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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9일 19시 19분 등록
브랜드 명성을 얻는 법과 잃지 않는 법 , 석세스 파트너, 2005년 7월

편작(扁鵲)은 명의다. 죽은 사람도 살려 냈다는 사람이다. 그런데 편작의 두 형도 모두 의사였다. 단지 그 두 형들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느 날 이 사정을 알고 있는 위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들 3형제 중에서 누가 가장 병을 잘 고칠 수 있습니까 ? ”

편작이 대답했다.
“ 큰 형님이 가장 훌륭하고 다음은 둘째 형님이고, 제 의술이 제일 떨어집니다”

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작의 이름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이유를 묻자 다시 편작이 대답했다.

“큰 형님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기 전에 얼굴빛을 보고 장차 병이 있을 것을 압니다. 그가 병이 나기도 전에 병이 날 것을 알고 병의 원인을 제거해 줍니다. 환자는 아파 보기도 전에 치료를 받게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는 저의 형님이 고통을 미리 제거해 주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래서 큰 형은 명의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그의 병을 알고 치료해 줍니다. 그러므로 환자는 둘째형이 자신의 큰 병을 낫게해 주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환자의 병이 커지고 고통으로 신음을 할 때야 비로소 병을 알아냅니다. 그의 병이 심하기 때문에 맥을 짚어 보고, 진기한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이런 행위를 보고 나서야 내가 자신의 병을 고쳐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명의로 소문이 난 이유입니다. “

‘갈관자’(鶡冠子)라는 책에 나와 있는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편작의 겸손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자는 것이 이야기의 목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의 의미다. 명성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전쟁이 없으면 유명한 장군이 나올 수 없고, 사람들이 부를 동경하지 않으면 부자가 빛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훌륭한 장수는 전쟁의 비참함 때문에 빛나고, 부자는 빈부의 차가 극심한 사회 속에서 더욱 선망의 대상이 된다. 명성이 없이도 잘 살 수 있으면 평화로운 사회다. 그러나 지금은 브랜드의 시대고 이미지의 시대고 이름의 시대다. 가장 경쟁적인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증거다.

시장에서 불리는 자신의 이름이 바로 브랜드다.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해 보자. 첫째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전문성이 자격증에 의해 인정된다고 여긴다. 실제로 사회는 자격증을 전문성의 기준으로 요구한다. 전문가에 의한 공적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의한다. 그러나 전문가는 자격증에 의해 전문성이 획득되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는 늘 초보여야 한다. 이것이 내 지론이다. 이상한가 ? 그렇지 않다.

지식 사회의 특성은 지식의 유효기간이 단명하다는 것이다. 어제 배워 알고 있는 것은 오늘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지식의 자기 증식의 스피드는 늘 우리를 황당하게 한다. 자격증은 어제 내가 전문가의 기준을 통과했다는 사회적 인증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던 시대에는 자격증의 유효기간이 평생을 갔다. 말하자면 한번 전문가는 영원한 전문가였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변호사, 회계사, 약사, 변리사, 그리고 의사들의 자격증의 유효기간은 평생 간다. 그러나 시간이 빨리 흐르는 스피드의 시대에는 실제로 자격증의 유효기간은 짧아 질 수밖에 없다. 어제 훌륭한 전문가였던 사람이 오늘도 그러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관록을 자랑하는 중견- 이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다. 나이와 조직표상의 위치가 전문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바로 이 점이 모든 전문가들의 고민과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도전과 기회이기도 하다. 과거의 유산을 사용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배울 것이 없다. 미래의 유산을 새로 만드는 사람들만이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

‘항상 초보’라는 정신적 각성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어제의 자신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좋은 학생이다. 불가에서는 초심을 강조하고 어제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세를 높이 산다. 이것을 발심이라 한다. 늘어지고 관성화된 자신을 채찍질하고 처음 출가했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브랜드를 키우는 두 번째로 방법은 자신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핀란드 기업인 노키아의 사업 슬로건은 ‘connecting people’ 이다. 비영어 사용자라도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할 간단하지만 분명한 언어로 자신의 사업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커피 체험을 파는 것’으로 자신의 사업을 규정한다. ‘스타벅스 = 카페체험’ 의 분명한 등식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는 커피를 수퍼마켓에서 파는 인스탄트 음료나 어디서나 파는 원두커피로부터 차별화 시켜 돈 많은 의사나 증권 브로커들 뿐 아니라 경찰이나 택시 운전사도 즐길 수 있는 ‘지갑에 부담을 주지 않는 사치’ 로 만들었다. 약간의 사치로 ‘무언가 세계적인 것’을 즐기고 있다는 흐뭇한 환상‘에 젖게 만들었다.

브랜드를 키우는 세 번째 방법은 바로 현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장은 생각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최고의 훈련장이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그 하고 있는 일이 진행되는 곳이 일차적 현장이다. 새로운 생각은 그 자리에서 실험되어야 그 정체를 알 수 있다. 조건을 달리해주고,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다 보면 생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순간을 보게 된다. 이때 그 현장은 혁신되는 것이고 자신은 혁신의 비법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기쁨이 만만찮다.

스타벅스는 아주 분명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광고를 통해 얻어진 것은 아니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광고매체는 바로 매장과 사람이었다. 실제로 스타벅스가 시작하게 된 초기인 1987년부터 1995년 사이에 스타벅스는 국내 광고에 거의 돈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90년 중반에 이미 스타벅스는 가정과 직장 에 이은 ‘세 번째 장소’로 고객들에게 인식되었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위해서, 휴식을 위해서, 잠시 동안의 고독을 달래기 위해서’ 이 장소를 찾았다. 이 현상에 대하여 하워드 슐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사회는 점점 파편화 되지만 우리 매장은 황폐한 개인들을 위한 오아시스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많은 것들로부터 떠날 수 있는 작은 탈출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키우는 네 번째 방법은 브랜드 자체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마치 현장이 확장되듯이 브랜드 또한 확장된다. 선승에게는 선방만이 수련의 현장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행위가 있는 곳이 현장이다. 현장은 현장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난다. 수없이 많은 좋은 생각들이 문득 버스를 타다가 혹은 똥을 누다가 혹은 산길을 걷다 나를 찾아온다. 이 느닷없는 방문이 일어나는 모든 곳이 현장이다. 배움은 이렇게 깊어지는 것이며, 공력은 이렇게 누적되는 것이다.

다시 스타벅스의 케이스를 예로 들어보자. 고급브랜드의 커피체험을 고객들에게 각인시킨 스타벅스는 1994년 스타벅스의 1호점이 열렸던 시애틀의 음악가 캐니 지( Kenny G)의 음반들과 스타벅스 커피를 묶어서 크리스마스 전후 6주간에 5만개나 팔았다. 음악은 환경과 커피체험 모두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것이었다. 1995년에는 커피, 우유, 얼음을 혼합하여 달고 차겁고 크림이 있는 음료로 유명한 프라푸치노를 개발해 냈다. 첫해동안 프라프치노는 5천 2백만 달러어치나 팔려 나갔고 전체 매상의 7%를 차지했다. 1998년 스타벅스는 펩시와 공동 사업으로 병에든 프라푸치노를 미국의 수퍼마켓에서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인기있는 인스탄트 커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런 방법을 통해 스타벅스는 고객이 카페 매장에 있든, 일을 하든, 집에 있든 여행을 하든, 놀든, 무엇을 하든 스타벅스를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브랜드를 키우는 다섯 번 째 방법은 철저히 브랜드의 가치를 옹호하는 것이다. 한번 브랜드를 얻었다고 하여 이를 남용하거나 무작정 확장해 가서는 안된다. 확장의 가정 속에서 그 브랜드의 고유가치가 강화될 수 있거나 최소한 희석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고유가치에 집착해야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전문 커피 시장을 독점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스타벅스 보다 앞서갔던 글로리아 진스 커피 빈스는 1993년 미국 33개 주에 163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1980년 말 프랜차이즈를 통해 급속하게 매장의 수를 늘여 나갔다.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문제도 금방 눈에 띄였다. 소유주 에드 벳코는 이미 1990년도 초에 갑자기 늘어나게 된 프랜차이즈 매장의 커피 맛의 질과 매장의 서비스 수준을 통제하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 대부분이 입점해 있던 쇼핑몰들이 문을 닫으면 이 커피 매장도 따라서 문을 닫았다. 가장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다. 결국 1993년에 커피도매상이었던 브라더스 고메 커피사가 글로리아 진스 커피 빈스를 인수하고 말았다.

반대로 스타벅스는 브랜드의 아이덴터티에 집중했다. 그들 역시 프랜차이즈를 내주면 확장은 훨씬 쉬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도 유혹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맛과 커피체험 그리고 바리스타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브랜드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우렸다. 하워드 슐츠는 이 점을 이렇게 말한다.
“스타벅스 브랜드는 고객이 가슴에 간직한 기대에 부응하는 일상적 체험을 창출했다. 우리는 이 기대에 계속 부응해야한다. 우리의 규모가 더 커지고 사업이 더 복잡해 진다해도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일상의 체험에 대한 고객의 신뢰다.... 스타벅스의 순가치는 신용과 자신감이다. 그러나 신용은 쉽게 깨지는 것이다. 신용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된다. 고객의 신용을 존중해야한다. 무너지지 않고 낡지 않도록 늘 새롭게 보수하고 리모델링해야하는 건축물로 생각하라. ”

브랜드를 얻는 법이 있다면 브랜드를 잃지 않는 법도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 꼭 한 가지만 소개하면서 결론으로 삼을까 한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책이 ‘모든 사람에게 호소’하려는 노력이다. 차별성을 버리고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는 사고를 우리는 보통 ‘라인 확장’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제품의 브랜드를 다른 새로운 제품에도 붙이는 것을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 같지만 대체로 실패한다. 예를 들면 A.I 스테이크 소스 같은 예다. 이 회사는 쇠고기의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닭고기의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닭고기 소스를 만들었다. 제품 이름을 붙일 때 ‘A.I 닭고기 소스’라고 명명했다. 그 유명한 A.I 소고기 소스를 만든 회사의 제품이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A.I 소스는 스테이크 소스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고객의 인식을 다루는 것이다. 마케팅에는 객관적 진실도 최고의 제품도 없다. 다만 고객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인식이 있을 뿐이다. 편작의 두 형들은 모두 편작 보다 나았지만 명의라는 브랜드는 편작의 것이 되었다. 브랜드는 ‘시장에서 불리는 나의 이름’일 뿐 객관적 진실이 아니다. 명성의 가치이기도 하고 명성의 허망함이기도 하다. 이것이 브랜드의 의미며 동시에 브랜드의 한계인 것이다.
IP *.229.1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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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 12:24:28 *.212.217.154

브랜드의 본질을 편작의 사례에서 찾으셨군요,

현대 브랜드가 가진 인식의 한계에 대한 좋은 사례이네요^^

1. 항상 배우려하는 낮은 자세

2. 내 브랜드에 대한 나만의 언어, 아이덴티티(차별성?)

3. 현장, 시장, 필드에서의 체험, 경험, 소통, 공감이 만들어 내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활용하자.

4. 브랜드에 적절한 확장, 자신의 브랜드가 마치 살아있는 생명 처럼, 태어나고, 부딛치며 자라고 성장할 수 있게 도울것.

5. 가지고 있는 브랜드 핵심가치를 (손님과의 커뮤티케이션, 맛의 균일화 등등.) 확실히 인지하고, 절대 손상시키지 말 것.

6. 브랜드 본질과 관계없는 확장으로 가치를 희생하지 말것.

+7. 브랜드를 함께하는 '사람'을 소중히 할 것. 그것이 '손님' 뿐만 아닌, 함께하는 '동료' '파트너' '지역주민들과 상권' 임을 깨닳을 것. 홀로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다고 믿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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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0 14:44:42 *.150.248.46

브랜드란 무었일까요?

고객의 인식에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할까요?

삶은 속도의 문제가 아닌, 방향성의 문제이듯.

빨리 기억되기보다

꼭 알맞는 위치에 각인될 수 있는 브랜드.

그런 브랜드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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