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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6일 10시 47분 등록

4년 전 오스트리아를 방문했을 때, 비엔나와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으로 난리였다. 도시의 곳곳에 휘장이 쳐지고, 프래카드들이 바람에 날려 흥취를 더했다. 모차르트 당시의 복장과 머리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바람잡이들을 보며, '죽은 모차르트가 오스트리아를 먹여 살리는구나'라는 부러움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사람들은 이 음악의 신동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신의 경지로 올려 두었다.

닐 자슬로라는 모차르트 연구의 전문가가 비엔나에서 '노동자로서의 모차르트' 라는 논문을 발표 하면서 '성인이 된 후 모차르트는 주로 돈을 벌기 위해 작품을 썼다'라는 주장을 했다가 곤욕을 치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사람들이 모차르트를 신성한 영감의 불꽃으로 음악을 선사한 신적인 존재로 숭상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자슬로는 서둘러 '그가 살았던 당시 모차르트는 다른 작곡가들과 함께 나란히 이 지상에 머물러 있었다' 라고 응수했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갈아 앉지 않았던 모양이다.

모차르트는 정말 천재였을까 ? 최근의 다양한 연구에 의하면, 그의 재능이 과장되었으며, 그의 업적은 오히려 아기 모차르트가 그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에 의해 18년 동안 혹독하게 치러진 훈련을 견뎌온 결과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능의 차이는 벽이 될 수 없으며, 천재성의 발현은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신중하게 계획된 훈련'( deliberate practice)에 의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종종 모차르트에 비견되는 골프계의 신동 타이거 우즈 역시 골프광이었던 아버지 얼 우즈의 작품이었다고 주장한다. 성공의 비결을 묻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은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열심히 노력하세요'

이 말처럼 맥빠지는 말이 없다. 그들의 황홀한 성과와 나의 빈약한 성과 사이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그들은 천재로 태어 났어' 라는 변명 하나가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아마 '나에게는 그런 아버지가 없었어' 라는 새로운 변명 하나가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안전하지 않다. 왜냐하면 연구의 결과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아. 10년만 계획을 잘 짜서 훈련해봐. 침묵의 10년을 지나면 너도 영광의 자리에 오를거야' 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연구 결과들이 지겨운 고행의 길을 예고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훌륭한 메시지라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가 10년의 훈련을 묵묵히 참아낼 수 있을까 ? 나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그러면 성공률이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첫 번 째 무기는 열린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헤드헌터들이 노리는 최고의 인재 사냥터인 GE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는 자신이 원하는 인재상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방적일 것, 사고가 명석할 것, 상상력이 풍부할 것, 포용력을 가진 리더이며 패기가 넘치는 전문가일 것. 이 조건들은 특별히 타고난 천재성을 요구한다기 보다는 태도와 자세의 열려진 상태를 겨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멜트를 골라낸 전임 CEO 잭 웰치는 리더의 조건으로 4E를 꼽았었다. 활력(Energy), 동기 부여 능력(ability to Energize), 결단력 (Edge), 실행력(ability to Execute)이 바로 그것이다. 성격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긴 하지만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 요소들임을 알 수 있다. 지난 36년간 미국에서 유일하게 연속적이 흑자를 내온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인재 채용 기준은 유머감각, 사명감, 할력, 자신감등이다. 역시 성격적 특성의 일부를 반영하지만 태도와 마음가짐의 변수들이다. 마음을 열면 받아들일 수 있고, 적극적 활력을 보일 수 있고, 자심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낙관적이 되고, 실패에 웃을 수 있고, 다시 달려들어 실행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을 달리 먹고 열린 자세를 가지라는 조언은 그동안 가장 흔한 성공의 원칙이었을 것이니 진부하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그러나 성공의 원칙은 새로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확인될 뿐이다. 이미 수없는 성공의 사례들이 인류의 역사에서 있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하는 환경과 상황은 달라졌지만, 성공으로 이끄는 원칙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실재하기 때문이다.

10년의 의도된 훈련을 견디는 또 하나의 실마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재능의 일단과 맞닿아 있는 '하고 싶은 일' 이라는 마음의 끌림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나는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지 잘할 수 있다' 라는 노동의 법칙을 미워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생을 즐기는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은 즐거운 것이다. 적어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해야하는 것이다. 종종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마치 제 자리에서 선헤엄을 치고 있는 듯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을 나는 많이 보았다. 그들은 삶의 새로운 차원으로 전진해 나가는 대신, 격렬한 손짓과 발짓으로 물속에 떠 있지만,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는 과잉활동에 머물고 있었다. 그나마 그 피곤한 반복적 손짓을 하지 않으면 물 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은 두려움 속에서 말이다.

앞에서 좋은 기업들의 인재의 조건으로 나열한 몇 가지 미덕들 중, 사고가 명료하다거나, 상상력이 풍부하다거나,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든가,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든가 하는 것은 마음의 열린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도 하고 훈련에 따라 증진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역시 타고난 성격적 취향과 기질에 맞닿아 있다.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GE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채용의 기준과 인재의 조건으로 상정하고 있는 미덕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유머감각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덕 중에 하나지만 GE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열린 태도와 적극적 마음만 가지고도 두 회사 어디든 가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겠지만, 얼마나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가는 두 회사가 우리의 취향과 기질에 얼마나 잘 매치되는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의 논의로 되돌아 가보자. 아마도 모차르트와 타이거 우즈가 어려서부터 잘 계획된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침묵의 긴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각각 음악과 골프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치 우주가 빅뱅을 시작하기 전처럼 잠재된 가능성의 운무 속에 싸여 있을 때 조차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동질감에 젖어 있었고, 이 연결감이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심지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모든 직장인들은 자신의 10년의 훈련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라 정교하게 계획된 훈련 과정을 따라 '침묵의 10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반드시 자신의 취향과 재능과 기질을 고려하여 잘 맞는 분야와 영역을 선택해야한다. 전력투구자체는 누구에게나 힘든 과정이지만, 원하는 분야에서의 성과와 승리는 노력을 상쇄하고 남을 만한 기쁨을 주게 될 것이다.

(혁신경영을 의한 기고문, 2010년 9월)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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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9.16 11:46:30 *.10.44.47
우주가 빅뱅을 시작하기 전처럼 잠재된 가능성의 운무 속에 싸여 있을 때 조차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동질감에 젖어 있었고, 이 연결감이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심지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부님!!
드디어 그 두껍고 질긴 한껍질을 벗고 다음을 향한 한발짝을 뗀 느낌입니다.
이젠 본격적으로 안개구름을 즐겨 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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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주
2011.04.01 17:04:36 *.103.83.39
침묵의 10년!
대나무 처럼 꽉 차오를 때 까지 노력하고 기다릴 수 있게 하소서!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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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17:48:58 *.212.217.154

다음 10년을 향한 첫 걸음!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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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15:05:05 *.212.217.154

참 많은 시간을 해메이다가.

이제서야 저에게 맞는 그놈을 찾았습니다.


이제 이 놈을 붇들고서

10년을 견디는 일만 남은것이지요.


지금은 보잘것 업어보이는 녀석이지만

10년간 잘 보살피고 사랑해준다면

큰 나무처럼 세상에 도움되는 놈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 자그마한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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