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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일 22시 08분 등록
인재를 만들고 활용하는 법 - 동양적 접근 , success partner

한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비관리직 직원에 대한 대대적인 설문 조사에서 나온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면 대략 직장인의 업무 몰입도를 파악할 수 있다.

* 직장인들 중 1/4 만이 자신의 능력을 다 바쳐 일한다.

어쩌면 더 적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20년 간 직장생활을 하였고, 아주 많은 직장인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늘 일상적 반복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되는 업무에 호기심과 실험 정신이 멈춰서있는 듯 하다. 관성적 일과 속에서 특별한 도전과 실험을 시도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능력을 다 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뜻이다.

* 반이나 되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업무 수행에 별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직장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이 말도 쉽게 이해된다. 다만 한국의 경우처럼 다이나믹한 시장에서는 직장을 유지할 만 하려면 다른 나라에서 보다 좀 더 많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바쁠만큼 노력은 많고, 부가가치 행위는 적을수록 쓸데없는 일에 소요하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바쁘지만 효과가 떨어지고 노동이 낭비되는 모델을 경계해야한다. 왜냐하면 머리를 쓰거나 창의적이거나 상상력이 작동되는 혁신적인 지적 활동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 노동은 지식 사회에서 부가 가치를 만들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 열 명 중 여섯이 예전 보다 덜 열심히 일한다고 응답했고, 4 명 중 1 명은 지금 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 점이 바로 기업이 당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의 핵심이지만 훨씬 나아질 수 있다는 가정을 뒷받침해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고무하고 지원하고 능력을 찾아 키워주면 자신의 자리를 찾아 훨씬 더 수준 높은 업무의 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바로 인재경영혁명이 가능한 지점이다.

그동안 기업의 인력관리기준이나 직원계발도구는 서구적 경영기법에 따라 추진되어 온 바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적 방식이 동양의 문화적 전통과 가치관에 적합 것인지는 면밀하게 검토 되어 그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동양의 사회는 서양인들 특히 미국인들처럼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문화적 전통 속에 있지 않다. 또한 칼로 물 베듯이 명료한 선을 요구하는 방식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참기 어려워하는 문화적 가치관 속에서 자라왔다. 인간의 관계가 중요하고 그 관계는 서로에게 다중의 다양한 가치기준을 제공해 왔던 것이다. 한 예를 들어 칼로 베는 듯이 엄격한 것의 상징으로 법을 들 수 있는 데, 미국인들에게 법은 실선이지만 동양인들에게 법은 점선처럼 보인다. 미국인들에게 금을 밟거나 넘어서는 것은 어떤 경우든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인들에게 법의 선은 묘한 경계선을 들락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은 준법정신이 미약해서라기 보다는 법 외에도 준수해야할 다른 사회적 규칙과 도덕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법을 어겼다 하더라고 그것은 가지가지 사정과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 한 운전자가 음주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경관이 음주측정을 하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공교롭게 그 경관이 음주운전자의 친구이고 다른 경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때, 음주의 정도에 따라 스티커나 더 강한 법적 제제를 가해야할까 라고 물어 보면, 미국인들의 다수는 스티커를 발부하거나 법적 제제를 가해야한다는 것에 손을 든다. 왜냐하면 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법이라고 하는 보편주의가 친구라고 하는 사적 특수관계 보다 우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 사회에서는 다수가 친구에게 스티커를 발부하거니 법적 제제를 가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친구라고 하는 특수한 관계가 법이라고 하는 보편주의 원칙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유가와 노자 장자 그리고 불교적 사상과 가치관을 기초로 하는 동양의 오래된 도덕과 규범은 법 보다 우선적인 인간들의 관계 기준을 설정해 왔다. 법이라고 하는 보편주의를 존중하지만 특수한 연대와 관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여러 인종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모여진 나라이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사회적 기준은 보편주의에 입각한 법이라는 해결책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문화에는 ‘침묵의 영역’이 있다. 그것은 그 문화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너무도 당연히 여겨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잠재의식 속에 살아 있는 신념들이다. 동양 사회에서 한 개인의 지위는 늘 전체 속의 일원이며 상대적인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가 찾아지는 ‘고맥락 사회’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특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 동양사회가 특수주의에 입각하여 관계를 중시하는 고맥락 사회라는 점은 종종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혈연을 중심으로하는 연대, 혹은 지연이나 학연으로 패거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이권이 분배되는 부패와 폐쇄성으로 쉽게 전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점이 약점만은 아니다. 오히려 공동체 주위 속의 배려와 포용, 실수를 교정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 법적 칼날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당위적 규범과 도덕에 의한 교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이 속에서 부드럽고 온화한 덕치주의가 가능하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양적 문화와 정서적 잠재의식 속에서 서구적 인재경영 모델이 적합하게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인식이다. 예를 들어 비용의 절감을 우선적 원칙으로 설정하고 명예퇴직을 통해 직원의 수를 줄여갈 때, 그 결과 오히려 기업에는 밖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유능한 직원의 이탈이 많아 졌고,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근로자들만 남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직업의 불안정을 통해 사회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파트타이머들과 실업자들을 떠안게 되었다. 기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업무량의 증가. 근무시간의 증가, 높아진 스트레스, 그리고 직장 상실의 두려움에 싸이게 되었다. 근로자는 소모품이 되었고, 충성도는 줄었으며, 겨우 소수만이 고용주를 위해 좀 더 일하려고 할 뿐이다. 이들은 훈련되지 않았고, 아이디어가 모자란다고 말한다.

인재를 얻는 법의 첫째는 기업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데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거나 등용하는 것이다. 적합성이 중요하다. 중국 고대사의 인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정치가의 한 사람인 관중의 생각과 일대기를 다룬 ‘관자’ 속에 사람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에 대한 짧지만 정채있는 대목이 나온다. 하루는 제나라 환공이 마굿간을 둘러 보다 그곳에 근무하는 벼슬아치에게 물어 보았다. “마굿간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 ? ” 벼슬아치가 대답을 하지 못하자 대동했던 관중이 답했다.

“ 저도 예전이 이 직책을 맡아 본적이 있습니다. 말을 세울 우리를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굽은 나무가 다시 굽은 나무를 요구하기 때문에 곧은 나무를 쓸래야 쓸 수가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처음에 곧은 나무를 쓰면, 이 곧은 나무가 다시 곧은 나무를 원하기 때문에 굽은 나무를 쓸래야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

이 말은 명쾌하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사람을 쓰면 다음 사람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어야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그 다음 사람도 탁한 사람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유능한 사람을 처음 쓰면 그 다음 사람도 유능한 인물이 모이게 되지만, 처음 무능한 사람이 들어오면 또 무능한 인물들이 꾀게 마련이다. 유유상종이다. 같은 깃털의 새들이 모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면 어디서 그렇게 많은 환자들이 모여들었는 지 모를 정도로 가지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아픈 것이 아니다. 병자가 모이는 까닭은 그곳이 병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들은 좋은 직장에 모이고, 새로 좋은 직장에 들어 와 좋은 일원이 되는 사람들은 좋은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좋은 인재와 적합한 인물을 선택하여 채용하는 것이 경영자와 관리자의 핵심적인 경영 활동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일단 들어와 한 무더기를 이루게 되면, 관계지향적인 동양문화적 DNA를 활용하여 매우 건강한 팀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동양의 고전으로 ‘주역’이 있다.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그러나 점괘란 늘 해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점괘를 해석할 때는 해석하는 사람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반드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주역은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는 오랜 동안의 누적적인 인식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주역 64개 대성괘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괘는 지천태괘(地天泰卦) 라고 한다. 이 괘의 모양은 ‘하늘 위에 땅을 올려놓은 모양‘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매우 불안정해 보이고 불길해 보인다. 그렇다. 이 괘는 혁명을 의미하는 괘다. 혁명은 혼란과 피를 요구한다. 그러나 혁명이 없이는 태평도 없다는 것이 동양적 사고다. 그래서 일견 기상천외한 해석을 얻어 내게 된다. 하늘의 기운은 위를 향하고 땅의 기운은 밑을 향한다. 그러므로 서로 만나게 되고 서로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다 . 그리하여 하늘과 땅이 교통하여 태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괘를 인간관계와 연관 지어 좀 더 부연 설명해 놓았는데 대략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멀리 있는 사람도 포용하고, 맨발로 황하를 건너 온 과단성 있는 사람도 포용하고, 남아 있는 사람 즉 주변의 비주류도 멀리하지 말고, 붕당을 만들지 않고 중용를 행하면 태평하다‘는 뜻으로 풀이해 두었다.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을 잘라내고, 내 편이 아니라 잘라내고, 주변에 머무는 사람을 격리시키면 그 사회와 조직은 태평하지 않다. 즉 잘 어울려 살 수 없다. 유능한 독립적 개인만이 기업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중의 어울림이 팀을 이루고, 힘을 모으고, 물결을 만들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팀의 장점은 여러 관점과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팀원을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가지고 있지만 발휘되지 않은 것,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을 활성화시키면 위대한 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재능이란 종종 숨어 있는 것이다. 개인의 고유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팀에 결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는 열린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감을 얻도록 해야한다. ‘개인을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훈련시켜 하나로 만드는 것’ 이 중요하다.

셋째는 스스로 배우게 도와주어야 한다. 10년간 경험을 쌓았다고 무언가를 터득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1년의 경험을 10번 되풀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평생 직장을 보장한다는 것이 신선한 사고와 기술로 무장된 젊은이들의 앞길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장애는 나이가 아니라 경험이 쌓이면서 그 경험 위에 새로운 것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동양의 고전 ‘맹자’는 제자백가의 사상을 담고 있는 대작이며, 대부분 치세에 관한 논설이다. 이 중에서 매우 엄정한 자기 성찰에 관한 내용이 있어 가히 좌우명으로 삼아 실천할 만한 경구가 많다. 특히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뜻은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그 ‘구덩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앞으로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건너 뛰고, 지름길에 연연해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고집이 바로 훌륭한 전문가에 이르는 방식임을 알아야 한다. 기본을 중시하고 원칙에 충실한 독학이 스스로를 필요한 인재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또 ‘바다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하고’ (觀於海者 難爲水) 라는 말도 함께 나온다. 한 번 (바다처럼 크게) 깨달은 사람은 사소한 것이라도 업신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직 잘 모르는 사람들만이 왈가왈부하기 좋아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사람들의 자세에 대한 좋은 경구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경영자들도 이런 단단한 학습방식을 권장하고 이런 사람을 크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마침 LG가 LG Way 를 선포하고 정도경영을 그 접근법으로 하여, 뜻을 둔 산업분야에서 1등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겠다는 비전을 천명한 것은 스스로 원칙에 충실한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스스로 배우는 힘이 약하면 정규 교육에 의존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식 교육은 반드시 한계가 있다. 피터 드러커는 ‘100년간의 미국 경영대학은 단지 쓸 만한 행정사무직원을 양산했을 뿐이다“ 라고 개탄한다. 리 아이아코카 역시 ‘정규교육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대부분 혼자 터득해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적합한 배움과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고,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사람을 배치하고 적합한 대우를 해 줌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 경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훌륭한 경영자와 리더의 공통된 과제다. 사람은, 경영자가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집중할만한 무엇보다 훌륭한 투자처다. 매출을 챙기고 수익을 챙기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쓰는 경영자는 3류다. 결코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좋은 경영자의 비밀은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우선적으로 할애할 수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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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7 19:25:31 *.212.217.154

사람은, 경영자가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집중할만한 무엇보다 훌륭한 투자처다.


매출을 챙기고 수익을 챙기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쓰는 경영자는 3류다. 

결코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좋은 경영자의 비밀은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의 대부분을 

우선적으로 할애할 수 있다는데 있다.


- 구본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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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10:47:15 *.212.217.154

초반에 예를드신 동양에서의 도덕율과 법률과의 관계는,

좋게 말한다면, 우리내 '정' 이겠지요.

하지만 지금사회는, 그런 '정' 때문에 

공공의 질서인 '법'이 파괴되는 상황이 아닐지,


우병우 전 민정실장이 수만은 검찰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구속되지 못하고,

다스의 실 소유주라는 수많은 정황들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구속하지 못하는 이유도,

'우리가 남이가?' 로 대표되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요?


이제는 우리 사회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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