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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2일 08시 30분 등록

독서 캠페인- SBS 책하고 놀자, 2010년 7월

이번 주  SBS 라디오와 함께 독서의 기쁨에 대한 캠페인을 해 오고 있습니다.  
매일 하나 씩 모두 일곱 꼭지 입니다.   

1.
안녕하세요. 변화 경영사상가 구본형입니다. 독서는 ‘읽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입니다.
 맹자의 말이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독서의 정의입니다. 독서란, 원래 내 안에 있었으나 바쁜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나서는 일입니다. 그러니 특별한 독서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책을 읽으면 즐겁습니다. 다만 읽되 생각하지 않으면 깊어지지 못하고, 생각만 하고 읽지 않으면 편협해진다는 말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독서론의 기본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으며, 군데군데 머물러 깊이 생각하면, 우리가 잃어버린, 맑은 마음을 되찿아 올 수 있습니다.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이었습니다.

2. 
독서란 작가와의 만남입니다. 그런데 그 작가라는 것이 생전에 한 번도 서로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들의 책을 읽고,그들의 사유를 이해하거나 그들의 느낌에 공감한다는 것은 내 속에 있는 그들을 만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책속의 말들이 나를 무찔러 오면, 그것은 더 이상 저자의 것이 아니고, 이미 내 것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독서는 바로 제 2의 창작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독서를 통해 만들어 낸 생각과 느낌은 결국 저자와 독자의 아이인셈입니다. 독서가 이렇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독서의 생명력입니다. 

3.
독서는 책의 품격에 따라 읽는 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무협지를 읽을 때는, 여름철 한 낮에 창문을 있는 대로 열고, 돗자리 위에 가벼운 차림으로 눕습니다. 그러다 수박 한 쪽 먹고, 다시 누워 읽다가 잠듭니다. 무더운 여름 긴 낮이 저뭅니다. 최고의 피서입니다. 그러나 품격이 깊은 책은 책상에 앉아서 읽습니다. 줄을 칩니다. 천천히 책장이 넘어 갑니다. 줄을 쳐 읽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여인을 가까이서 보는 것과 같습니다. 눈썹의 찡그림과 옷의 주름, 그리고 붉은 입술 사이 가지런한 흰 치아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작가와 공유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이 더 깊어지면 즐거움도 커집니다. 독서의 맛입니다.

4. 
독서는 사람여행입니다. 세계최고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가장 내 맘에 드는 사람을 꼭 찍어 사귈 수 있습니다. 저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좋아합니다. 이 책 속에는 고대 중국의 특별한 인물들의 가장 특징적 순간들이 포착되어, 엄청난 감동을 주는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유일한 부담이 있다면 책이 두껍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두꺼운 책의 장점도 있습니다. 그건 얇은 책들이 우습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마치 높은 산을 넘고 나면 갑자기 산과 친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늘 책상 위에 이 책을 놓아둡니다. 삶이 시시해지면 아무 곳이나 펴 읽습니다. 그러면 삶이 되살아납니다.

5.
 독서는 혼자 놀기입니다. 완당 김정희 선생은 조선은 물론이고, 당시 청나라에서도 그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을 만한 최고의 서예가였습니다. 선생이 쓴 현판 중에 ‘일독 이호색 삼음주’ (一讀二好色 三飮酒)‘라는 것이 있습니다. 직역을 하면 '세상 사는 맛의 첫째는 책 읽는 맛이고, 둘째는 여인과 즐기는 맛이고, 셋째는 술 마시는 즐거움이다 정도 될 것입니다. 호색과 음주도 좋지만 책 읽는 맛을 따를 수 없다하니 단연 독서는 최고의 기쁨입니다. 특히 내성적인 저에게 책은 늘 내 곁을 떠나지 않는 훌륭한 벗이었고 그리움이었습니다. 독서는 환한 기쁨입니다. 

6. 
독서는 일상입니다. 율곡 선생은 ‘요즘 사람은 독서가 일상생활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개탄했습니다. 독서는 일상생활 안으로 책읽기를 끌어 들이는데서 부터 시작됩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한 여유를 기다려 책을 펴려하면 평생 독서할 날을 찾지 못합니다. 한 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틈이 나면 자연스럽게 책을 펴 읽으면 됩니다. 그렇게 잠깐 책을 펴 읽다보면 황홀한 글귀들을 행운처럼 만나게 됩니다. 마치 신이 그때를 기다려 운명처럼 그 페이지를 펴서 그 글을 읽게 한 것은 아닐까 의심할 만큼 절묘합니다. 이런 글귀는 씹는 맛이 여간 아닙니다. 잠깐독서의 참 맛입니다. 

7.
안녕하세요. 변화 경영사상가 구본형입니다. 독서는 실천입니다. 머리로 읽고 머리에만 남아 있으면, 생각과 일상의 삶이 서로 어울리지 못합니다. 머리가 이해한 것이 가슴으로 내려와 뜨거워지고 손과 발로 실천되어야 합니다. 머리에서 가슴을 거쳐 수족에 이르는 이 길은 참으로 깁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길고 험한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는 것이 느껴지고 이윽고 행해지는 지행합일의 경지는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자기수련입니다. 책은 삶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삶은, 일상을 손과 발로 살아낼 것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독서는 손과 발입니다. 손으로 읽고 발로 읽는 것이 바로 실천 독서입니다. 변화 경영사상가 구본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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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
2010.07.22 21:21:10 *.233.243.118
오늘 35도까지 올라간 상하이의 무더위 속에서, 소나기처럼 시원한  글 한 편 잘 읽고 갑니다.
한번 읽은 것으로 그칠수 없는, 곰곰 곱씹어 제 것으로야 만들어야 하는 주옥같은 생각들이 들어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기열전', 저도 찾아 읽어야겠습니다.
좋은 글, 실천하시며 사는 삶, 따라가는 후배들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더운 여름에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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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itton louis
2010.11.03 11:50:20 *.43.233.32
hf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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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는이
2010.07.23 14:33:25 *.6.57.60
선생님 글은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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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스
2010.07.24 21:15:45 *.146.212.1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매일 좋은 글을 읽고 느끼고 나도 이처럼 해봐야지 생각하는 눈팅만 하고 손팅은 잘 안하는 유령회원입니다.^^;;
세번째 독서의 품격에서 무협지 이야기를 읽는 재미에서 예전 경험이 생각이 나서 적어 봅니다.
그냥 사잇길로 빠져서, 무협지는 선생님이 말씀하신 여름날에 시원한 마루에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겨울 새벽에 어스름한 달빛을 창문으로 느끼면서 깊은 공감대를 느끼는 가슴 찌르르르한 감동도 참 중독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책을 덮고 그 순간에 느껴지는 주인공과 또는 주변인물의 마음을 느낀다라고 해야 할까요?

날씨가 더워서 예전 생각이 나서 적어 봤습니다. 그럼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책과 함께 즐거운 휴가 보내세요.
너무 사색적이 되어서 저와같이 다른 유렁회원분들은 잘 댓글을 안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적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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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 chanel handbags
2010.10.13 12:16:28 *.43.233.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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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7 10:06:45 *.196.126.13
  "독서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 ,"  독서는 책의 품격에 따라 읽는 법이 다르다."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말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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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5 13:27:44 *.155.91.64
선생님!위의 글을 선생님 목소리로 직접 들으면 더욱 자극 받을 것 같습니다. SBS에다가 선생님 캠페인 소리파일을 사고 싶다고 하니까,영상물만 판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선생님 목소리로 매일 매일 독서캠페인을 듣고싶습니다.
위 게시물에다가 첨부파일로 올려주십시오! 꼭 듣고 싶습니다. 매일! 매일! 매일! 선생님만이 해 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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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8:00:53 *.160.33.180

SBS에 요청하여,  음성 파일을 받아 ' 커뮤니티'에 올려 두었으니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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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10.08.06 09:22:12 *.244.218.8
사부님이 직접 읽으시는거죠?
전 사부님의 목소리가 정말 부럽습니다.(여자임에도 불구하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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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jewelry
2010.09.08 11:12:04 *.44.47.155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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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2 23:17:25 *.212.217.154

평생을 갈 수 있는 취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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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0 19:25:06 *.212.217.154

독서. 책. 서평.

놀이, 취미, 재미.

사유, 의미, 고민.

꿈, 자유, 실행.

성취, 돈, 성공.

사람, 믿음, 사랑.

행복, 불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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