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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일 19시 58분 등록
나를 돕는 좋은 사람들을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이야기,
삼성물산, 2007년 10월

리더십의 가장 실용적인 정의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돕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다 더 거창하고 가치중립적인 다른 여러 정의들이 있지만 나는 소극적이면서도 솔직한 이 정의가 마음에 든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강점들로 무장한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나를 도와준다면 나는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엮어 '휴먼 네트웍' (human network)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러므로 리더십의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내가 세상에 시그널을 보내고 내 시그널에 감응하여 비로소 교류가 이루어 진 사람들, 바로 이 사람들이 내 성공의 가장 중요한 힘인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잘 이루어지려면 이해관계를 서로 나눈다는 것만으로는 태부족하다. 사람은 상업적 거래 이상의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이야기가 품고 있는 필수조건을 만족시켜야 그 관계가 원만하다.

첫 번 째 이야기, 아주 못생긴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가 사막을 가로 지를 때 생긴 일이다. 모래 속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눈에 띄였다. 그것은 거울 조각이었다. 몸을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여다보았다. 그는 한 번도 거울을 본적이 없었다. 너무도 추한 남자의 모습을 보자 휙 집어 던지며 말했다. “세상에 ! 사람들이 아무데나 버릴만하구나 ”

다른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여 내 성공을 진심으로 도와주게 하려면 먼저 본인이 매혹적이어야한다. 매력은 뚱뚱한 사람도 사람을 끌 게 하고, 못 생긴 사람도 눈길을 잡아둘 수 있게 한다. 매력이란 우리들 내면에 살고 있는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것을 끌어 낸 사람들이 얻게 된 무엇이다. 어떤 사람은 카리스마로 우리를 휘어잡고, 어떤 사람은 따스한 마음씨로 우리를 붙들어 둔다. 또 어떤 사람은 통찰력으로 또 어떤 이들은 노래로 또 어떤 이들은 통쾌한 한바탕의 유머로 우리를 잡아둔다. 자신만의 매력으로 스스로를 드러나게 해야 다른 사람을 잡아둘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버리면 누구도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다. 자신을 먼저 돌봐 스스로 빛나게 하라. 그러면 사람이 모이게 되어 있다. 모든 리더십의 출발은 그러므로 자신을 먼저 닦는 것이다. 내가 나의 믿음직한 리더이며 내가 이끄는 최초의 추종자가 바로 나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셀프 리더십 (self leadership) 이라고 부른다.

두 번 째 이야기, 달팽이 한 마리가 천천히 앵두나무 위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때는 3월 쯤 중순쯤이어서 겨우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오는 즈음이었다. 도중에 어떤 곤충 한 마리를 만나게 되었다. 그 곤충이 말했다.
“너 어디 가니 ? 앵두는 아직 열리지 않았어. 네가 위로 가 보았자 앵두가 아직 없단 말이야.”
달팽이가 말했다.
“내가 저 위에 도착할 때쯤이면 있을꺼야. ”
달팽이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올라가면서 그 곤충에게 말했다.

휴먼 네트워크는 평소에 잘 가꾸어 두어야 필요할 때 작동시킬 수 있다. 좋은 조언과 도움은 평소에 잘 가꾸어 두어야만 때가 되어 추수할 수 있는 진귀한 선물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찾아와 도움을 부탁하면 마음을 다해 도와주기 어렵다. 그리고 그 도움은 기껏해야 동정일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미리 시간과 애정을 쏟아 두어야 그 관계는 깊어지고 튼튼해지며 언제나 작동가능하다.

세 번 째 이야기, 한 남자가 현명한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불평했다. 이렇게도 해석되고 저렇게도 해석되는 것이 영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요. 물만 마실 수 있는 잔이나 고기만 담을 수 있는 접시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자, 내 말을 들어 봐요. 컵이나 접시는 그 안에 제 몸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을 예쁘게 담을 수 있어야 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
그리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의 의미가 무엇일까 ? 몇 가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 그 말을 듣고 있는 그 사람이 그 이야기 속에서 유익함을 얻을 수 있을까? ’ 하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두는 것은 그 관계로부터 유익함을 얻기 위함이다.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한 관계일 뿐인 관계는 오래 갈 수 없다. 이익이 사라지면 그 끈도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관계가 아니라 거래이며 거래는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따지게 되어 있다. 관계가 중요한 것은 필요할 때 다른 이들로부터 그들의 조언과 도움을 얻기 위한 것이다. 마치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적합한 지혜를 얻어 내듯이 하나의 문제에 대하여 그들이 제공한 다양한 종류의 조언 중에서 정말 내게 필요한 적절한 유익함을 가려 챙기는 것은 내 책임이다. 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면 그 관계는 부담스러워지고 이윽고 끊어지고 만다.

거래를 통해 내집단을 만들어 가는 배타적 관계 역시 그 편협성 때문에 위험하고 스스로를 가두는 포박으로 전락하고 만다. 등산을 해 본 사람은 비 오는 날 우비를 입고 등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비로부터 옷이 젖는 것을 막아주지만 산을 오르면서 속에서 솟아오르는 땀을 배출할 수 없기 때문에 참을 수 없이 덥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는 고어텍스 같은 것이다. 물방울은 막아 주고 땀은 배출되어 안과 밖이 서로 유익함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관계는 폐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 사이의 다리여야 한다. 닫힌 관계가 아니라 열린 관계여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사람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투자처라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은 투자처는 아니다. 투자는 모든 종목에 돈을 거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희소한 자원을 좋은 투자처에 집중할 때 좋은 수익률이 되돌아오듯이 애정과 시간을 좋은 사람들에게 집중해야한다. ‘좋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하는 기준이 바로 당신이 누구인가를 결정하는 가치관이다. 나는 좋은 사람에 대한 아주 멋진 기준 하나를 알고 있다. ‘내가 서고 싶으면 먼저 그 사람을 세워 주어라’ 이런 가치를 믿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과 희생 위에 나의 성공을 쌓는 사람’은 경계해야한다. 이런 사람과 얽히면 최악이다. 어떤 사람들과 인생을 함께 했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해주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다.
IP *.128.2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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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군
2007.11.02 21:31:07 *.253.124.54
사람을 세워주려면 먼저 내가 바로 서야하는데..먼저 나를 빛 낼 필요가 있군요. 셀프리더십이란 좋은 가르침 감사히 받고 갑니다^^저도 멋진 휴먼네트윅을 구축하고 싶네요. 잠시 놀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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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2007.11.05 11:44:21 *.122.114.185
좋은 글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가슴이 후련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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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11.15 19:49:35 *.145.231.210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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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2007.11.29 18:18:24 *.192.35.122
아! 멋진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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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남
2007.12.10 18:55:01 *.36.235.182
코딱지(?)만한 회사를 운영하며, 늘 사람관계에 대한 이런저런 문제에 시달립니다. 시달린다는 표현보다는 사람관계 자체가 일의 전부겠지요.
변경연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우연히 찾아낸 사부님의 주옥같은 말씀.. 오늘은 행운을 하나 가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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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사람
2007.12.29 15:01:49 *.144.209.24
좋은 글을 넘어 위대한 글이네요.
누구나 한번 읽으면 감동받고, 감탄을 얻고, 큰 울림을 받아 가니까요.

구 소장님!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강원도 "강릉"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때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의하셨는데
그 내용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좋은 글+위대한 글로 대한민국을 적셔 주고 감동시켜
사회적 에너지의 원천이 되게해 주세요.

그런 분들이 많은 사회가 좋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회가
아닐런지요.

벌써, 송구영신의 길목입니다.
이제 이틀이면 세모가 다가오는군요.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창대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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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2008.03.04 19:17:45 *.131.1.98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적입니다^^

많이 배우고 익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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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2 12:00:48 *.212.217.154

사람에게 하는 투자가 최고이겠지요.

맨 마지막에

'남의 실패와 희생 위에 성공을 쌓는 자를 경계하라'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때론, 해야할 일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우선해야 할 경우가 있지요.

사람과의 관계가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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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 11:13:11 *.212.217.154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하기에도 모자란 인생이지요!


좋은 사람들로 주변을 채워갈 때,

우리는 좋은 삶을 살게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주군가의 좋은 사람, 이웃이 되어보는 하루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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