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12685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1년 9월 24일 11시 24분 등록

  포도나무 덩굴이 가지를 내뻗기 시작하는 봄이 오면 그리스는 축제에 빠진다. 닷새 동안의 디오니소스 축제가 벌어진다. 일상의 모든 일은 중지되고, 완전한 평화와 즐거움만 있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감옥의 죄수들도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기쁨을 함께 나누도록 허락된다.  사람들이 모여 신을 경배하는 곳은 극장이며, 신을 섬기는 의식은 바로 비극의 상연이었다.  오직 후세에 세익스피어 만이 견줄 수 있는 위대한 그리스의 비극들은 이 축제를 위해 쓰여졌고 박수 속에서 참가자들은 디오니소스에게 영광을 돌렸다.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또한 잔인한 사냥꾼이기도 한 디오니소스는 행보 하나하나가 온통 고통을 체험한 유일한 신이다. 그는 포도나무처럼 매년 가지치기를 당하고 추운 겨울 동안 마치 옹이진 죽은 나무둥치의 갈래갈래 실같이 찢어진 껍질처럼 디오니소스도 매년 갈기갈기 찢어져 죽는다. 그러나 디오니소스는 매년 부활한다. 기쁨에 가득 차서 다시 살아나며, 죽어야 할 자들에게 죽음이 희망이라는 믿음을 준다. 부활을 통해 죽음보다 더 강한 생명력의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불멸의 신인 것이다.

dionysus2.jpg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테베의 왕녀 세멜레 Semele의 아들로 태어났다. 인간의 여인이 낳은 유일한 신이다. 여인에게 더할 수 없는 영광이나, 세멜레는 제우스의 많은 여인 중에서도 가장 불행한 여인이었다. 제우스는 세멜레를 몹씨 사랑하여 그녀의 소원은 무엇이든 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어느 날 세멜레는 천상의 왕인 제우스의 진짜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이 들도록 꼬득인 것은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였다. 제우스는 이미 저승을 흐르는 강 스틱스에 세멜레의 청은 다 들어 주기로 맹세했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슬픈 마음으로 본래의 모습으로 세멜레 앞에 나타났다. 인간 세멜레는 불타오르는 신의 후광을 견딜 수 없어 타서 재가 되었다. 제우스는 세멜레의 배에서 디오니소스를 꺼내 자신의 옆구리에 속에 숨겼다. 얼마 후 아이가 태어나자 아름다운 니사 Nysa 산의 요정들에게 맡겨 키우게 했다. 

청년이 된 디오니소스는 황금의 땅 리디아와 프리기아, 태양의 딸 페르시아, 축복의 땅 아라비아등지를 방랑하며 젊음을 보냈다. 풍부한 흑발 위로 자주색 망토를 걸치고 가는 곳 마다 포도 재배법과 자신을 숭배하는 신비의식을 가르쳤다. 여기저기를 떠돌던 디오니소스는 어느 날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 어느 나라의 왕자처럼 보이는 그를 잡아가 몸값을 벌기 위해서였다. 잠자코 따라간 디오니소스는 무례한 해적들은 모두 돌고래로 만들어 버리고, 충실한 키잡이 하나만을 데리고 좋아하는 섬 낙소스에 이르게 된다. 바로 거기서 테세우스에게 버림을 당해 비탄에 빠진 아리아드네를 만나 그녀를 구해주었으면 이내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 - 티치아노)

다정한 디오니소스는 또한 비극 속에 죽은 어머니 세멜레를 잊지 못하고 지하세계로 내려가 죽음과 싸웠다. 그의 생명의 힘은 죽음을 이겼지만 신의 법도에 따라 어머니를 지상으로 다시 데려오지는 못했다. 그대신 신들의 거처인 올림포스롤 데리고 갔다. 세멜레는 비록 인간이었지만 신의 어머니의 자격으로 신들의 거처에 함께 살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종종 그를 따르는 광신적인 여성 무리인 마이나스들은 산위에서 사냥하여 잡은 염소의 피흐르는 날고기를 먹으며 포도주에 취해 춤을 추는 광폭한 향연을 즐기기도 했다. 자유의 황홀한 기쁨과 난폭한 야만이 공존하는 축제가 바로 디오니소스 축제였다. 이 마이너스들에 의해 가장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게 되니, 테베의 왕인 펜테우스가 겪은 참혹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펜테우스 왕은 자신의 왕국에서 광신적인 디오니소스의 신도들이 늘어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군사들을 풀어 디오니소스를 잡아 오게 했다. 디오니소스는 도망치거나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잡혀 왔지만 족쇄는 채워지지 않고 감옥의 문은 저절로 빗장이 열렸다. 그가 이적을 행하자 병사들은 그가 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펜테우스만은 오직 분노와 경멸로 디오니소스를 대했다. 결국 디오니소스는 펜테우스를 자신의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하여 끔찍한 비극이 생겨났다. 펜테우스의 어머니와 이모들은 이미 디오니소스의 신도들이었는데, 디오니소스는 이들을 미치게 하여 펜테우스를 들짐승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여인들이 환가상태에서 달려들어 펜테우스를 갈갈이 찢어 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난 펜테우스의 어머니 아가베 Agave는 제 손으로 아들을 비참하게 죽인 극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디오니소스는 환희의 불꽃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자신을 비웃는 자들을 먹이감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것이 술의 이중성이기도 하다.

시인은 노래한다.

디오니소스의 술은
검은 근심들을 멀리 떠나보내고
마음은 흰구름처럼 즐거워지네
가난한 자는 여유를 알고, 이미 부유한 자는 너그러워지나니
포도주로 만든 불꽃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네

잠시 동안 취하게 하기도 하고
영감으로 영원히 취하게도 하나니
'생전에는 즐겁게 살고
죽을 때는 희망을 품고 죽게 하는구나' (주*)
술은 작은 자도 신이 되게 하는 놀라운 발명

(주 *) 신비의식에 대하여 키케로가 한 말이다.

IP *.128.229.239

프로필 이미지
2016.05.25 12:01:30 *.212.217.154

디오니소스.

그의 아내 아리아드네,

비극적으로 죽었지만, 극적으로 구원된 어머니 세멜레

또 그런 어머니를 사랑하며, 죽음으로 몰고갈 수 밖에없었던 운명의 아버지 제우스,

경멸과 분노의 대가로 친족에게 찢겨죽임을 당한 펜테우스...

역설과 모순, 그 속에 숨겨진 운명.

또한 그런 운명을 바꾸어 놓는 모험과 도전.

신화란 우리 삶을 고스란히 녹여놓은 책 인가봐요^^

프로필 이미지
2019.04.08 10:17:28 *.212.217.154

오랜세월 내려오는 신화처럼

스스로의 운명도 하나의 신화처럼 생각할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영웅의 여정처럼 빛날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주어진 여정의 길을

오늘도 묵묵히 걸어간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3 젊음 한창 때 [16] 구본형 2011.11.23 37214
562 젊음의 경영 [3] 구본형 2011.11.21 7427
561 헤파이스토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아내로 얻은 추남-----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12 file [3] 구본형 2011.11.09 11350
560 꿈벗 가을 소풍기 [11] 구본형 2011.11.03 6462
559 아가멤논의 죽음, 그리고 오레스테스의 복수 -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11 file [2] 구본형 2011.11.01 21257
558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고대 최고의 훈남과 부덕(婦德)의 여인 -나의 그리스신화 독법 10 file [2] [1] 구본형 2011.10.25 12124
557 아킬레우스, 노래하소서 여신이시여 나의 분노를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9 file [2] 구본형 2011.10.20 11858
556 안티고네, 비극과 함께 하는 불멸의 여인 - 나의그리스 신화 독법 8 file [3] 구본형 2011.10.14 355182
555 오이디푸스,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 - 나의 그리스 신화 읽기 8 file [7] [2] 구본형 2011.10.10 16301
554 은궁의 신 아폴론-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7 file [2] 구본형 2011.10.06 11983
553 아스클레피오스 -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6 [2] 구본형 2011.09.30 6608
552 테세우스, 영광과 실수-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5 file [2] 구본형 2011.09.28 7709
551 테세우스, 영광과 실수-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5 file [2] [2] 구본형 2011.09.26 8330
» 디오니소스, 죽어야 다시 살아나니 -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4 file [2] [1] 구본형 2011.09.24 12685
549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3 - 다이달로스,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 ? [2] [9] 구본형 2011.09.23 7789
548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2 - 아리아드네, 미망과 혼돈에서 벗어나는 실 끈 [3] 구본형 2011.09.22 174307
547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1 - 미노스 [3] 구본형 2011.09.21 10569
546 빈공간은 왜 필요한가 ? - 데모크리토스의 생각, 생각탐험 27 [3] 구본형 2011.09.12 8114
545 정의란 무엇인가 ? - 비빔밥 버전 [7] 구본형 2011.09.07 7076
544 시도하라,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 처럼 [10] 구본형 2011.08.26 8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