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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5일 10시 02분 등록

미래는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늘 그랬다. 인류의 고대, 우리가 아직 신의 신탁에 의존할 때, 미래란 운명의 영역이었다. 신전의 신관들을 직관적 영상을 통해 주어진 운명을 예언했다. 예언력이 그들의 힘이었다.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면 미래란 가능성의 세계로 인식되었다. 세계는 점점 나아지고 진보하리라 믿었다. 이어 혁명의 시대에 이르면 미래란 슬로건이었고 구호였다. 그때 사람들은 거리에서 외치는 대로 미래가 바뀌리라 주술을 걸었다. 현대를 사는 지금, 우리에게 미래란 무엇일까 ? 이제 미래는 설계의 영역이 되었다. 기술의 가속적인 발전에 따라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메가트랜드를 이해하고 그 위에 시나리오를 축조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예측 가능하다기 보다는 새로 만들어 가야하는 창조의 영역이라는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그동안 기업은 세상의 변화에 주목하여 왔다. 그리고 그 변화에 따라 적응해 가기 위해 애썼다. 적응 기업은 살아남아 번성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멸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소수의 특별한 기업들은 변화를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에게 긍정적이고 인류의 행복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한다. 예를들어 스피드는 미래의 키워드 중 하나다. 식품에 스피드가 적용되면 패스트푸드가 그 빠른 세상을 반영한 먹거리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빨리빨리의 세상은 삶의 질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다는 각성은 느림이라는 대극적 가치를 찾아내게 된다. 식품 역시 슬로푸드와 LOHAS의 시나리오를 지원한다. 우리가 대책없이 트랜드라는 거대물결에 편승하여 그 이야기의 끝을 잊은 채 흘러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를 위한 긍정적 물길로 전환해 낼 수 있을까는 언제나 리더십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창조적 조직의 목표는 적응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세상의 변화이며 진보인 것이다. 바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예를들어 로열 더치 쉘은 이런 신념을 보유한 대표적인 기업 중의 하나다. 쉘은 '글로벌 기업이란 세계의 안정과 자신의 이익이 일치되는 유일한 조직체'이기 때문에 세계의 평화가 주어지지 않으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인식 수준에 이르게 된 기업이다. 쉘의 시나리오 기획팀은 세계에서 가장 영양력 있는 각계각층의 전문적 리더들을 심층 취재하여 그 의견들을 바탕으로 여러 종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낸다. 어떤 시나리오는 폐쇄적이고 부정적이다. 세상이 만일 그렇게 흘러간다면 비극이 입을 벌리고 우리를 삼키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면서 온갖 종류의 기회가 반짝이는 새로운 세계를 가정한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 가는 시나리오가 작동하기 위한 멘탈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계의 리더들이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따라 세계가 진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결핍을 풍요로,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 경영을 개인에게 적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 그것은 그리스의 고대 극작가 유리피데스의 말을 소리쳐 외치는 것이다. "미천한 종, 나의 날은 끝났다" 그리고 영웅의 삶을 사는 것이다. 영웅은 우리 안에 내장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이 존재를 발견하고 육화시키지 전 까지는 묻혀있다. 개인의 미래 경영은 다음과 같은 기본 라인을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첫째는 우리 안에 여러 개의 삶이 차곡차곡 접혀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마치 무대 속의 역할처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직장인의 그것이지만, 앞으로 내게 주어질 역할은 한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로 그 명성을 날리는 것일지 모른다. 혹은 고대인들이 무리를 이끌고 나가 새 땅을 발견하고 그곳에 한 나라를 세우듯이 21세기의 나는 언젠가 회사 하나를 차려 경영자의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 그것이 1인 기업이라도 말이다. 미래는 '꿈이 만든 현실세계'라는 것을 믿게 될 때, 자신 속에 갈무리된 영웅을 만나게 되고, 현실은 새로운 운명이 펼쳐지듯 흥미진진한 모험이 된다.

둘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력한 현실을 숭배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실이란 우리가 현실 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그것을 이길 다른 방법이 없다. 밥이라는 경제적 요구 앞에 너무도 쉽게 무릎을 꿇으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은 세상'은 인연이 없는 것으로 물 건너간다. 변호사 박원순은 어느 날 자신이 탐욕이라는 열차를 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열차를 타는 순간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를 타기 위해 평생 아등바등하게 되리라는 것을 느꼈다 한다. 그는 서둘러 내렸다. 그리고 변호사의 역할을 버리고 소셜 경영자가 되어 세상이라는 무대에 섰다.

셋째는 우리가 위대해 지고자 노력하는 만큼은 위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노력한 시간, 바로 이 시간 속에서 평범한 우리도 위대한 에너지 레벨로 상승하게 된다. 모든 위대한 인물들도 한때 지극히 평범했던 것을 잊지 말자. 도대체 그들은 어느 순간 평범함에서 위대함으로 도약하게 되었을까 ? 바로 그 지점을 찾아내자. 나는 확신한다. 바로 우리가 인생의 한 순간에, 느닷없이, 과거의 내가 아닌 것처럼, 더 새롭고 더 멋진 생각을 해 내는 순간, 주저없이 그 생각을 운명처럼 따라 나설 때,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결정적 갈림길이었음을 세월이 지난 후에 깨닫게된다.

시인 폴 부르제를 기억하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고 말 것'이다. 세상이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말자. 우리가 세상의 어떤 부분을 빛나는 아름다움으로 변화시키자. 어떻게 ? 나를 바꿈으로써. 나의 멘탈 모델을 바꾸고, 새로운 정신의 명령에 따라 나섬으로써 나는 나의 영웅이 될 수 있다. 이때 미래는 찬란한 의상을 입고, 그대를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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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 S.
2010.09.26 02:58:31 *.246.20.2
그동안 몰래 글만 읽다가 오늘은 마음먹고 글을 남깁니다. 

날씨 좋은 토요일, 아내와 두살배기 딸아이는 딸아이 친구 생일파티에 가서 놀고있는데, 저는 지금 집 근처의 공립도서관에서 늦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괜히 마음이 뒤숭숭하고 집중이 않되어서 딴짓(?)거리를 찾다가 선생님 글을 보고 마음을 다시 잡고서 책을 듭니다.  윗 글에서 세번째 말씀 "우리가 위대해 지고자 노력하는 만큼은 위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에 괜히 부끄러워지기만 합니다.

언제나 좋은 말씀에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타향에서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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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2010.09.27 17:00:51 *.6.197.116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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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09.27 21:40:15 *.180.75.152
지난 8월 달라이라마 친견을 위해 인도에 간적이 있습니다. 그때 박원순변호사님과 열흘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분과 길고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지요. 끊임없는 희생과 헌신의 행위를 통해 이념이 아닌 실천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스승과 실천모델을 찾고자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박원순변호사님은 그런 저에게올바른 사유와 실천에 대한 좋은 모델이 되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저에게 주어진 길이 고통스럽고 나아가는데 버겁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고 그 현실앞에 무력해져 힘들어질 때마다 사부님 글이 보리심에 대한 발심을 생기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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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30 15:33:45 *.139.108.199

타인의 시나리오가 아닌,

오직 나의 운명을 따를 뿐입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은 그 안내자를 따라

느리지만 한걸음 한걸음 내 딛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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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3:52:51 *.212.217.154

숙명같았던 직장인의 굴래를 벗어던진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갑니다.

나의 용망으로 저만의 길을 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 길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길만이

내 안에 신이 숨겨놓은 진짜 내 모습을 찾는 길 임을 알고있습니다.


그저 노력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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