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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4시 05분 등록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 - 동아일보 12월 1일, 2001
고병권, 소명출판, 2001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은 니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는 변신의 힘이며, 가장 극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라는 단호한 유혹에 따라 늘 '떠나야할 곳은 알지만 도착할 곳을 모르는 배'를 타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니체로 남은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헤겔과 닮아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현존에 지독한 부정을 가했던' 쇼페하우어가 되었고 또 바그너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들을 떠났다. 이윽고 자기 개념을 창조해 낸 바로 그 니체가 되었지만, 그는 다시 남들이 알고 있는 '니체씨'를 떠나갔다. 그는 '다이너마이트'였으며, '광대'였으며, '모든 금지된 곳을 찾아나서는' 유목민이었으며 외부인이었고 방랑자였다. 늘 '떠나는 사람이었으며, 떠나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자신을 찾는 일은 '항상 자신을 잃어버리고 부정함으로써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니체를 읽는 것은 그러므로 피끓는 방랑의 유혹이지만, 그를 알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잡았다고 생각하는 그 곳에 허물만 남기고 이미 빠져나가 버리고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과거의 그 니체가 아니었다. '계속되는 변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자기를 생성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니체라는 이름은 어떤 정체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불싸지르고 그 재 위에서 새로워지려고 한 사람이었다.

니체는 그러므로 '미래의 아들'이었다. '미래란 과거와 현재에 이어지는 다음 시간이 아니라 이미 와서 우리 곁에 있지만 감지되지 않거나 오해받고 있는 시간'이다. 즉 니체의 미래는 어느 시대이건 '적절한 때가 아닌 것'으로 존재하는 시간이다. 그는 늘 '너무 일찍 와서' 이해 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대의 아들'이 되지 못하고, 시대에 적응한 모든 사람들에 의해 '광인'으로 이해 될 수 밖에 없었다.

고병권의 이 책은 독자와 니체 사이에 존재하는 천애의 절벽에 걸쳐진 줄다리와 같다. 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들은 니체라는 '위험한' 광인에게 다가가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지만, 조금 지나면 줄다리의 출렁거림과 천길 만길 심원한 계곡의 경관을 즐기는, '금단의 영토'에 들어 선 지적 모험가임을 행복하게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드물게 책읽기의 흥분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저자가 이만한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공부도 공부지만 아마, 추측컨대, 북한산 기슭에서 꽤 많은 산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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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1:36:46 *.212.217.154

미래란, 

과거와 현재에 이어지는 다음 시간이 아니라.

이미 우리곁에 있지만 감지되지 않거나 오해받고 있는 시간이다.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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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3 11:53:01 *.212.217.154

언젠가 한번은 니체를 읽어보고싶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덜컥 겁부터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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