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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6일 08시 08분 등록

아폴론과 델포이 신전

아폴론은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이며,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쌍둥이 남매간이다. 올림포스 12 신 중의 하나로 태양의 신이다. 의술의 신이며 음악과 시의 신이기도 한 그는 헤르메스가 선사한 리라를 잘 연주한다. 은궁(銀弓)을 잘 쏘아, 겨냥하면 놓치는 법이 없다. 트로이 전쟁에서는 그리스군의 사령관 아가멤논이 아폴론 신전의 사제인 크리세즈의 딸을 범하자 분노하여 아흐레 동안 쉬지 않고 시위를 먹여 은빛 화살들을 퍼부었다. 화살은 역병이 되어 그리스군들을 쓰러뜨렸다. 그를 상징하는 나무는 월계수이며, 백조와 흰색 까마귀가 그의 신조(神鳥)이다.

apollon1.gif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레토가 제우스 다음 가는 강력한 젊은 올림포스 신 둘을 낳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출산을 막기 위해 큰 뱀 피톤으로 하여금 쉬지 않고 레토를 추격하여 햇빛이 닿은 어디에서도 아이를 낳지 못하게 명령했다. 모든 땅들이 헤라의 저주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레토는 아이를 낳을 자리를 찾지 못했다. 정처없이 떠돌다가 오르티기아 섬에 당도하자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섬 위로 파도를 솟구치게하여 잠시 햇빛을 막아주었다. 햇빛이 없는 동안 레토는 얼른 아이 하나를 분만했다. 동생 아르테미스가 먼저 나왔다. 아르테미스를 낳은 레토는 남은 아이 하나를 더 낳기 위해 이웃에 있는 델로스 섬으로 갔다. 이번에는 헤라가 분만의 여신 에일레이티아를 붙잡아 둬 레토의 해산을 방해했다. 분만의 여신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레토는 아흐레 동안 괴로워했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가 보다 못해 황금 목걸이로 에일레이티아를 매수했다. 이리스와 에일레이티아는 비둘기로 변해 레토의 해산을 도와주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가 아폴론이다.

아폴론은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델포이로 가서 줄곧 어머니 레토를 괴롭혔던 큰 뱀 피톤을 화살로 쏘아 죽여 버렸다. 아름다운 '벨베데레의 아폴론' 상은 피톤을 죽인 다음의 이 신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시인 바이론은 '해롤드경의 순례' 제 4편에서 이때의 사건을 이렇게 노래했다.

보라, 표적을 놓치지 않는 은궁의 신을,
생명과 시와 빛의 신을,
인간의 모습을 한 태양신을, 그리고
전투의 승리에 빛나는 그의 이마를,
화살이 막 활을 떠났다. 신의 복수로 빛나는 화살이,
그의 눈에도 콧구멍에도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름다운 힘과 위엄이
전광처럼 번쩍이고, 언뜻 한 번 보는 것만으로
천제를 보는 것 같으니

큰 뱀 피톤을 죽인 그는 그 땅을 차지하여 자신의 신전으로 삼았다. 파르나소스 산의 남서쪽 중턱에 위치한 델포이 아폴론 신전은 그 신탁의 영험함 때문에 고대 그리스 신전 중에서 가장 번창한 성소가 되었다. 헤로도투스는 자신의 저서 '역사' 속에는 리디아의 왕 크라이소스가 세계 각지에 있는 성소들의 신탁을 비교하여 그 영험함을 시험해 보았는데, 그 중에서 '델포이 아폴론 신전의 피티아 Pythia 들이 전하는 신탁이 최고'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델포이는 땅의 배꼽인 옴파로스가 놓여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제우스가 세상의 남쪽과 북쪽 끝에서 각각 독수리를 날려 보냈는데, 델포이에서 서로 만났기 때문에 이곳을 세상의 배꼽이라고 불렀다. 원래 이곳은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이었다. 코레타스라는 양치기가 델포이 신전 자리를 지나다가 어떤 향기에 취해 황홀경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에 이 궁벽한 장소가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황홀경에 빠지는 것을 일종의 신탁을 받은 것으로 여겨 여러 신들을 모신 신전들이 여기에 세워졌으나 최종적으로 아폴론 신전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특히 신탁을 전해주는 장소를 아디톤이라고 부르는데, 그 안에서는 종종 향긋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플루타르코스는 이 알 수 없는 향기를 프네우마라고 불렀다. 이것은 일종의 바람 같은 영혼의 기운으로 여겨졌다. 플루타르코스는 델포이 인근의 보이오티아 지역 출신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의 신관으로 피티아들이 전하는 신탁을 옮겨 적는 일을 맡아했다. 그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신탁을 듣기 위해 신전을 찾아온 많은 유력자들을 그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티아 여사제들은 삼각 다리를 가진 의자에 앉아 작은 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프네우마에 취해 무아지경 속에서 중얼 거리는 신탁을 신관들이 운문으로 옮겨 의뢰인에게 알려 주었다. 프네우마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화산 가스의 일종이라고도 하고, 단층면에서 올라오는 에틸렌 가스 성분이라기도 한다. 물론 사기였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델포이 아폴론 신전의 피티아가 전해주는 신탁에 의해 효험을 본 부유한 의뢰인들은 감사의 댓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한때 델포이의 보물 창고는 진귀한 보물들로 가득했다.

아폴론은 잘 생기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그려졌다. 그러니 그에게는 많은 사랑 이야기들이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염복(艶福)이 많은 신은 아니었다.
apollon2.jpg


아폴론의 첫사랑은 다프네였다. 에로스의 짓궂은 장난으로 이 사랑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어린 에로스가 활과 화살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을 본 아폴론은 갓 피톤을 이긴 승리감에 젖어 에로스를 놀려 주었다. 그러자 에로스는 두 개의 화살을 날렸다. 금촉을 가진 뾰죽한 사랑의 화살은 아폴론에게 그리고 납빛 거부의 무딘 화살은 물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의 가슴을 향해 쏘았다. 그러니 아폴론은 다프네를 향한 사랑으로 그녀를 쫒고, 다프네는 아폴론을 피해 도망다니게 되었다. 그 뒤를 쫓으며 아폴론이 외친다.

"기다려요. 나는 늑대가 아니라오. 내가 그대를 쫓는 것은 사랑하기 때문이오. 나는 시골뜨기도 무식한 농사꾼도 아니오. 나는 델포이의 왕이며 내 아버지는 제우스요. 나는 미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소. 나는 노래와 리라의 신이오. 나의 화살은 표적을 놓치지 않는다오. 아, 그러나 나의 화살보다도 더 치명적인 화살이 나의 가슴을 맞추었다오. 나는 약의 신이며 모든 약초의 효능을 알고 있오. 그러나 아, 나는 내가 앓고 있는 이 병을 어떠한 약으로도 고칠 수 없구려"

아폴론이 거의 다 다프네를 추격하여 그녀의 머리카락 위로 아폴론이 헐떡이는 숨결을 내쉴 때, 다프네가 외쳤다.

"아버지, 나를 살려 주세요. 땅을 열어 나를 숨겨 주시던지, 이와 같은 처지로 나를 몰아 온 내 모습을 바꿔주세요"

그러자 다프네의 모습이 변하여 서서히 보들거리는 피부는 거친 껍질로 덮히기 시작하고 치렁거리던 머리카락은 가지와 잎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폴론은 변해가는 그녀를 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슬피 말했다.

" 그대는 이제 나의 아내가 될 수는 없으니 나의 나무가 되게 하리라. 그대를 나의 왕관으로 쓰리라. 그대를 가지고 나의 리라와 화살통을 장식하리라. 위대한 정복자들이 개선할 때 그 머리 위에 그대의 잎으로 엮은 승리의 관을 쓰게 하리라. 나는 영원한 청년이니 그대 또한 영원한 상록수가 되게 하리라. 그리하여 그대의 잎이 시들어 떨어지지 않게 하리라"
Apollon_et_Daphne.jpg

그러자 다프네는 머리를 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이렇게 아폴론의 첫 사랑은 끝났으나 그의 사랑의 이야기는 영원히 남아 전해지게 되었다.

  코로니스와의 사랑 역시 비극으로 끝났다.  또 나폴리 근처의 그리스 식민지였던 쿠마에의 무녀 시빌라 Sibylla와의 사랑도 씁쓸하게 끝나고 말았다. 아폴론에게 천년의 수명을 얻었으나 영원한 젊음을 함께 달라는 것을 잊었던 그녀는 늙고 추하게 된 다음에는 어서 죽기만을 바랐다. 아폴론에게는 또 하나의 불쾌한 사랑이 있었다. 아폴론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카산드라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 사랑의 징표로 미래를 예언 할 수 있는 능력을 달라고 청했다. 아폴론은 그녀에게 예언의 능력을 주었다. 그녀가 자신의 미래를 보는 순간, 신인 아폴론은 여전히 청년으로 남아 있는데 자신은 늙어 추하게 변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카산드라는 그것이 싫었다. 그녀는 '신과 인간의 약속에서 신은 인간에게 한 약속을 어길 수 없지만, 인간은 그 약속을 어길 수 있다'라고 말하며, 아폴론의 사랑을 거절하였다. 아폴론은 카산드라와 작별의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의 혀로부터 예언을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 버렸다. 카산드라는 미래를 볼 수 있어 예언을 할 수는 있지만,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다. 그리스인들이 만들어 놓고 퇴각한 트로이의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는 것을 반대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트로이는 멸망하게 되었다. 트로이가 무너진 후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의 전리품이 되어 그의 또 다른 아내가 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산드라의 눈에는 자신과 아가멤논의 불행한 미래가 명확히 보였다.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예언가의 절망을 다시 느끼게 된다. 카산드라는 이렇게 말한다.

"명성 높은 왕 아가멤논은 헬레네보다 더욱 불길한 왕비를 맞는 일이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를 죽이고 그의 일족을 멸망시켜 아버지와 형제들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어요..... 제 목덜미가 그의 황천길의 동행이 되어 도끼에 피를 묻히고, 이 혼사로 자식이 어미를 죽여 아트레우스 집안을 뒤흔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소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주*)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은 카산드라를 데리고 귀국하던 첫날 밤, 목욕탕에서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의 손에 죽게 된다. 이때 카산드라도 자신의 예언대로 함께 피살되고 만다. 나중에 오레스테스는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지만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들의 추격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예언이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조차 구하지 못하는 절망 속에서 그녀는 수없이 아폴론의 이름을 되뇌였다.

아폴론은 그리스인들에게 가장 널리 숭상된 영향력있는 신이었다. 그들은 아폴론을 사랑하여 포이보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 뜻은 '밝다' 또는 '순수하다'라는 뜻이다. 오직 제우스와 레토만이 태양신 아폴론의 존재를 견딜 수 있었다. 그에 대한 두려움과 권위는 그가 가지고 다니는 활로 나타났고, 그의 부드러움은 리라로 표현되었다. 음악과 시와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세 가지 기능의 불가분성 때문인 것 같다. 시인이자 의사인 존 암스트롱은 '음악은 온갖 기쁨을 드높이고, 모든 슬픔을 진무한다. 모든 병을 몰아내고, 고통을 어루만져 주니, 옛부터 고대의 현자들은 의술과 음악과 시가를 떼놓지 못하고 함께 숭상했다'라고 이 연결성을 설명한다.
delphi_3.jpg

델포이는 아테네에서 서북쪽으로 육로로 약 180 km 정도 떨어져 있다. 바닷길로는 코린토 북쪽에 있는 코린토만을 건너 이테아 Itea 포구에 내리면 불과 20km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옛날의 영화를 반영한 기둥들이 신전 유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약 5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극장은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4대 범그리스적인 경기 중 하나인 피티아 경기가 4년마다 델포이 열리곤 했다. 피티아 경기가 열렸던 경기장 역시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옴파로스 바위는 델포이의 박물관에 보관 전시되어 있다.


*주*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트로이의 여인들' 중에서

IP *.128.22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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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14:08:24 *.212.217.154

갑자기 그리스가 그리워 지는 글 입니다.

그리스에 가서 델포이 신전을 보고 와야겠습니다.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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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09:45:00 *.72.83.152

끊임없이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리스 신화.

우리를 앞서 살아갔던 세대들의 상상력 위에 올라설 수 있었기에

지금 우리들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이 가능한 것이겠지요.

지금을 사는 우리들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해 일어설 어깨를 준비해야할 이유일겁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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