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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3시 56분 등록
건축 예찬 - 동아일보 11 월 17일 , 2001

지오 폰티, 열화당, 2001

여행을 하다 가장 빈번하게 마주치는 것은 건축물이다. 절을 보고 사당을 보고 궁궐을 보고 그에 딸린 정원을 본다. 우리들은 그 속을 걷고 구조물을 관조함으로써 그 시대의 정신을 유추할 수 있다. 뉴욕에는 뉴욕다운 건물들로 즐비하다. 뉴욕은 그 건물들에 의해 뉴욕다워진다. 테러가 하필 무역센터에 행해졌던 이유도 그것이 가장 뉴욕다운 것이었고 미국다운 상징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공간은 한 사회나 조직의 믿음의 체계를 반영한다. 여기 교실이 있다. 선생이 서있는 교단이 있고, 학생들의 의자가 교단을 향하여 줄지어 배열되어있다. 이것은 정답을 알고 있는 선생이 학생들에게 정답을 가르쳐주는 전형적인 학교 교육의 체제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여기 원탁이 있다. 밀폐된 공간의 원탁은 참석자들의 신분적 평등을 가정한다. 그러나 한쪽에 창문이 있게되면 원탁이라도 더 이상 평등하다고 볼 수 없다. 창문을 바라보고 앉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간적 배치의 변화는 믿음의 체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넓은 사장실의 벽을 허물어 방을 작게하고 화려한 가구를 들어내 버리면 그의 행동은 조직의 구성원들과 더 가깝고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 보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개인성을 존중하여 사무실에 간막이를 해놓았던 회사가 그 간막이를 걷어 내거나 높이를 낮추면 개인들 상호간의 관계와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공간을 만든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다시 인간을 만든다. "

가장 공간적인 예술은 건축이다. 이 책 속에 표현된 발랄한 상상력은 보석과 같다. 온 들판에 무수한 알갱이로 던져져 빛나는 눈부신 보석 조각들. 현란하고 자유롭고 아름담다. 무아지경의 반짝임이다.

작가인 지오 폰티는 건축에 관하여 할 말이 있어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건축을 위하여, 그리고 건축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는 공간적 중요성을 감지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도시의 중심을 보존한 채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내야하는 도시개발 정책입안자를 위하여 이 책은 쓰여졌다.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학교를 필요로 하는 모든 어린이들을 위하여 이 책은 쓰여졌다.

각 시대와 각 나라의 문화에 친밀해 질 수 있는 극장과 강당 같은 공공 복지 시설이란 단순히 기념물이 아니라 대중에게 봉사하는 것임을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 책은 쓰여졌다. 이 책은 우리의 개성과 능력이 잘 발휘되기 위해서는 노동에 합당한 아름다운 건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믿는 모든 근로자들을 위하여 쓰여졌다.

주택이란 사회적 권리이며 최소한의 필수조건은 '쾌적성'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또한 이 책은 쓰여졌다. 그리고 기술은 소모되어 사라지지만 예술은 용도를 초월하여 영속적임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신이 만든 세상 위에 인간이 만든 공간의 아름다움을 믿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쓰여졌다. 매우 아름다운 책이며, 열광적인 책이며 뜨거운 논란의 원천이 되어 온 책이다.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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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11:22:31 *.212.217.154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공간,

그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그려봅니다.

벽을 허물고,

밀실을 거부하고,

밝은 빛을 받아들이기.

그런 공간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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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19:30:59 *.212.217.154

건축을 미의 기준으로 접근한 책인듯 합니다,

황홀하지요, 건축의 아름다움.

저도 한때는 건축가를 꿈꾸었더랬지요.


나이가 들어, 예전의 순수함에 다소 때가 묻은 지금,

미의 기준에 더해

경재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부동산 공화국으로의 우리나라에서

이런 아름다운 시선이

'순진'함으로 받아들여지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 순수함이 지켜질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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