맡은 담당 부서나 개인들에 대한 유치하고 가혹한 정신적 테러와 그 대응 과정을 통해 점증되는 악연, 끊임없이 계속되는 소송등은 개혁을 시작한 조직이 겪는 전투 내용들이다. 마치 같은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같은 증상과 통증을 호소하듯, 인력 구조 조정을 시작하게 되면, 모든 조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처와 갈등을 겪게 된다. 평화의 시대에는 지켜지는 상식들이 이때는 지켜지지 않는다. 이것이 전쟁 상태의 비극인 것이다. 평화의 위대함은 우리가 지킬 것을 지켜가며 살 수 있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여기서 나는 오기에 대한 한 가지 이야기를 더해야겠다. 위나라에서 서하 태수가 된 오기는 명실상부한 그 나라 최고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왕은 오기 대신 전문이라는 사람을 재상으로 임명했다. 인사에 불만을 품은 오기는 전문을 찾아가 3가지를 따졌다.

“삼군을 장악하고 나가 싸워 공을 세우는 데 공과 내가 누가 낫소 ? ”
전문은 오기가 더 낫다고 대답했다.
“관리를 다스리고 나라의 창고를 가득 채우는데 나와 당신 중 누가 낫소 ?”
전문은 오기가 더 낫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가 우리를 쳐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데 나와 공 중에 누가 더 낳소 ?”
전문은 오기가 더 낫다고 대답했다.
“ 이 세가지 점에서 내가 당신 보다 더 나은데 당신이 내 윗자리인 재상이 된 까닭은 무엇이요 ?”
그때 전문이 되물었다.
“ 왕의 나이가 어려 나라가 안정되지 않고, 신하들이 말을 듣지 않고, 백성들이 왕을 믿지 못할 때, 재상의 자리를 나에게 맡기겠소, 아니면 장군에게 맡기겠소 ? ”
오기는 한 참을 생각하다 대답했다.
“당신에게 맡기겠소”
그때 전문이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내가 당신 보다 윗자리에 앉은 것이요. "

오기는 때와 환경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고, 전문이 이 점에서 자신 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 후 전문이 죽고 다른 사람이 재상에 오른 후, 오기는 자신을 품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초나라로 망명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재상이 되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대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오기에 대한 몇 가지의 장면들을 보면 그가 각박하고 잔인하고 독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던 것 같지는 않다. 언젠가 그가 위나라의 장군으로 군주를 섬기고 있을 때 왕과 함께 배를 타고 서하로 가다 왕이 산천의 견고함을 보고 찬탄하여, 지형이 험하여 나라가 외침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자연적 성벽이 쳐진 셈이라며 좋아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오기가 이렇게 답했다.

“나라의 보배는 왕의 덕행에 있는 것이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왕이 덕행을 쌓지 않으면, 먼저 이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대왕의 적이 될 것입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옳은 말이라고 했다.

최고의 전략가 중의 한사람인 오기의 일생을 장식하는 장면 몇 가지를 보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 속에서 쫒고 쫓기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경영자들의 일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지독하고 냉혹하고 적의 목숨을 거두어 오기 위한 생각들로 머리를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한 것 보다 더 심하고 치명적인 방법으로 되돌려 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쁜 생각들로 가득 차 하루를 시작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그들을 결속 시키고 경쟁자 보다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다. 싸움이 벌어 지는 곳, 그곳은 전쟁터며 일상의 규칙들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다.


밖으로 장군으로 거친 밥을 먹으며 풍찬노숙으로 전장터를 누비고, 들어와서는 재상으로 내부의 개혁을 맡아 살아야했던 오기는 어쩌면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번영해야하는 경영자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어려움을 이기고 승리해야한다는 것, 늘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정신적 피곤을 가중시킨다. 좋고 아름다운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저해하고, 그런 좋은 생각 자체를 비현실적인 이상으로 몰아간다. 치열한 경쟁은 우리를 매일 고갈시킨다.

오기의 행적을 보며 오늘날과 너무도 흡사한 춘추전국시대라는 인재의 시대에 고달프게 살다 간 한 전략전문가의 애환을 지켜본다. 부디 모든 리더들이 이 피곤한 시장경제의 경쟁 속에서 ‘덜 피곤한 자본주의’를 살아 갈 수 있는 자신만의 휴식법을 찾아내길 바란다. 전쟁 상태에서 평화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한 정신적 튜닝에 최고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자연이다. 봄을 보라. 잔인하고 냉혹하지 않지만 꽃을 피우지 않는가. 그 부드러움은 자신에 대한 수양이었으니 혹독한 겨울도 이겨낸 것이다.
IP *.116.3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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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0 20:10:03 *.212.217.154

자본주의시대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최경자'또한 자본주의사회에 개인으로써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탐색중의 하나이겠지요.

나에게는 어떤 방법이 유효한가에대한 고민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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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12:08:51 *.170.174.217

최근에 새로운 취미?

또는 새로운 비지니스의 실험을 시작하였습니다.

'목공'이라는 분야이지요.


무언가 의미있는 상품을 내 손으로 만들어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받고 판매하는 경험은

정말로 짜릿한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글쓰기라는 수단으로

즐거움과함께 경제적 보상도 받으셨듯이.

저 또한 이 도구를 잘 활용하여

저만의 비지니스세계를 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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