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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0일 11시 07분 등록

 언젠가 나는 스티븐 코비에 관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문적으로 건물들을 관리해주는 업체가 있었는데, 이 회사의 경영자는 200여명의 건물관리인들을 자율적인 팀으로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고한다.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비는 비품, 청소 스케줄, 지출을 누가 관리하는지 물어 보았다고 한다. 모두 경영자인 자신이 다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모든 권한을 건물관리인들에게 넘기고 그 대신 스케줄을 짜고 예산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경영자는 그들은 육체노동자이기 때문에 그 방법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코비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육체노동자를 지식근로자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 경영자는 이 말을 믿고 따라주었다. 그러자 건물관리인들은 자율적인 팀이 되었으며, 건물 관리 비용은 줄어들었다. 그들은 한때 시키는 일을 따라하는 사람들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모두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리더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리더십이 확산되어 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해준다. 사람은 관리될 수 없다. 관리란 물건을 대상으로 해당되는 개념이다. 사람은 이끌어져야한다. 다른 사람을 이끌려면 자신이 먼저 생각을 바꾸고 스스로를 이끌어야 한다. 리더가 될 기회를 얻지 못하면 누구도 리더로 키워지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에게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제대로 그 일을 완수하도록 돕는다. 리더십은 지위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의 발견으로부터 온다. 그러므로 리더십의 본질은 셀프 리더십이다. 나로부터 시작하여 우리로 확산되어 가는 것이 건강한 리더십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함께 해냈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리더십의 정의인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셀프 리더십을 어떻게 키워갈 수 있을까 ?

첫째는 스스로를 전문적인 지식근로자로 키워 내야한다. 즐겨 배워야한다. 즉 생각하고 책을 보고 실험하고 관찰하고 기록해야한다. 나는 배움에 게을러질 때 마다 다음 구절을 생각한다. 그러면 다시 일어서게 된다. 내가 자만에 빠지거나 매너리즘 속에서 허우적거릴 적에도 자극이 된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기술은 끝없이 바뀐다. 아무리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도 반드시 방법이 있음을 믿고, 아무리 하찮은 적이라도 우리하고 다른 기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한시도 잊지 말라. 내가 최고라고 자만하지 말라. 옆을 보고, 앞을 보고, 뒤를 보아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라. 세상을 살되 한 뼘이라도 더 넓게 살고, 사람을 사귀되 한 명이라도 더 사귀며, 기술을 배우되 한 가지라도 더 배워라. 상대가 강하면 너희를 바꾸고, 너희가 강하면 상대를 바꾸어라. ”

칭기즈칸을 이어 중국을 제패한 쿠빌라이 칸의 유언 중 일부다. 이것이 칼 들고 말 달리던 흘러간 과거에나 통용되는 낡은 지혜라고 생각되는가 ? 세계 최대의 제국을 만들어 냄으로써 글로벌 시대의 역사적 증거를 만들어 냈고, 기술을 존중하고, 변화를 그 일상으로 삼아야 했던 시대, 그 중심에 섰던 한 인물의 유언은 오늘 우리의 길을 밝히는 새로운 리더십의 정신으로 되살아난다. 배워라. 늘 배워서 바꾸지 못하는 리더는 성장하지 않는다.

둘째는 자신의 그릇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짐이 무거울수록 커다란 사람으로 단련된다는 것은 옳은 말이지만, 작은 어깨에 너무 큰 짐을 지고 가는 것은 본인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 리더십은 힘과 에너지를 필수적 조건으로 한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무능은 리더십의 치명적 약점이라는 것이다.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 너무 높은 곳에 오르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 무능해 질 수 밖에 없다.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이 증명되는 곳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피터의 법칙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바로 그때가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의 지혜와 힘을 빌려올 때인 것이다.

자신의 그릇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종종 자신 보다 능력이 많은 사람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신의 정신적 영역 내에 머무는 그저 그런 부하들을 등용하게 됨으로써 무능은 조직 전체에 확대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점진적인 낙후의 의미인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그릇과 한계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을 바르게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실패하게 마련이다. 결국 올바른 사람을 올바른 자리에 등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강점도 데려와 함께 쓸 줄 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셀프 리더십이 더 커다란 리더십으로 확산되는 지점이 바로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지 못하면 그들도 당신의 성공을 돕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신이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울 때, 유방은 그를 최고로 대우해 주었다. 자신의 마차에 태우고, 자신의 옷을 입혀주고,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누었다. 한신은 이렇게 말했다. “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그의 우환을 제 몸에 지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그의 근심을 제 가슴에 품으며, 남의 것을 먹는 자는 그의 일을 위해 죽는다” 유방은 용병술에 있어서는 자신이 결코 한신을 당할 수 없으며, 바로 그 점에서 그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섬김으로써 자신의 부하로 삼는 서번트 리더십은 바로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 현명한 셀프 리더십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먼저 섬기지 못하는 리더는 충성을 얻어 낼 수 없다. 이것이 신뢰의 교환 법칙이다.

셋째는 윤리성을 확보해야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보의 시대에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는 모든 것이 노출 되어 있어 감출 수 없다는 것이다. 투명성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맑아 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율배반적이지만 정보는 많지만 무엇이 진짜 진실인지는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요한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모든 것이 과장되어 나타나는 법이다. 자신이 한 객관적 업적보다 늘 더 많은 칭송을 듣거나 책임져야할 부분 보다 더 많은 비난을 듣게 마련이다. 리더는 칭찬만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칭찬을 받고 싶다면 비난 역시 받아들인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거짓과 진실이 동시에 유포되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자기 기준은 윤리성일 수 밖에 없다.

‘맹자’ 속에 좋은 말이 나온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 사람이 발을 씻을 지 갓 끈을 씻을 지는 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리더가 사회적 존경을 받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리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윤리성은 더욱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정리해 보자. 모든 리더십은 나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셀프 리더십이 출발점이다. 배워서 자신을 성장시키되, 자신에 대한 강점과 더불어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여, 협력과 공감의 관계를 구축할 때, 리더십은 다른 사람으로 확장되게 된다. 결국 리더란 ‘나’로 시작하여 ‘우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관계는 지저분한 이해의 유착관계가 아니라 꿈과 비전을 공유하는 진정성이 바탕이 된 윤리적 결합이어야 한다. 격변의 시대, 스스로를 바꾸어 창의적 전문가가 되고, 사람들과 연결하여 "우리 모두 해냈구나" 라고 외치게 하자.

(혜인(주)을 위한 기고문, 2010년 12월 28일)

IP *.160.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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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0 13:02:03 *.85.240.48
명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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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대
2011.01.11 05:05:51 *.77.198.61
깊이 음미하고 마음에 새겨 실천하고픈...
 조만간 오픈할 우리팀을 위한 리더십..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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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2011.01.16 02:58:06 *.29.105.130
영하20도의 바깥 날씨보다도 더 싸하게 가슴속을 파고 드는 말씀들에 그냥 갈수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명심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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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9 11:51:25 *.150.248.46

군림하는 자가 아닌

이끄는 자가 될 수 있기를.

명령하지 않고

먼저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를.

사람을 믿음으로써

그들이 나를 믿게 만들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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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9 13:29:48 *.143.63.210

리더십은 어려운 듯 보이면서 생각처럼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마음에 새겨 자신의 언어로 바꾸고

그것을 실천한다면 밀이지요.


사람이 먼저인 조직을 향합니다.

그 조직을 이끌수 있는 스스로를 준비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그 준비에 큰 힘이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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