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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18일 11시 10분 등록
내가 신문을 읽는 법, 주간 동아

나는 젊어서부터 신문을 잘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타고 난 인문학적 기질 때문에 한때는 오래되고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매력에 빠져있었다. 세상의 온갖 잡동사니들을 매일 써대고 매일 찍어 내고 다음 날이면 쓰레기로 사라져 버리는 일회성이 싫었다. 신문은 그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읽는 것이고, 비벼서 화장지로 쓰는 그런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래서 생명이 오래가는 책이 좋았고, 오래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신문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성향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변하지 않은 것은 내가 신문을 읽는 데 시간을 절대 많이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뀐 점이 있다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기 위해 신문을 그 창으로 쓰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점이다. 나는 신문을 세상에 대한 매일의 기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쓸데없는 낙서라기보다는 현재에 대한 세상 일기라는 개념으로 전환하면서 내 식대로 읽게 되었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내가 신문을 읽는 법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몇 가지만 추려서 소개해 보자.

첫째, 관심분야와 관련이 없는 영역은 보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도려내기’라고 부른다. 세상에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적어도 나는 신문을 통해 정치, 연예 그리고 스포츠에 관한 정보를 얻어 내지는 않는다. 정치가들은 아직 내게 차별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영화나 극은 직접 보는 것이 좋고, 스포츠 역시 직접 참여하거나 가서 즐기는 것이 좋다. 연예와 스포츠는 취향이기 때문에 관심있는 인물이나 관련 정보는 신문 보다는 인터넷 사이트가 훨씬 유용한 소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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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관심 분야 범위에 들어오는 영역에서는 헤드라인 위주로 훑어본다. 일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정책이나 관심사는 내용까지 읽고 간단히 머리 속에 정리해 둔다.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균형감을 잃지 않을 수준으로 족하다. 마치 책을 사서 그 서론과 목차 정도는 읽어 두는 것과 같다. 나는 이것을 ‘크게 읽기’ 라고 부른다.

셋째, 조금 더 깊이 읽어야 할 관심 분야가 나오면, 그 주제로 여러 신문기사를 온라인에서 서치한다. 적어도 3 가지 종류의 신문을 읽어 이 사건의 객관적 실체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나는 이것을 ‘무엇이 실제로 발생했나 ?’ 을 물어보는 진실 찾기 게임이라고 부른다. 나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배우면서 사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주관적 편견과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 자체가 왜곡되기는 아주 쉬운 일이다. 사실은 쉽게 왜곡되고 다른 맥락 속에 편입되는 순간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을 가장한 주관적 요소’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넷째, 일단 객관적 실체에 접근했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은 이 사건에 대한 해석에 집중한다. 먼저 시선이 다른 신문들의 해설을 참고하지만 결국 최종 해석은 내 몫이다. 나는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정보의 사용자로 만족하지 않는다., 주어진 객관적 정보의 생산자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자세다. 관심사항에 대해서는 일어난 사건을 나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보편적 동의를 얻어 낼 수 있도록 정리해 둔다. 필요하다면 역사적 관련 자료를 별도로 찾아보거나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어떻게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지 그 시대의 상황과 대조한다.

‘매일의 기록’으로서의 신문을 통해 관심 범위 내의 개별 사건들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해석하게 되면, 여기서 부터 단일 사건들을 연결하고 종합함으로써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된 이야기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 살펴보기도 한다. 이때 이것들은 내 책의 주요한 주제로 전환되기도 한다.
IP *.116.3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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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윤
2007.01.18 20:03:49 *.149.166.50
한동안 습관처럼 해 오던 신문 스크랩을 1년간 쉬다가(개인사정) 최근 2006년 11월 부터 신문 스크랩을 다시 시작 했습니다. 주 관심 대상은 휴면 스토리/경제.경영/리더십~~등등..., 형광펜으로 밑줄 쳐가며 읽고, 풀로 붙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빈 공간에다 느낀점이나 내 생각도 연필로 적어보고...ㅎㅎ 소장님이 동아일보에 기재한 책 읽는 대한민국-직장인의 필독서20선 <1> 당신의 파라슈트는 어떤 색깔입니까? (즐겁게 평생 일하려면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어라) 의 기사 내용도 스크랩되 있어구요~, 나에게는 습관이 되어버린 이것을 즐겁게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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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7.01.23 04:33:14 *.173.139.9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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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식
2007.01.23 08:17:10 *.254.118.76
하루 눈요기로 신문을 보던 습관을 바꿔야 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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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활깜
2007.01.29 12:08:14 *.247.226.219
주어진 객관적 정보의 생산자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것- 이제 정보화사회에서는 지식을 창출해 내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정말 힘이 드는 작업 인데 이것을 잘 못합니다 글 해석하기가 제일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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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4:20:55 *.212.217.154

8년사이에 세상은 또 많이 바꿔있네요,

이제는 더 이상 신문으로 정보나 기사를 얻는 시대는 지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접하는 정보, 기사가 더 많은 시대 이네요.

그래도,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야 하는것은

예전과 마찬가지 일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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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0:50:09 *.212.217.154

요즈음, 일련의 언론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변화를 보면서

'언론'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봅니다.

권력을 견제하지만, 어느세인가 그 언론조차 권력으로 바뀌어 버린 현실을

일반 독자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시대가 변함으로써 저널리즘도 함께 변화해야 하겠지요.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존언론 또한 도퇴되고,

그에 대안이되는 새로운 미디어가 그 역할을 대신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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