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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30일 18시 41분 등록

5-1 아스클레피오스, 아폴론과 코로니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테살리아의 라리사에는 코로니스라는 아름다운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너무 눈부셨기에 태양의 신 아폴론이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니스는 신보다는 사람을 좋아했다. 웬일인지 알 수는 없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한 청춘의 애인이 언제가 늙어야 하는 육체의 인간을 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코로니스는 신의 충실한 애인이 되기보다는 자신의 낭만을 ㄸㅏ랐다. 그녀는 언제나 모르는 사람들에게 반했다. 특히 인간이라는 피조물 중에서도 가장 허영심이 많은 자, 그러니까 시인 핀다로스의 표현을 빌리면 '자기 앞에 있는 것을 돌보지 않고 실현 될 수없는 희망을 좇아 유령을 따라 다니는 자' 들에게 반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배 속에 순수한 신의 씨앗을 품고 있었지만, 바람처럼 라리사를 지나가는 테사리아의 한 젊은이를 더 사랑하여 잠자리를 같이 했다.

아폴론이 늘 데리고 다니는 신조(神鳥)인 큰까마귀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폴론에게 이 사실을 고자질했다. 아폴론의 머리에서 월계관이 흘러 떨어졌고, 진노로 낯빛이 변한 그의 손에서 수금을 켜는 채가 떨어졌다. 늘 쓰는 무기인 활을 찾아들고 절대로 피할 수 없는 화살을 먹여 그 부드러운 가슴의 맛을 잊을 수 없는 코로니스의 젖가슴을 향해 깍지를 놓았다. 코로니스는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희고 긴 손가락은 피로 물들었다. 죽어가며 그녀는 부르짖었다.

"아폴론이여, 나를 죽으시더라도 당신의 아이나 낳고 난 다음 죽이실 것을... 화살 하나에 두 명의 목숨이 끊어집니다"

아폴론은 곧 후회했다. 벌이 너무 가혹했다 생각했지만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죽어 식어가는 애인을 신으로서도 어쩌지 못했다. 코로니스의 아름다운 몸은 장작더미 위에서 올려졌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넘실거리며 막 그녀를 덮쳐갈 때, 아폴론은 황급히 불길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불길은 좌우로 갈라졌다. 아폴론은 코로니스에게 다다가 그녀의 배에서 자신의 아이를 꺼내 따로 기르게 되었다.

이 비극적 살인이 끝나자, 아폴론은 큰까마귀의 말을 듣고 분노로 앞뒤가리지 못한 자신을 꾸짖었다. 자신의 활, 그리고 그 활을 당긴 자신의 손이 미웠다. 더우기 코로니스의 부정을 고자질하여 자기로 하여금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한 큰까마귀가 미워 견딜 수 가 없었다. 고자질을 하고 큰상을 기다리던 충실한 큰까마귀는 아폴론의 저주를 받았다. 눈처럼 흰 깃털은 검게 바뀌고, 큰까마귀는 더 이상 흰 새들의 무리에 낄 수 없게 되었다.

시인은 말한다.

사랑을 하면 배신을 하지 말고
비밀을 보았거든 입을 덮어 바위가 되라
비밀이 자라 곧 피처럼 붉은 불행이 되리니
그 비밀에서 멀리 도망쳐라
숨겨 어두운 것은 언젠가 밝은 곳이 되는 법

결코 불행을 전하는 전령이 되지 말지니
사랑할수록 미움도 크고
복수가 지나칠수록 후회도 크니
언젠가 분노 속에서 저지른 일을 뉘우칠 때,
그 일을 전한 자를 가장 미워하리라

5-2 아스클레피오스, 그래 그 일을 하다 죽자

'고통을 없애주는 상냥한 장인,
지독한 아픔을 덜어주는 이,
건강을 되찾아 주는 기쁨의 원천'

이것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Asclepios 에게 돌려진 영광의 노래다. 그는 아폴론과 코로니스의 비극적 사랑 사이에서 태어났다. 화염 속에서 코로니스의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낸 다음 아폴론은 자신의 제자인 케이론 Chiron에게 이 아이를 맡겼다. 케이론은 몸은 말이고 상체는 사람인 켄타우로스였는데,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남매로부터 의술과 사냥 그리고 예언을 배운 현인이었다. 케이론은 이 아이를 의사로 키웠다. 이 아이가 자라서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오스가 되었던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출생도 비극이었지만 죽음도 비극이었다. 의신으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어느 날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방문을 받았다. 여신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계모를 사랑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은 히폴리토스를 되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오비디우스(주 *) 의 표현에 의하면 히폴리토스의 사체는, '마차가 바위에 부딪히는 바람에 살아있는 내장은 튀어나오고, 힘줄은 나무뿌리에 걸려 끊어지고, 뼈는 부러지고, 사지는 따로 놀아, 어느 하나도 예전의 그 사람임을 알아 볼 수 없게 된, 육신이 전부 그저 거대한 하나의 상처'였다고 한다. 의신 아스클레피오스는 그의 사체를 붙이고 이어 되살려 내었다. 죽어야할 운명을 타고난 인간으로써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것이다. 다시 살아난 히폴리토스가 신들의 시기와 벌을 받지 않도록 아르테미스는 그의 나이를 늘여주고,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성형해 주었다. 그의 이름도 이제 더 이상은 '말에 의해 찢겨진 자' 히폴리토스 Hippo-lytus가 아니라 비르비우스 Vir-bius, 즉 '되살아 난 영웅' 이라는 뜻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아르테미스의 추종자가 되어 그녀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신들을 속일 수는 없었다. 신들은 분노했다. 영원한 생명은 인간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벼락을 내리쳐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여 버렸다. 다른 사람을 살려냈다는 이유로 자신은 죽음을 당한 것이다.

시인 핀다로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아, 나의 영혼이여 불멸의 삶을 갈구하지 마라. 그 대신 너에게 주어진 운명에 지치도록 탐닉하라. 어찌하여 불가능한 일을 탐하는가 ? 발 앞에 일을 직시하라. 발 앞에 놓인 인간의 운명, 죽어야할 우리의 조건을 잊지 마라.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후로도 수백년 동안 사람들은 병과 고통을 치유받기 위해 제물을 마련하여 그의 신전에서 기도를 드렸다. 꿈 속에서 그가 나타나 치유법을 알려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색처럼 푸른 눈을 가진 뱀들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성한 종으로 여겨졌다. 아직도 우리는 구급차에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이를 감싸고 있는 뱀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과 문명으로 남아 면면히 이어진다.

그는 타고난 운명대로 천직을 다했다. 그가 불가능한 일을 추구하다 신의 진노로 죽었지만 그것조차 그의 운명이었다. 그러니 진력을 다하다 죽으면 그만이다. 현실을 아는 자들은 신이 그에게 허락한 것을 즐길 줄 안다. 그러나 높은 하늘을 지나는 바람은 수시로 그 행로를 바꾸니 무엇이 운명인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인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 곧 인간의 조건이다.

시인은 노래한다.

자신의 일을 하다 죽기 바라네
태어난 운명대로 길을 가고
그 길 위에서 늙으리니
죽을 때 까지 해야하는 일이 바로 천직이니
천직을 다한 사람은 죽어서 별이 되나니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그만두고,
평생 가야할 길로 들어선 자는
황금의 시기를 맞이하리니
그들에게 퇴직은 없다
죽음이 바로 퇴직이므로

IP *.160.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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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2 10:02:06 *.212.217.154

운명.

스스로에게 주어진 명과

그 안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운.


명을 바꿀수는 없지만, 어떻게 쓰느냐는 자신의 운에 달린것이겠지요.

최선을 다해 삶을 살기를 바라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맞길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12.02 13:30:02 *.32.9.56

평생 가야할 길로 들어선 나,

황금의 시기를 준비하자.

퇴직은 없고, 오직 죽음만이 유일한 퇴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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