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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6일 08시 15분 등록

4-1. 테세우스, 프로크루스테스를 죽이고 영웅이 되다

아테네인들은 그리스의 영웅들 중에서 테세우스를 가장 사랑하였다. 테세우스 이전의 아테네는 아직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테세우스 이후에 아테네는 비로소 위대한 아테네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테네인들은 '테세우스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그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Aegeus)의 아들이었으나 어려서 그리스 남부에 있는 어머니의 고향에서 자랐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게우스는 커다란 바위 밑에 칼 한 자루와 신발 한 켤레를 감추어 두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테세우스가 자라 그 바위를 들어 신물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자라면 아테네에 있는 자신에게 보내라고 말했다. 세월이 지나 테세우스는 씩씩한 청년이 되었다. 그리하여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로 향했다. 아테네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강도들이 출몰하여 행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스키론 Sciron이라는 강도는 행인을 잡아 무릎을 꿇고 자신의 발을 씻기게 했다. 그리고 발로 차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려 죽였다. 테세우스는 스키론을 잡아서 그가 행인을 죽일 때 썼던 똑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시니스 Sinis라는 강도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땅까지 잡아 늘인 후 행인을 나무 사이에 묶어 소나무를 되놓아 탄력으로 찢어 죽였는데 테세우스도 똑 같은 방법으로 시니스를 죽였다.

테세우스가 죽인 강도 중에서 가장 특이한 강도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자였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강가에 집을 짓고 나그네를 유혹해서 죽였다. 그의 집에는 철침대가 있었는데 나그네는 그 침대에 눕혀졌다. 나그네의 키가 침대 보다 길면 남는 만큼 절단해 죽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 보다 짧으면 침대의 길이에 맞도록 잡아 늘려서 죽였다. 프로크루스테스 Procrustes 라는 이름은 '잡아 늘이는 자' 혹은 '두드려서 펴는 자'라는 뜻이다. 테세우스는 이 강도를 잡아 그의 침대에 눕히고 그가 '나그네에게 했던 방법 그대로' 그를 죽였다. 다만 잡아 늘이는 방법을 썼는지 자르는 방법을 썼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Procrustean bed로 종종 회자되는 이 짧고 유명한 이야기는 자기가 세운 일방적 기준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억지로 꿰맞추고 재단하는 독선과 편견을 뜻하는 관용구가 되었다 

테세우스.jpg

(프로크루스테스를 죽이는 테세우스)

아테네에 도착하기도 전에 테세우스는 이런 골칫거리 강도들을 소탕한 영웅으로 자자한 명성을 누렸다. 아이게우스는 테세우스가 가져온 신표를 보고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온 아테네에 알렸다. 아들의 용맹함은 그 아버지를 기쁘게 했다.

시인은 노래한다

옛날 아테네의 강가에
사람을 죽이는 강도가 있어
침대 위에서 사람을 죽였지
작은 사람은 침대만큼 늘여 죽이고
큰 사람은 침대에 맞게 잘라 죽였지

아직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위에서
고정관념이라는 철제 침대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
그대로 되먹여치기를 당하듯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세상도 우리에게 보답하나니
자기혁명은 현실보다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4-2 테세우스,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아비를 잃다

테세우스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바로 미노스 왕의 미로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일이다.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로서는 크레테의 미노스 왕의 지배력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상징적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게우스는 승리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죽고 만다.

위험한 모험을 시작하기 전에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약속하였다. 만일 아들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젊은이들을 데리고 되돌아오게 된다면 흰 돛을 달고 올 것이고, 실패하여 죽게 된다면 선원들이 검은 돛을 달고 올 것이라는 약속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을 떠나보내고 며칠 동안 아크로폴리스에서 바다를 응시하곤 했다. 드디어 저 멀리 아들을 실고 크레테로 떠났던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 배에는 검은 돛이 걸려 있었다. 아들이 죽었다고 믿은 아버지는 절망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높은 절벽에서 바다로 몸을 날려 떨어져 죽고 말았다. 아이게우스가 빠져 죽은 그 바다는 그후 부터 에게해 Aegean 라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테세우스는 승리하여 되돌아오고 있었으니 아버지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 되고 말았다. 어째서 테세우스는 흰 돛으로 바꾸어 달아야하는 그 중요한 일을 잊었을까 ? 어째서 그가 떠난 후 아버지가 매일 바다를 응시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 어쩌면 승리가 그를 도취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고, 오만이 약속을 잊게 했는지도 모른다.

또 한 가지 유력한 정황이 있다. 그것은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 남겨두고 떠나라는 아테나의 신탁에 따라야했던 그가 배신감과 자괴감 속에서 깊이 상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말 그랬을까 ? 그렇다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한 여인을 버려야 했던 비탄이 실수로 아버지를 죽이게 되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테세우스의 비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치 아리아드네의 실타레처럼 하나의 슬픔이 다른 슬픔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의 원인이 되어 서서히 전개되어 갔다. 테세우스가 가는 곳 마다 수없이 많은 영웅적인 행동들로 그의 영광은 더욱 더 빛나지만 그와 함께 그의 비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점점 더 크게 자라나고 있었다.

시인은 노래한다

미궁에서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버리고 떠나야하네
이 무슨 아픈 배신인가
사랑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내
영웅이 무슨 소용인가

아비를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한 여인
잡아야 할 손은 자신의 손 밖에 없는
그 손을 남 몰래 놓아버리고
검은 돛을 단 채 제 아비를 죽이고 말았구나
언니를 버리고 동생을 취해 비극은 더욱 깊어지나니 (주*)

(주*) 나중에 테세우스의 아내가 되는 파이드라는 아리아드네의 동생이다. 두 사람 모두 크레테의 미노스왕과 파시파에 사이의 딸들이다.

IP *.160.33.10

프로필 이미지
2016.04.28 09:54:54 *.170.174.217

비극과 희극의 교차하는 역설이 주는 교훈.

영원한 희극도, 영원한 비극도 없다.

그 사이를 오가며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

그 차이를 즐길 수 있기를.

프로필 이미지
2018.07.30 12:10:45 *.143.63.210

가끔, 고전속에서 무엇을 배우는것이

쉽지 않는일입니다.

신화속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지만, 쉽지않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 질문 안에서 답을 찾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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