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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8일 21시 10분 등록
나는 어떤 사람일까 ? -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들 2,
삼성월드, 5월 18일 , 2006

자기를 비춰보는 거울 이야기로 가장 유명한 것을 들어 보라면 내 머리 속으로 얼른 3가지 이야기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하나는 백설공주의 계모의 거울이다. 바로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그 유명한 마법의 거울이다. 두 번째는 나르시스의 호수 거울이다. 잘생긴 한 사내의 얼굴을 비춰 주었던 말 그대로 거울 같은 호수 거울이다. 예전에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가리지 않고 거울의 대용으로 사용했던 것이 바로 물이다. 세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사람 거울이다. 자신을 볼 때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다. 아름다운 한자성어 중에 하나가 바로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이다. 물에 자신을 비춰 보지 말고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 보라는 뜻이다. 표피와 껍데기에 천착하지 말고 사람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평가받는지 유의하라는 뜻이다. 이 세상에서 마법의 거울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누가 가장 좋은 사람이니 ? ’, ‘누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 ?’ 라고 물어 볼 수 있는 현명한 거울은 그저 이야기 속의 보물일 뿐이다. 물과 거울은 표피와 껍질을 반사하는 것이니 깊은 사람의 속을 보여 주지 못한다. 결국 사람에 비추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 그들에게 보이는 내가 전부일 수 없지만, 나를 다른 사람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남편이나 아내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내가 어떤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지 혹은 어떤 때 가장 정떨어져 보이는 지 물어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처럼 보이는 지 적절한 기회에 물어 보고, 들어 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때때로 그들이 자발적으로 들려주는 피드백을 놓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로 활용할 수 있다면 스스로 아주 성숙한 사람이라고 칭찬해 주어도 좋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로 다른 사람을 활용하게 될 때는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시켜 들어 줌이 좋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종종 자존심을 건드리고 마음 한 구석의 불편함을 대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 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바로 이런 감정적 수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좋은 의도로 한 말들은 마음 속에 잘 기억해 두었다가 잘 정리하여 적절하게 해석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 딸들이 나에 대하여 해준 조언들 중에 ‘미숙이’ 라는 것이 있다. 난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적인 반사가 늦다. 늘 한 템포 느리다. 큰 딸아이가 본 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센스있게 대처하는 임기응변에 능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나는 틀림없이 그렇다. 둘째 딸이 지적해 준 것은 ‘장황하다’는 것이다. 뭘 물어 보려고 질문을 하면 내 설명은 예를 들어 가며 길어지는 데, 그 아이는 내가 요점만 말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 것들은 내 기질과 특성을 반영하는 것들이다.

정말 기억해야할 중요한 점은 이런 타고난 특성을 고치려고 애를 쓰는 것은 대단히 비효과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나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으로 인생을 계획하고 일을 추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기질을 살려 큰 그림을 그리고, 작은 상황들에 휩쓸리지 않고, 좀 에두르더라도 내 갈 길을 꾸준히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그렇게 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장황하다는 것도 뒤집어 보면 한 질문에 대하여 여러 시선에서 깊이 들여다보려는 기질의 한 발단이기 때문에 연구를 하거나 책을 쓸 때 많은 도움을 주는 장점이기도 하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기질과 특성을 바꾸고 고치려는 시도 보다는 그것을 건강하고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기 계획과 의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기질과 특성을 반영하는 네 번 째 거울은 ‘현재라는 상황’ 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작은 의사결정들의 순간 속에서 살아 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주문하거나 수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살 때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 사람은 의사결정 자체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기질의 사람은 과정 자체가 즐거운 일을 추진할 때 훨씬 더 생산적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외향적이다. 그러나 어느 파티에 가서도 언제나 아는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이다. 이처럼 일상에서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싶어 하는 지 그 경향을 관찰해 보면 매우 정확하게 자신의 기질이나 특성을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현재의 상황을 나를 비춰 보는 거울로 활용하라. 이것에 능해 지면, 언제나 자신이 좋아하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속에서 가장 자기다운 방식으로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성공의 정의는 다양할 것이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을 성공으로 규정하는 것이 편치 않은 사람이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한 목표지향적 인간이 아니라 여행 자체를 즐기는 여행자에 가깝다. 따라서 ‘그 날 그 장소 그 사람 그 일’이 훨씬 의미있게 다가온다. 물론 나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좋은 성취를 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명성과 부를 획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좋아하는 일을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것이고, 결과가 신통치 않아도 할 수 없다. 그저 나는 하나의 실험을 해 본 것이고, 그것은 꽤 괜찮은 놀이였으니 말이다.

시인 월트 휘트만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짐마차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짐마차에 실린 짐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짐마차를 끄는 말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짐마차를 인도하는 작은 손이 될 것이다”

만일 그대가 짐마차를 인도하는 작은 손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 원하는 곳으로 인생의 짐을 진 마차를 끌고 가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자아경영이란 결국 자신의 기질과 재능과 경험을 엮어 자신 만의 인생을 만들어 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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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
2006.05.30 11:33:01 *.138.54.166
나의 단점이 곧 나의 장점이 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나를 알고 나답게 사는 용기,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놀이삼아 그렇게 끝까지 가는 생활이 필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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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7.01.16 07:39:02 *.173.139.94
장점을 살리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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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17:44:19 *.212.217.154

자신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쓰는 것.

그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있을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더군요.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상상하면서,

두근두근 마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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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3 11:51:07 *.212.217.154

삶이라는 짐마차의 작은 손이 되기 위해,

오늘도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만들어 가는 하루.

그 하루를 느리게 걸어가봅니다.


가을아침이 쌀쌀해집니다.

모두들 남아있는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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