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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5일 08시 27분 등록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 오병곤, 한빛미디어, 2007 - 이코노믹 리뷰

제목이 좀 거시기 하지만 이 책은 매우 탄탄한 책이다. 나보고 이 책의 주제를 뽑아보라면 ‘모든 IT 개발자들이여, 질문을 품고 살아라. 그리하여 스스로를 고용하라’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IT 전문가들을 위한 경력 계발지침서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사실은 모든 직장인들 겨냥한 범용성이 강한 책이다.

저자는 내 연구원이었고 나는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평을 공적인 인쇄 매체에 추천도서로 올려 두는 것이 객관적으로 적절한 처신인지 잠시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이내 힘껏 추천하는 것이 내 임무라는 것을 확인했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 내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나는 이 책에 ‘객관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다른 IT 개발자들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월화수목금금금’의 피곤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늘 프로젝트의 만기일에 쫒기는 이 직업의 한계와 미래에 대하여 자문해 본다. 그는 이 관행에 개발자들 역시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자기 인식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묻는다. ‘누구나 개발자가 되고, 누구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되고, 누구나 컨설턴트가 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일 년에 책 한권 읽지 않고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전문적인 일일까 ? 전문가로서의 비전도 없이 5개월 만에 아이를 낳는 위험한 조산을 끝없이 반복하고 있는 직업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까 ?"

이 질문은 영역은 다르지만 늘 초과근무에 시달리면서 끝없이 자신의 생산성이 떨어져 가는 것을 목격하는 여타의 다른 직장인들이 대면하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만성적인 초과근무란 몸을 피곤하게 하고 머리는 멈춰 서게 하는 가장 ’전형적인 생산성 감소기법‘인 셈이다. 우리는 이 열악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전문가로서 성장해 갈 수 있을까 ? 이것이 이 책의 화두다.

전문가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저자가 ‘채용하기’라는 장에서 주장하는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만일 당신이 이 세 가지 요소를 마음에 품고 실천해 간다면 당신의 시장에서의 고용안정성은 100% 일 것이다.

첫째, 전문가임을 증명하라. 어떤 분야든 전문가는 자신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IT 개발자들을 뽑을 때 제출한 서류만 가지고 경력을 추정하여 뽑게 되는 경우 탈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자는 전문성이 의심될 때는 개발자가 가장 잘 짰다고 판단하는 소스를 지참하게 하여 면접시 기술 리더를 참여시켜 검토하라고 제안한다. 전문가는 먼저 지식과 기술로 말하게 하라는 원칙이다.

어느 업종에 있든지 자신의 전문성을 직접 증명할 ‘가장 자랑할 만한 업적’을 만들어 두지 못하면 전문가임을 설득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자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임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빛나는 성취’를 평소에 준비해 두어야 한다.

매일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열심히 주어진 일을 끝마치는 패턴을 반복해서는 절대로 자랑스러운 업적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자랑스러움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이다.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하라. 그 집중이 자랑거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업적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게 하는 자격증이다.

둘째는 일에 대한 헌신이다. 저자는 무엇 보다 성실한 자세와 뜨거운 열정을 보이는 사람을 채용하라고 권한다. 전에 맡았던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이야기 하게 하고, 그 원인에 대해 말하게 하고 희망 분야나 전직 사유를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그 대화를 통해 이 사람의 가치관과 자세 그리고 태도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사람을 찾을 때 성실성, 지능, 에너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 중에서 그는 성실함을 가장 기본적인 선행조건으로 보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고용한 사람이 성실함이 없다면 그 사람의 지능과 에너지가 당신을 죽일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 성실함이 없는 사람을 고용하면 당신은 그 사람이 바보처럼 멍청해 지거나 게을러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 대단히 중요한 말이다.

요사이 성실성에 대한 가치인식이 상대적으로 많이 퇴색한 듯이 보인다. 오히려 반짝이는 아이디어, 톡톡 튀는 재치와 영리함이 선호되는 시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각이다. 그런 것들은 눈에 잘 뛰는 보석 같은 것들이긴 하다. 그러나 성실이라는 바탕이 없이는 산산이 흩어져 허망한 것이 될 뿐이다.

성실은 수수한 배경이기 하지만 매우 견고한 바탕이다. 그것이 사라지면 그 순간 모든 것을 와해시키는 미덕이다. 물과 공기, 그것이 헌신이다. 헌신과 희생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헌신은 성실한 열정으로 멀리갈 수 있는 것이지만 희생은 몸과 마음을 좀먹은 피폐함을 수반한다.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직장은 빨리 떠나라. 부정직한 조직이다. 오직 본인이 헌신할 가치가 있는 직장에서 몸을 바치고 성장하라. 헌신은 희생이 아닌 모두의 성장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헌신의 의미다.

셋째는 팀워크다. 프로젝트 성공의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 중의 하나는 한 팀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저자는 채용하기 전에 반드시 지난 경력 중에서 멋진 팀워크가 발휘되었던 사례나 실패한 사례를 이야기 하게 하고 그 이유와 본인의 역할등을 물어 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진도가 늦은 동료를 도와 준적이 있는 지, 혹은 어려움에 처한 프로젝트를 살려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들으라는 것이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학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리더십 역시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리더의 역할은 분명하다. 그것은 팀을 하나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직장인인가의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팀워크인 것이다. 조직이 조직으로서의 시너지를 얻어내려면 개인적 성과의 합만으로 태부족이다. 유능한 직장인은 개인적 가치에 못지않게 한 팀원으로서 혹은 팀의 리더로서 자신의 기량을 닦아 두어야 한다.

좋은 직장인은 함께 일하는 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이해서는 자신의 기질과 재능 그리고 강점과 약점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여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훈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이 팀의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 스스로의 확실한 포지션을 잡아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저자에게 이 책은 피곤한 현재를 구원하기 위한 탐구였고 모색이었다. 이 책은 생존을 위해 쓰여 졌다. 그래서 이 책은 그의 일상적 삶과 땀으로 가득하다. 이 책 속에는 베껴온 겉멋과 거짓이 없다. 그래서 좋은 책이다. 그는 자신의 현재를 구하려는 시도를 통해 똑 같은 어려움과 힘든 환경 속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개발자들을 위한 로드 맵 하나를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실용적 혜택이다.

저자는 루쉰의 말로 결론을 삼는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라는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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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2007.03.17 22:45:12 *.173.9.14
성실이란 단어는 기초공사에 있어 바닥에 까는 돌과 같은 것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지진이 일어날 지라도 기초가 튼튼하면 흔들림이 적은 법이다.선택솨 집중은 자원 배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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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9 18:15:25 *.212.217.154

'헌신은 희생이 아닌 모두의 성장을 전제로 한다.'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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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7 10:00:40 *.139.108.199

'길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 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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