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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3일 09시 31분 등록

올 가을 꿈벗 소풍은 좋았다. 함께 하루밤을 자고 난 일요일 새벽,
나는 이렇게 써두었다.
s-20111019-1.jpg

(한정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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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웅은 떠난다. 떠남이 시작이다.
진홍에게 모두 감격한 것은 그것이 떠남이기 때문이다.

성공은 얻음이 아니다. 10대 풍광을 몇 개 이루었는가가 성취가 아니다. 나도 겪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얻고 무엇이 되는가가 중요했다. 그러다가 그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만들었고, 연구원 제도를 만들었다. 매년 책을 내고 매년 여행을 떠난다. 모두 10대 풍광 속에 그려둔 장면들이다. 그것은 이루어 진 것, 지나간 것, 얻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 기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 삶이 되었으니 나는 비로소 내가 좋아하는 삶 속에 있게 된 것이다. 기적이다.

나는 리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줄에 서 있었다. 그 줄은 길었다. 무엇을 얻으려는 사람은 도처에 들끓는다. 무수하다. 얻으려는 긴 줄이 바로 red ocean 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훨씬 짧은 줄에 서게 되었다. 그 줄에 서 있으면 얻는 것이 없다. 그 줄은 주는 줄이다. 얻지 못하고 주는 줄, 바보 같은 곳이다. 그러나 그 줄에 서 있다가 알게 되었는데, 내가 그곳에 있을 때 훨씬 빛난다는 사실이다. 줄 수 있는 곳, 여기가 blue ocean 이다. 그곳이 바로 리더가 서 있는 곳이다.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자, 그 사람이 리더다.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크고 빛나는 것이 바로 존재 자체다. 존재 자체로 엄청난 것을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것을 겪어 알고 있다. 최초의 존재, 우리가 갓 태어난 아가였을 때, 우리가 아무 것도 줄 수 없었음에도 어머니는 나의 존재 자체에 기뻐하셨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지 않는다. 그 아가 자체만이 어머니의 모든 것이며, 샘솟는 기쁨의 원천이다. 존재 그 자체로 상대방의 기쁨이 될 때,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한다.

떠남이 왜 영웅의 시작인가? 기생된 삶으로부터 자신의 진짜 존재를 찾아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존재 자체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를 묶어 두는 것으로부터 떠남으로써 영웅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떠남은 고난이다. 바로 성남의 반지하방이며, 득실거리는 바퀴벌레며, 연막소독탄이며,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이며, 나를 쳐다보는 주민들의 얕잡아 보는 눈길이다. 진홍이 우리는 감동시킨 것은 우리에게 그 떠남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건강한 화해’는 이루어지리라. 영웅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귀환할 때,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리라. 가출이 아닌 떠남, 이것이 존재의 시작이다.

우리는 리더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위대한 리더는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삶이 위대해야 존재가 위대하고, 존재가 위대해야 가장 큰 것을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모인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서, 인생이라는 자전적 소설 속의 잊지 못할 장면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의 모임은 행사가 아니다. 커다랗고 화려한 홀에 모여 누군가의 성공한 인생이야기를 듣는 방청석이 아니다. 우리 모임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누군가 미리 짜둔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모임이 아니다. 우리의 모임은 작은 간이역 주막이다. 언젠가 우리들은 이 작은 주막을 들어선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문득 그곳에 가고 싶다. 그 간이역 주막에 모였던 사람들이 보고 싶다. 그때 와라. 그 간이역 주막에 들어섰던 때를 기억하라. 우리는 일 년에 두 번,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그 간이역 주막의 문을 활짝 열어둔다. 나는 설렌다. 올 봄엔, 올 가을엔 오래 못 보던 누가 그 문을 열고 들어설까 ?

IP *.128.2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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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2011.11.04 10:26:23 *.131.50.160
기다렸던 글, 잘 읽었습니다.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라.......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좋은 말씀, 마음에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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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11.04 17:06:24 *.32.193.170
왠지 글만 읽어도 설레는 여행이 느껴지네요. 가고싶었는데... 갈걸 그랬어요.. 역시 마음이 동하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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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2011.11.05 10:08:31 *.94.41.89
가슴에 콱  와 닿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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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11.05 12:32:09 *.163.164.179
영웅의 여정을 읽고 배워서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
만남과 관계의 올바른 정립에 대해서 듣고, 보아서 알고있다고 생각했지만
......
사부님 느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갑니다.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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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11.05 20:36:06 *.10.140.86

올 가을 소풍"도" 좋았지요.
언제나 다른 맛으로 다른 인연들과 함께
늘 좋은 봄 소풍, 가을 소풍이었지요.

==

형과 동생이 있는데 사람들이 동생만 편드는 것을 여섯자로 줄이면?
"형편없는 세상.."

그런 형을 무지 좋아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이를 세자로 줄이면...
"형광팬(?)"

==

저는 꿈벗소풍 광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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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11.07 05:35:58 *.163.144.33
ㅎㅎㅎ
emoticon햇님이 오늘 많이 웃으시니 제맘도 한껏 달아올라요emoticon
햇님...()...      !!!!!!!!!!!!!!!!!!!
오늘 그 맘 알고나니 그 행복이 나의 마음에 그냥들어와요?
간이역이 넘 조용하면 아무도 아니오는 것이지요?
그 역시 외롭기가 오는 가을 같기보다는 ...
햇님 마음처럼 언제나 봄이고
늘 태양처럼 빛나고 열정적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지가 양지가 되겠지만
양지의 기운이 비춰주지않는 북극은 언제나 북극일 뿐이지요?
기울어진 지구의 축이 만들어낸 음지의 극에는 태양은 갈 수없지만
햇빛님의 맘은 갈 수있지요/
그런 햇볕님의 맘이 최고입니다.
그 삶을 사랑하는 내맘이 오늘 참 행복 참 나를 만나러 가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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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홍
2011.11.07 06:32:14 *.233.104.11

단군의 후예로 기상습관이 정착화 되어....

저도 모르게 5시 약간 지나서 눈이 떠졌습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새벽산책을 갈려고 복도를 지나갔습니다.

새벽에 사부님께서 테이블에 앉아 글에 몰입하고 계셨습니다. 그 글이 이 글이군요....

사부님께서 직접 읽어주시고 소풍 마무리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동하였습니다.

11월, 겨울인데도 글쓰고 있는 와중에 모기가 날아다니네요......흠.......

올바른 여정을 바치고 바르게 귀환하도록 '전력투구'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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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7 10:20:57 *.72.153.115
이 글을 읽는 동안 MeStory를 다시 쓰고 싶어졌습니다.
쓰고는 덮어 두었는데, 이전에는 과거를 썼다면 이제는 과거와 현재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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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2011.11.09 22:03:50 *.186.57.236
일욜 아침 선생님 말씀하실때 적고 싶었는데
이렇게 올려주시니 감사~^^
나를  묶어두는 것들로의 떠남
무언가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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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6 21:13:48 *.212.217.154

그 간이역이 참 궁금해지네요,

어떤곳일까요???

포근한 곳일까요?

그리운 곳일까요??

아마도 아름다운 곳일거에요.

사람으로써 아름다워지는 그곳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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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5 21:35:26 *.212.217.154

이상하게도

가보지 못한 그 간이역이

몹시 궁금하고 그리워 집니다.

정말 매력적인 그 간이역을

제 마음속에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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