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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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3시 34분 등록
2000년 10월 18일
Forum 첫째날 참관기
( 매일경제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월 한국에서 개최된 제 1회 세계지식포럼의 참관기를 쓰게 되었었습니다. 10월 19일 게재분의 원문입니다.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참관기
www.bhgoo.com
e-mail bhgoo@bhgoo.com

빌 게이츠는 과거의 자본가가 가지고 있던 것을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지주도 아니고 금광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물론 유전도 없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지식 프로세스에 대한 통제력 뿐이다. 그러므로 전통적 관점에서 볼 때 그는 결코 자본가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자본가도 그보다 더 부자인 사람은 없다. 이 사실은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회 경제적 판이 짜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식이 어떤 생산요소 보다도 더 중요해진 지식기반 경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식사회는 지금, 바로 여기에 이미 현실이 되어있다.
10월 18일, 개막 첫날 오전, 레스터 서로우 MIT 교수의 특별 강연과 개막식 그리고 개막 토론에 이어 OECD 총회가 열렸다. 고민은 오후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참석자들은 오후의 다양한 메뉴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할 지 망설였다. 무려 12개의 다른 주제를 가진 매력적인 트랙이 병행 진행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관기 역시 유감스럽지만 선택적으로 중요한 주제에 지면을 할애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날 아침 특별 강연에 나선 레스터 서로우(Lester C. Thurow)교수는 타임지가 선정한 '미래의 세계를 이끄는 200인' 가운데 한 사람이며, '지식의 지배', '제로섬 사회' 등의 저서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져있다. 레스터교수의 인상 중 가장 강렬한 부분은 높은 곳에서 멀리 보는 매를 닮은 눈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아침 8시에 강연이 시작되었지만 밀레니엄 홀은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의 강연은 쉽다. 풍부하고 적절한 예로 가득했다. 그리고 메시지는 명료했다. " 모든 것을 변화 시켜라. 변화만이 지식기반 사회에서 번영하는 유일한 게임의 원리이다. 과거의 문을 닫지 않으면 미래의 문을 열수 없다. 혼란을 받아들여라. 적절한 혼란은 창조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질서를 잃어서는 않된다. 왜냐하면 질서 없이는 사회가 그 창조력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장대환 매일경제 사장의 제 1차 세계지식포럼의 정식 개막 인사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축하메시지가 영상으로 전해졌다. 곧 이어 레스터 소로우, 폴 로먼 스탠포드대 교수, 도날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파이낸셜 타임즈의 피터 마틴의 사회로 개막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제목은 '지식, 신경제 그리고 지구적 번영' (Knowledge, New Economy & Global Prosperity) 이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교육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었다. 기술혁명이 가져온 피할 수 없는 결과인 글로벌 지식기반 경제 속에서 지식의 창조와 활용은 기본적으로 교육과 연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몇가지를 정리해 보자. 첫째, 정치가들은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노년층을 위한 정책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초.중등 교육에 우선적인 집중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과거는 미래를 이끌 수 없다. 둘째, 암기력 위주에서 지식의 창조와 활용이 가능한 실용적 교육 내용으로 교과목이 개편되어야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기업과 사회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교육의 실제적 효과를 사회가 향유할 수 없다. 셋째, 창의력은 사회적 환경의 산물이다. 사회의 연장자가 권위적이고 관료적이면 창의력은 죽고 만다. 뉴턴은 24살에 이미 위대해졌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넷째, 지역적 벽을 허물어 세계를 향해 문을 열어야 필요한 세계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콜로라도 주민의 박사학위 취득율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미국 내에서 박사가 가장 많은 주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의 좋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기업은 일본의 인재만을 활용한다. 그러나 미국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코카콜라 회장은 베네즈웰라인이다. 또 실리콘 벨리에는 미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인재들이 몰려온다. 그들은 그곳에서 부를 쌓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의 인재를 활용한 셈이다. 이것이 미국이 지식기반경제에서 앞선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이다. 다섯째, 새로운 정보기술 자체를 교육 수단으로 이용하여 질적, 양적인 교육 개선으로 이어지게 해야한다. 핀란드는 정부의 지원으로 모든 가정에 인터넷을 깔아주었다. 태국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가장 빠르게 전국으로 교육을 확산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세계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세계화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유감스럽게 번영에 이르는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빈부의 격차, 노동시장의 불안정, 고유 문화에 대한 위협 등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기술혁명이 가져다준 피할 수 없는 엄중한 현실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한국의 세계화가 선진국에 대한 단순한 추종을 의미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추종에는 기회가 없다. 이것이 과거와 다른 지식기반사회의 특성이다.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카지노식의 분배가 작동 원리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경 속에서 기업에게 주어진 선택의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틈새 시장에 특화하여 전문화하는 방법이다. 우리에게는 후자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인다. 마치 세계가 공통의 룰에 따라 겨루는 올림픽 게임에서 양궁과 태권도에서는 다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것은 철저하게 특화하고 전문화 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고 배워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자원을 발견하고 집중 계발함으로써 특정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이 게임의 장으로 불러 올 때 승산이 있다. 우리는 사람 밖에 가진 것이 없고 그 교육열은 유례가 없다. 이보다 더 큰 가능성은 없다. 이제 정부의 역할은 세계화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교육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프랫폼 구축자(platform builder)로서의 기능이 중요하게 되었다. 지식기반경제는 사람이 곧 제일의 자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강요된 변화에의 적응'이라는 고달픈 수동성을 버리고, 자발적 혁신을 일상의 원리로 받아들임으로써 경쟁적 분야에서 새로운 작동 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세계화는 우리의 새로운 운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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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7:47:48 *.212.217.154

벌써 16년전의 글이지만, 지금의 우리사회에도 유효한 글입니다.

변화란 정말 쉽지않은가봐요, 이십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관습은 바뀌지가 않네요.

때론 거꾸로 시간이 흐르는 듯 싶을때도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역사는 앞을 향해서 나아가겠지요.

지금부터, 여기에서, 바로, 시작해야겠습니다.

더 늦기전에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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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20:30:24 *.150.248.46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바꿀수 없듯이

그 누구도 변화를 막을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당하는가,

아니면 그 변화를 이끌것인가?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부디 스스로의 변화에

용기를 가질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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