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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9일 10시 50분 등록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 노라고 말하지 못하면 존중받지 못한다.
2008년 6월 10일

우리는 상대의 기대에 부응함으로써 상대에게 존중을 받고 싶어 한다. 교활한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 그들은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용하기 쉬운 사람'으로 생각한다. 힘들게 해 준 일에 대해 상대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여기지도 않으며, 그 태도를 존중해 주지도 않는다.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한 사람들 주위에는 늘 교활한 사람들이 기생하게 마련이다. 교활함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약함이다. 교활한 사람들은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잘 식별해 내 이용하며, 겉으로는 고마워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여린 사람을 바보로 취급한다. 그들은 상대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음이 약하고 여린 사람들은 상대의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생겨날 지도 모르는 관계의 악화를 두려워하거나 상대의 기대를 저버릴 지도 모른다는 정신적 갈등에 시달린다. 그러나 착함은 여린 것이 아니다. 모든 선함은 선함을 지킬 줄 아는 용기와 지혜를 필요로 한다. 존경 받는 사람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인정을 받지 못할 때, 처하게 될 지도 모르는 고립을 두려워한다. 스스로 자신의 중심에 서 있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의 판단을 믿고 따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노'라고 말하고 싶으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가장 적절한 판단 기준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음과 같이 나누어 상황에 따른 행동원칙을 미리 마련해 두고, 이 원칙들을 따르다 보면 현명한 판단에 이르게 된다.

첫째, 내 책임과 업무의 영역 안에 분명히 들어와 있는 것은 내가 해야할 일이다. 이런 일들은 부탁 이전에 해 치워야 한다. 왜냐하면 내 일이기 때문이다. 일에서 밀리면 존중을 받기 어렵다. 분명하고 명쾌하다.

둘째, 내가 해야할 일이 아닌데 부탁을 받는 경우에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판단해야한다. 만일 그 일이 일회적인 일이고,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태도다. 예를들어 그 일을 맡은 동료가 갑자기 아프거나 상을 당했거나 하는 불가피한 일이 생겼다면 즐겨 도와주는 것이 동료로서의 올바른 행동이다. 우정은 그렇게 만들어 지는 것이다. 어려울 때 그 옆에 있을 때 마음은 서로 스미게 마련이다. 이때는 돕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이 꺼려 하더라도 스스로 나서서 도와라.

셋째,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며, 특별한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일이 나에게 맡겨지려한다면, 쉽게 '예'라고 말하는 것은 경솔하다. 판단 기준은 상대의 설득력에 맡기지 말고 내가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집요하게 설득하거나 짐짓 불쾌한 표정을 짓더라도 쉽게 예라고 말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앞으로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두 가지 옵션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먼저 상대의 설득과 관계없이 내가 이 일을 맡아 수행하게 될 때,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라. 비록 내 일이 아니고, 내가 해야할 이유도 없으며, 특별히 그럴 만한 돌발 사태가 생긴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일을 해 줄 때 상대를 도와주고 있다는 즐거움이 크다면 받아들여라. 이것은 자발적인 허용이다. 마음을 허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인간사의의 아름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이 부탁을 받아 일을 수행하면서, 마음이 불편하고, '그때 거절했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에 시달리게 되고, 일을 해주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면, 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신의 마음과 판단을 따르는 것이 좋다. 상대와 일시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처한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상대에게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나에게 그런 불합리하고 부적합한 일을 그렇게 쉽게 부탁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 부탁 자체가 이미 불편한 관계를 자초하는 것이며, 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불편한 부탁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부탁을 하더라도 매우 미안해하며 어쩔 수 없이 부탁하게 되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따라서 거절하는 것이 서로에게 적합한 관계를 찾아가게 하는 현명한 반응이다. 이 경우를 가장 잘 상징하는 예가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경우와 흡사하다. 법적 장치를 분명히 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돈을 빌려주게 되면, 받을 때 까지 늘 마음이 쓰리게 마련이다. 돌려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떼고 말 경우도 있다. 돈 잃고 마음 잃고 관계가 깨지게 마련이다. 거절하는 것이 좋다.

넷째, 이 경우는 내가 해할 일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 부탁을 받은 것이다. 말하자면 업무 영역의 경계에 처하는 일이라 내가 맡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맡을 수도 있는 일이 나에게 떨어졌을 때다. 이것은 미끼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이때는 냉정한 자기 논리가 중요하다. 논리가 강한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 그러나 거절의 논리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흔쾌하게 받아 들여야 할 때도 있다. 일이 늘어나는 것만 두려워 할 일이 아니라 그 일이 불러들이는 새로운 기회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마땅히 거절해야 하지만 거절했을 때 생겨나는 관계의 악화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할 때가 있다.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거절하기 어려운 압력이 느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지위가 높은 상사나 평소에 어려워하고 하던 영향력 있는 인물이 부탁을 했을 때, 그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윤리적으로 마음이 편치 않지만 거절했을 때 받는 압력이 지나치게 클 수가 있다. 그러나 이때는 반드시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이 최선이다.

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면 거절할 때의 요령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능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하고 현명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른 거절법의 의 원형을 몇 가지 익혀 두면 유용하게 응용하여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

1. 거절의 이유를 밝히는 경우다. 이때는 객관적인 판단을 조언 하는 것이 좋다. 예를들어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탁을 상사로부터 받아 거절할 경우에는 그 일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본인이나 회사에 부적절한 결과로 다가 올 것임을 근거를 들어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다. 나도 이 부탁을 받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부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조언할 필요가 있다.

2. 적합한 사람을 추천해 주는 경우다. 일이 내게 잘못 전해 졌고, 다른 적합한 사람이 분명하게 있을 경우는 그 사람을 추천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다른 동료를 끌여 들여서는 안된다. 책임과 능력이 분명할 때 추천하라는 뜻이다. 동료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고 그 사람의 재능과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는 좋은 마음으로 추천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3. 가벼운 변명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 경우에는 진심을 다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내가 도와 줄 수도 있고 마음도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 코가 석자인 경우다. 이때는 내 사정을 잘 설명하여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게 변명하는 것이 오해를 줄이고 관계를 깨지 않는 접근법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 있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부탁은 가능하면 들어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사람을 믿지 못하면 그 부탁 역시 들어 줄 가치가 없다. 노고에 대한 기쁨도 보상도 없을 것이다.

수용과 거절 모두 중요한 의사결정의 수단이다.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되는 일,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대책없이 맡는다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관계가 불편해 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내키지 않는 일을 맡는다는 것은 한 두 번이면 족하다. 인간 사회에서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 줄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패턴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조지 웨인버그라는 정신과 의사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한다는 결론을 얻은 후에도, 금새 잊어버리고 같은 결론을 되풀이 한다'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수용과 거절에 대한 현명한 패턴을 구축하여 자신이 늘 일상에서 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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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아이
2008.07.27 20:29:56 *.253.124.86
저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말씀이네요. 회사 막내라서 늘 많은 일들을 혼자서 감당할때가 많았는데..사실 같이 근무하는 직장선배가 분담해서 처리해야 할 일을 자꾸 저에게 떠넘기닌까..답답하고 스트레스도 쌓였어요..하지만 솔직히 관계악화가 두렵기도 했던것 같네요. 그래서 그냥 참고 처리해준 경우가 많았는데ㅜㅜ 선생님의 글을 보니 제가 자신감도 부족하고 그런 상황에서 적절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단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고민스러울 때가 많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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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쥴리아
2008.09.05 12:30:41 *.10.111.56
이글을 읽고 많이 동감해요. 저도 회사 막내라서 울분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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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9 10:48:14 *.170.174.217

스스로  중심을 잡아가는것이 중요하겠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사람'중심의 판단 기준을

개인적으로 선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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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17:13:30 *.212.217.154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상,

거절하는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힘들지요.

특히 위계적 질서가 강조되는 회사조직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렇기에, 지금부터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연습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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