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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9일 21시 47분 등록

창조적 전문가가 되는 법 2 - 전문가의 뜻을 세우고 절실하게 추구하라, 교원  

얼마 전 나는 최고의 컨설팅 조직인 맥킨지에서 '창의적 전문가로 나를 키우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외국 컨설턴트들을 포함하여 국내의 젊은 인재들을 앞에 두고 프로페셔널의 조건에 대하여 강연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그날은 청명한 가을날이었다. 나는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죽을 때까지 현역으로 일할 것입니다. 글을 쓰다 죽을 것입니다. 누군가 강연을 부탁하면 언제고 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타이를 골라 매고, 가장 좋은 양복을 입고 그들을 만날 것입니다. 좀 소란스럽기는 하겠지만 강연을 하다 죽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죽을 것입니다. 사는 동안 퇴직은 없습니다. 죽음이 퇴직입니다. 죽을 때 까지 현역일 수 있는 힘은 전문성에서 나옵니다.

나는 자유가 곧 성공의 유일한 기준이라 믿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권리,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음성에 따라 살 힘, 나는 이것이 자유라 생각합니다. 조직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 나가서 혼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 수 도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나는 이 힘이 전문성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경제 속에 살지만 그것을 넘어 설 것입니다. 나는 주는 대로 받지 않고 내가 받을 가치에 대하여 시장에 요구합니다.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에게는 최고의 강연료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나눔이 필요한 조직에게는 무료로 강연하기도 합니다. 육체 속에 살지만 그 속에 영혼이 살 듯 나는 육체의 맛을 잊지 않지만 영혼이 제안하는 일을 따를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뛰어난 전문성에서부터 옵니다. 시장이 부여한 브랜드의 힘이지요"

막연히 '전문가의 시대가 되었으니 전문가가 되면 좋지' 라는 마음으로는 정말 좋은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 그 길은 오래 걸리는 길이며, 한 차원을 넘어설 때의 진한 감동이 있지만 늘 장애가 나타나곤 하는 험한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나도 늘 흔들렸다.

얼마전 내가 20년 동안 몸을 담았던 IBM에서 몇 년간 내 상사였던 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 분은 한국 IBM에서 부사장을 지낸 분이고, 그 후 준정부조직의 사장으로 있다 곧 퇴임하기 직전이었다. 퇴임한 후의 직업으로 교육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조직의 경력은 화려하지만 그 분야의 전문성은 부족한 상태였다. 그때 그분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종종 옛날 같이 임원을 했던 사람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술도 같이 한다. 자연스럽게 과거의 이야기 과거의 사람들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눌 때가 많다. 그때 마다 당신 이야기가 나온다. IBM을 나와 가장 잘 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인 것 같다" 나는 이 칭찬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조직에서 가장 성공했던 사람들조차 인생 전체를 건 긴 경력관리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

IBM에서 20년간 있는 동안 나는 대부분을 변화경영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IBM은 특별한 조직이었다. 영업 경력이 없으면 임원으로 성장하기 어려웠다. 야망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영업으로 몰려갔다. 그러다 보니 가장 뛰어난 인물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있는 곳이 바로 영업부였다. 성과급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업부 직원들은 월급쟁이가 아니라 스스로를 비즈니스맨이라고 여겼고, 가장 낮은 직급의 사람들도 '영업대표'라고 써넣은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 고객을 만나 직접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많은 권한이 위임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말하자면 끗발이 있는 부서였고 승진과 보상을 위해서 반드시 몸을 담궈야하는 곳이었다. 나도 그곳으로 부서를 옮기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경영혁신팀에 남았다. 이 선택의 결과는 댓가를 요구했다. 조직 내에서의 나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길게 보아 나는 한국 IBM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어쩌면 IBM 전체에서 가장 이상적인 경력관리에 성공한 사람 중에 하나가 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조직에서의 사다리를 선택하는 대신 나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에서 많은 이론을 배웠고, 실무를 통해 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회사는 내 선생이었다. 지금 나의 성공은 - 위에서 열거한 세 가지 관점에서- 모두 IBM이라는 훌륭한 회사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하는 점이다. 승진과 보상만을 목적으로 할 때 우리는 성과에 치중하게 되고 따라서 일에 대해서는 깊게 배우기 어렵다. 전문가는 깊게 배우는 사람이다. 깊이와 더불어 넓이를 가지려면 그 분야에 빠져들어 다른 것들은 잊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재해석하고 다시 실험해야한다. 이런 프로세스가 반목되면서 방대한 실험자료가 쌓이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탄생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커다란 실수 없이 끝내는 수준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10년이 지나도 결코 깊어지지 않는다. 경험이 많은 좋은 행정가는 많이 배출 될 지 모르지만 정말 깊이 있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직장 속에서 경력관리를 할 때 나는 이 대목에서 분명한 자기 철학을 가지고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 속에서 사다리를 타고 무난한 관리자로 성장해 가는 것과 한 분야의 전문가로 깊어지는 것은 분명히 다른 길이다. 어느 직장에서나 전문가의 경력을 최우선적인 길로 삼으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는 길을 따라가지 않는다. 즉 힘있는 부서보다는 자신의 적성에 잘 많는 부서를 선택하여 그곳에서 일하는 길을 선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가는 곳, 그곳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다.

* 일단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일을 맡게 되면 '묵묵히 일과 깊게' 만나야 한다. '묵묵히' 라는 말은 크고 작은 정치적 입김이나 가벼운 처세에 휩쓸리지 말고 제 길을 가라는 말이다. 종종 같이 입사한 동료가 먼저 승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나보다 더 좋은 평판과 인기를 누릴 수도 있다. 이때 흔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깊게' 일과 만난다는 뜻은 일을 탐구하라는 것이다. 적당히 일을 끝낼 것이 아니라 일을 누구보다 더 잘 끝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 일에 대하여 책을 읽고, 수많은 케이스들을 찾아 벤치마킹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현장에서 실험해 보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 뜻을 세워라. '나는 이 일 하나로 세상에 나를 세우리라' 이런 결심을 해야한다. 그리고 이 결심을 마음의 바위에 크게 새겨두어야 한다. 그러면 무슨 일을 하던 그 일을 이 일과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감자를 깎든 정원을 손질하든 강연을 하든 글을 쓰든 여행을 하든 사람을 만나든 모든 것을 변화와 연결시켜 생각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일만 생각하면 모든 것을 다 그 일과 연결된다.

전문가가 되는 법은 무엇인가 ?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처음 해야할 일은 전문가가 되려고 마음을 먹는 일이다. 바로 뜻을 세우는 일이다. 공자도 그렇게 했다.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세웠다. 모든 것을 시작은 뜻을 마음의 바위에 새기는 것이다. 어려운 일을 당해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 뜻을 지켜내는 것이다. 랜디 포시가 '마지막 강의'에서 말한 것 처럼, ' 장애나 벽은 내가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알게 해 주는 것' 에 불과한 것이다.

전문성이 곧 죽을 때 까지 현역일 수 있는 힘이고, 다른 사람에게 밥그릇을 의존하지 않고 독립할 수 있는 힘이고 시장을 넘어 가격을 요구할 수 있는 브랜드의 힘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스스로에게 전문가의 경력을 요구하는 자기 결심이 중요하다. 결심을 할 때 이렇게 다짐하자.

" 이 일은 하늘이 내게 준 것이다. 이 일을 통해 긴 삶이 그 본연의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가장 나다운 이 일을 즐기리라. 그것이 나를 활용하는 것이며, 나를 꽃피우는 것이다. 인생을 낭비한 자, 그들이 가장 게으르고 비겁한 사람들이다. "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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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8.10.21 15:46:40 *.145.231.25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가슴을 치게 만듭니다.

인생을 낭비한 자, 그들이 가장 게으르고 비겁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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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09:17:27 *.125.226.75
절실하게, 간절하게 얼마나 더 훈련해야 할까를 생각합니다.
여기 선생님 글은 늘 한결같이 저에게는 보약입니다.
오늘도 보약 한 첩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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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
2008.10.23 08:00:35 *.180.230.174
스승님의 글은 항상 소리없이 진한 내공이 느껴 집니다.

뜻을 세우고 전문가의 길을 선택한지 6년, 생각만으로 보낸 게으르고 비겁한 낭비의 날들이었습니다.
이제 실행 할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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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피데이
2008.10.23 10:41:55 *.131.146.94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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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2008.10.24 17:33:57 *.142.202.114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보이네.
아주 오래전 아련한 모습엔 조그만 아이였는데..... 이렇게 많은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친구가 있음이 자랑 스럽네. 감사허이.
무엇이든 프로는 열심히 즐기며, 나누며, 사랑하며, 창조주께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아닐지?
늘 건강하시게,
좋은 습관 간직하며, 친구가 하는 말 - 늦기전에 창조주를 생각하게.
또 들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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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2008.12.20 11:42:50 *.161.37.153
안녕하세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기 시작하면서 선생님의 글을 삶에 선물로 생각하는

얼굴모르는 제자입니다. 내가 정말 하고싶은 것이 무엇을까 를 정말 20대 내내 고민하였고

그 결과 정말 영혼을 쏟을수 있는 분야를 찾아 모든열정을 쏟아 붙고 있습니다.

가끔은 두려울때도 있지만.. 모두 이유없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고.. 또 그 두려움이

나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을 알기에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마음을 다 잡습니다.

전문성을 기르다보면.. 사기꾼이 되기도 쉽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문가라는 양에탈을 쓰고...

하지만 개인은 속을수 있어도.. 시장을 속일수는 없는 것입니다...

1년을 보면 사기꾼이 되겠지만.. 10년을 20년을 본다면..

가장먼저 자기자신에게 솔찍해져야 하겠지요...

오늘도 선생님의 글을 보고 새하얀 동화지위에 용기내어 선하나를 더 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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썽이리
2008.12.31 13:20:33 *.48.246.10
온 우주와 공명하는 가슴 떨리는 우연을 만나거든, 존재의 전질량을 받쳐 내 꽃도 한번은 피우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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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3 19:07:57 *.212.217.154

'장애나 벽은, 내가 그것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알게 해 줄 뿐이다.'- 랜디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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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8 12:02:14 *.212.217.154

제 마음에 세긴 뜻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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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09:40:36 *.62.175.167

뒤 늦게 작가님의 뜻을 접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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