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11853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1년 10월 20일 08시 37분 등록


   트로이는 난공불락이었다. 9년이 넘어 10년의 세월에 지나갔지만 트로이는 점령되지 않았다. 전쟁은 지루한 공방전이었다. 그리스인들은 낙담하고 향수병과 질병 속에서 죽어갔다. 그러나 시작을 하면 끝이 있는 법, 트로이 전쟁은 서서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시작된다. 모든 전쟁은 참혹하다. 그러나 '일리아드'는 아름답다. 아킬레우스는 일리아드 속 수많은 영웅들 중 가장 빛나는 용장이었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추한 전쟁은 예술과 문학이 되었다.

  그녀는 저녁 바다에서 떠오르는 달처럼 아름다웠기에 신들이 다투어 사랑했다. 특히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이 은빛 발을 가진 바다의 여신 테티스 Tetis를 흠모하였다. 그러나 신들도 어찌할 수 없는 신탁에 의하면, 테티스의 아이는 그 아버지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말에 기겁을 하여 그 사랑을 거두어 들였다. 제우스는 테티스를 인간에게 시집보내기로 작정했다. 그 대상자로 테살리아의 왕 펠레우스를 선택했다. 제우스는 펠레우스에게 테티스를 꼭 잡고 어떤 경우에도 놓지 말라고 말했다. 테티스는 이 결정을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펠레우스가 그녀를 꼭 잡자 때로는 불이 되고 때로는 물이 되고 때로는 짐승으로 변해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뚝심의 펠레우스는 그녀가 원래대로 돌아 올 때 까지 끈질기게 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테티스도 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킬레우스가 태어났다. 모든 인간을 능가하는 영웅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아킬레우스는 태어나면서 또 하나의 신탁을 받게 되었다. 만일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평범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살 수 있지만, 트로이 전쟁에 참가한다면 가장 용맹한 용사의 명예를 얻게 되겠지만 단명하게 죽고 말 것이라는 계시였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어머니가 대신 아들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 아들이 단명할 것임을 슬퍼한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여자 옷을 입혀 여자들 사이에서 자라게 하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평범하지만 오래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킬레우스 없이는 트로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예언자 칼카스의 신탁 때문에 오딧세우스는 여자들 사이에서 아킬레우스를 찾아 전장으로 데리고 나온다. 아킬레우스 역시 무사로서 살아가는 삶에 흥분했다. 그는 새로운 운명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는 짧지만 빛나는 최고의 용장으로 사는 인생을 선택한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50척의 함선에 수많은 뮈르미도네스 족을 이끌고 참전하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

여신은 무사이 여신을 뜻한다. 특히 아홉 명의 무사이 여신 중 서사시의 여신인 '아름다운 목소리' 칼리오페 Calliope를 부른 것이다. 그리스군들은 9년이나 트로이를 공격했으나 함락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인근의 트로이의 우방들을 공격하여 전공을 세웠다. 그때 아킬레우스는 브리세이스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얻게 되고 아가멤논은 크리세이스라는 여인을 전리품으로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크리세이스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 크리세즈의 딸이었기 때문에 아폴론은 그 불경을 물어 그리스군에 역병을 돌게 하였다. 그 역병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 크리세이스를 돌려 보내야 했던 아가멤논은 총사령관인 자신에게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인 아름다운 브리세이스를 양보하라고 강요했다. 알촉즉발의 대치 속에서 아테나 여신의 중재로 브리세이스를 양보한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차 출전을 거부했다. 모든 전장터를 통틀어 제일의 용사가 나서지 않는 그리스군은 번번히 패하여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보다못해 아킬레우스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시종인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스의 군사들을 이끌고 출전했다. 아킬레우스는 그를 위하여 자신의 투구와 갑옷을 빌려주었다. 그러나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의 용장 헥토르에 의해 창에 찔려 죽게되었다. 아킬레우스가 입혀준 그의 무구들은 헥토르에게 빼앗겼다. 친구가 갑옷을 빼앗기고 벗은 몸으로 죽어 돌아오자 아킬레우스는 분노와 '슬픔의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그 모습은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서 이렇게 묘사한다.

"두 손으로 검은 먼지를 움켜쥐더니 머리에 뿌려 고운 얼굴을 더렵혔다. 그의 향기로운 옷에도 검은 재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신은 먼지 속에 큰 대자롤 드러누워 제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었다.... 아킬레우스가 무시무시하게 통곡하자 그의 어머니가 바닷 속 깊은 곳에서 이 소리를 듣고 크게 비명을 지르니..."

파트로클로스의 죽음.jpg

은빛 발을 가진 테티스는 단숨에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그를 찾아왔다. 당장 출전하여 헥토르를 죽이고 파트로클로스의 원수를 갚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헥토르 다음에는 네가 죽게 될 것'임을 설득하여 참게 하려한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에게 울부짓는다. 그리고 아가멤논과의 불화를 잊고 당장 출전하기를 바랐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어요...제 도움이 필요했는데도 저는 파트로클로스를 파멸에서 구해주지 못했어요... 부디 불화는 신들 사이에도, 인간들 사이에서도 사라지기를! 그리고 노여움도 ! 그것은 현명한 사람도 거칠게하고, 그것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해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연기처럼 커져갑니다. 꼭 그처럼 저도 인간들의 왕 아가멤논에게 분노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지난 일을 잊어버리고 가슴 속 마음을 억제해야지요. 이제 저는 나가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헥토르를 만나기 위해서"

그러자 테티스 여신은 아킬레우스에게 기다리라 말하고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방패와 투구와 복사뼈 덮개가 달린 아름다운 정강이받이와 가슴받이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자 테티스에게 목숨을 빚진 일이 있는 이 거대한 절름발이 대장장이의 신은 당장 스무개의 풀무를 용광로 아래 불어 넣어 불을 조절하더니 가장 먼저 크고 튼튼한 방패를 만들었다. 사방에 교묘한 장식을 새겨넣고 가장 자리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세겹의 테를 두르고 은으로 된 멜빵을 달았다. 방패자체는 다섯겹이었으나 그는 그 방패에 가자가지 교묘한 형상을 아로 새겨 넣었다 (주*) 방패가 만들어 지자 헤파이스토스는 불빛보다 더 반짝이는 가슴받이를 만들고 투구를 만들어 그 위에 황금술을 달았다. 그 다음에 유연한 주석으로 정강이받이를 만들었다.

vulcan_forging_armour_achille_hi.jpg

(테티스의 요청으로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만들어 주는 헤파이스토스)

테티스는 번쩍이는 무구를 들고 눈덮힌 올림포스에서 매처럼 뛰어 내렸다. 이 아름다운 무구를 받아든 아킬레우스는 흡족하였다. (주**)

그리고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와 싸운다. 헥토르가 당하지 못하고 도망간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쫓아 성벽 주위를 세바퀴 돈 다음에 헥토르가 멈추자 죽인다. '일리아드'의 마지막 종장인 24권에서 아킬레우스는 자기의 전차 뒤에 헥토르를 매달고 파트로클로스의 화장터 주위를 세차례나 돌며 끌고다닌다.

bilder_paul-peter-rubens-achilles-besiegt-hektor-08616.jpg
(헥토르의 목숨을 거두는 아킬레우스, Paul Peter Rubens

  헥토르가 죽은 다음, 아킬레우스 역시 신탁이 말하는 대로 단명한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는 파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가 꿰똟려 죽고 만다. 빠른 발의 아킬레우스가 태어 날 때, 어머니 테티스는 그를 스틱스 강에 담가 어떤 인간의 칼과 창으로도 그를 죽일 수 없는 불사의 몸을 만들어 주려 했으나 발목을 잡았던 부분만은 강물에 닿지 않아 그 부분이 약점이 되었다.

RubensAchillesSeries.jpg

바로 그 약점을 파리스의 화살이 맞힌 것이다. 아폴론이 파리스의 활을 빌어 그의 은궁을 쏨으로써 그의 목숨을 거두었다. 그리하여 태어날 때부터 모든 인간을 능가하게 태어난 영웅 아킬레우스는 이렇게 죽었다.

  호메로스가 그린 아킬레우스는 빛나는 눈에 금빛 머리카락을 날리는 목소리가 우렁찬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는 두려움을 몰랐으며, 싸우는 것에 가장 큰 열정을 느꼈다. 그는 젊은이답게 격렬하면서도 명예를 존중했다. 젊은 아킬레우스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배움을 준 스승은 켄타우로스인 케이론이다. 바로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의술을 가르쳐준 현명한 인물이다. 케이론은 아킬레우스에게 사냥하는 법과 말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또 노래와 리라 연주도 가르쳐 주었다. 더불어 세속적인 부에 대한 경멸, 거짓에 대한 혐오, 정념과 고통에 대한 절제등 고대의 미덕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의 육체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케이론은 그에게 용맹을 심어 주기 위해서 사자와 멧돼지의 내장을 먹였으며, 온화함을 키우기 위해서 꿀을 먹였고, 설득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곰의 골수를 먹였다.
아킬레우스의 교육 - 유화.jpg

  아킬레우스는 죽은 헥토르의 시신을 모독하고 잡힌 트로이 포로를 죽이고 정염에 불타올라 죽은 뒤 무덤 속에서 까지 자신이 사랑하여 함께하고 싶어했던 프리아모스의 딸 폴릭세네를 제물로 바치라고 말할 만큼 이기적이고 잔인하기도 했다.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 받기 위해 프리아모스 왕이 아킬레우스를 찾아 왔을 때 함께 대동한 폴릭세네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아킬레우스는 그녀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자 죽은 다음에 그녀를 자신의 무덤에 희생물로 바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본성은 부드러웠고, 케이론의 교육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리라와 노래로 근심을 가라앉히고, 파트로클로스와는 우정을 나누고, 브리세이스와는 사랑을 나누었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 테티스를 공경했고, 신들의 뜻을 알았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그것을 실행했다. 프리아모스가 찾아와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 달라고 할 때는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트로이를 돕기 위하여 헥토르의 장례식에 맞추어 참석한 아마조네스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는 용감히 싸워 그리스군들을 퇴각시켰으나 아킬레우스에게 죽게 되는데, 숨을 거두려는 순간 그녀의 얼굴을 본 아킬레우스는 그 아름다움 앞에서 고통이 밀려드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 아름다운 얼굴로 밀려드는 고통이 어찌나 절실한지 그는 그녀에 대한 연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누군가 죽은 사람에 대한 그의 연민을 비웃자 한 주먹에 그 사내를 때려 죽이기도 했다.

   '오딧세이아' 속에서는 망자들의 세상에 살고 있는 아킬레우스의 모습을 잠시 전해준다. 그는 수선화가 만발한 들판을 거니고, 그의 주변에는 파트로클로스, 아이아스, 아가멤논등 트로이 전쟁의 친구들이 모여있다. 아들인 네오프톨레모스가 용감했다는 말을 듣고 무척 기뻐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를 자신의 모범으로 숭배했다. 아킬레우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스타티우스의 '아킬레우스'에 이르기 까지 고대의 문학 작품들이 가장 즐겨 다루는 인물 중의 하나였다.

시인은 노래한다.

햇빛이 꽝꽝 쏟아지는 날
전장(戰場)에 서면 마주 봐야하는 것은
무찔러야 할 적군 보다 내 속의 두려움
남을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는 징그러운 대국
고함을 지르고 악을 써서 잊으려하네

인간이 모여 할 수 있는 일이 전쟁만은 아닌데
서로가 죽이고 죽어
죽어가는 적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는구나
통곡하는 이유는 적을 위해서도 아니고 나를 위해서도 아닌
인간, 전장으로 자신을 데려온 어리석음 때문

(주*) 이 방패에 새겨 넣은 아름다운 그림들에 대하여 호메로스는 '일리아드' 제 18권 '무구제작'에서 무려 5페이지에 걸친 장황한 묘사를 한다.

(주 **) 아킬레우스가 죽은 후, 이 아름다운 신의 무구는 가장 용감한 전사를 위한 상으로 걸리게 되었는데, 아이아스와 오딧세우스가 서로 이 상을 두고 경합을 벌렸다. 결국 오딧세우스의 차지가 되자, 아이아스는 자살해 버렸다.

IP *.160.33.208

프로필 이미지
2015.12.29 17:46:47 *.212.217.154

그리스신화는 언제봐도 재미있으면서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수많은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기에

단순하게 표현할 수 없었겠지요,

쉽게 읽힐수 있는그리스신화 이야기가 없을까요?

아님, 계속 읽다보면 쉽게 다가올까요^^


프로필 이미지
2019.01.26 15:29:47 *.212.217.154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ea5f0f82-b5af-4bad-8c3b-e2f2f8c021c7 아킬레우스의 교육


 

 

 

baa3e5a3-ccc1-4871-adcb-0b12f0c85c27 아킬레스에게 방패와 방패와 갑옷를 주는 테티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3 젊음 한창 때 [16] 구본형 2011.11.23 37199
562 젊음의 경영 [3] 구본형 2011.11.21 7422
561 헤파이스토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아내로 얻은 추남-----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12 file [3] 구본형 2011.11.09 11342
560 꿈벗 가을 소풍기 [11] 구본형 2011.11.03 6450
559 아가멤논의 죽음, 그리고 오레스테스의 복수 -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11 file [2] 구본형 2011.11.01 21251
558 헥토르와 안드로마케, 고대 최고의 훈남과 부덕(婦德)의 여인 -나의 그리스신화 독법 10 file [2] [1] 구본형 2011.10.25 12116
» 아킬레우스, 노래하소서 여신이시여 나의 분노를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9 file [2] 구본형 2011.10.20 11853
556 안티고네, 비극과 함께 하는 불멸의 여인 - 나의그리스 신화 독법 8 file [3] 구본형 2011.10.14 355155
555 오이디푸스, 가장 비참하고 장엄한 자 - 나의 그리스 신화 읽기 8 file [7] [2] 구본형 2011.10.10 16296
554 은궁의 신 아폴론-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7 file [2] 구본형 2011.10.06 11978
553 아스클레피오스 -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6 [2] 구본형 2011.09.30 6605
552 테세우스, 영광과 실수-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5 file [2] 구본형 2011.09.28 7707
551 테세우스, 영광과 실수-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5 file [2] [2] 구본형 2011.09.26 8325
550 디오니소스, 죽어야 다시 살아나니 -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4 file [2] [1] 구본형 2011.09.24 12677
549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 3 - 다이달로스,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 ? [2] [9] 구본형 2011.09.23 7786
548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2 - 아리아드네, 미망과 혼돈에서 벗어나는 실 끈 [3] 구본형 2011.09.22 174260
547 나의 그리스 신화 독법1 - 미노스 [3] 구본형 2011.09.21 10560
546 빈공간은 왜 필요한가 ? - 데모크리토스의 생각, 생각탐험 27 [3] 구본형 2011.09.12 8110
545 정의란 무엇인가 ? - 비빔밥 버전 [7] 구본형 2011.09.07 7070
544 시도하라,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 처럼 [10] 구본형 2011.08.26 8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