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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26일 11시 05분 등록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6 - 신뢰, 2006 12월, 삼성 SDS

전투는 치열했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그들은 졌다. 한 사병이 퇴각하는 동료들 사이에 섞여 정해진 곳 까지 이동했다. 작은 산봉우리에 다시 전열을 가다듬도록 배치되었다. 산 아래 그들이 잃은 교두보가 빤히 보였다. 숨을 몰아쉬고, 주위를 돌아보던 그는 절친한 친구 하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틀림없이 퇴각해 올 때 뒤쳐져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는 상관에게 호소했다.

“제 친구가 싸움터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서 그 친구를 데려오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할 수 없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 때문에 또 한 병사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는 없다.” 장교는 거절했다.

그러나 그는 그 싸움터로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치명적인 중상을 입은 채 친구의 시체를 메고 왔다.

그 광경을 본 장교가 몹시 화를 내며 말했다.
“죽었을 거라고 했잖아. 난 이제 너희들 둘 다를 잃었다. 그래, 시체 하나를 메고 오기 위해 거기까지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나?”

그러자 중상을 입고 죽어가는 사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이 친구는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난 자네가 올 줄 알고 있었네.’ ”

이 이야기는 별로 설명이 필요치 않다. 좋은 우정은 신뢰의 정점이며, 그 때의 신뢰는 감동적이다. 감동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커뮤니케이션 최고의 비법은 신뢰다. 그것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해준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했는가에 따라 다르게 전달된다. 그 사람을 믿을 수 있으면 이미 설득 당한 것이다.

신뢰 역시 그 작동 원리가 있다. 가장 중요하고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특성들을 두 가지만 챙겨 보도록 하자.

첫째, 말과 행동이 일치 되어야 한다. 이것이 신뢰의 구축에 가장 중요한 초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 Influence 의 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는 이것을 ’일관성의 법칙‘에서 하나의 기술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제 입으로 한 약속은 강요된 약속 보다 훨씬 더 잘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 음식점의 주인은 예약을 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아파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예약을 받는 직원에게 “변경 사항이 생기면 꼭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말을 반드시 하도록 했다. 그러나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문장을 바꾸어 ” 변경 사항이 생기는 경우 미리 연락해 주시겠습니까 ? “ 라고 질문하고 반드시 대답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30%대에서 10%대로 뚝 떨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으로 한 약속은 가능하면 지키려고 한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스스로 약속을 하도록 만들어 두는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약속은 적게 하고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라는 처세술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 약속은 적게 하라. 그리고 언제나 자신이 약속한 것 보다 더 많이 줘라’ 그러면 우리는 신뢰에 접근해 갈 수 있고, 그러면 쉽게 내 말을 믿게 할 수 있다.

둘째, 신뢰는 스스로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한다. “먼저 자신에게 진실하라.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이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은 타인에게도 거짓을 행하지 못한다”.

신뢰라는 것은 결국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훌륭한 상생의 에너지지만 그것의 근원은 바로 나에게서 먼저 온다. ‘그 사람이 먼저 신뢰를 깼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렀다’ 라는 말이 객관적으로 타당할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 말은 틀린 말이다. 파국의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는 사람들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신뢰라는 것은 나를 믿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즐겨 어떤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위험의 감수가 훌륭한 보상으로 이어졌을 때, 신뢰는 깊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뢰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는데 욕심 때문에 깊은 관계로 끌려들어가는 것은 어리석다.

신뢰 역시 중요한 리스크 테이킹이며 선택적 상호 작용이지만 내가 먼저 누군가의 모든 것을 믿어 줄 때, 비로소 작동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두 병사의 우정은 그래서 감동적인 것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정성을 다하고 애를 써서 지극한 마음으로 키워 가야하는 것이다.

리더십의 대가로 잘 알려진 워렌 베니스은 ‘뉴리더의 조건’ (On becoming a Leders)에서 신뢰의 의미에 대해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성실은 신뢰의 기반이다. 그리고 신뢰는 리더십의 한 요소가 아니라 리더십의 산물이다. 신뢰는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줄때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신뢰는 동료나 추종자가 주는 것이며, 신뢰가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자, 이제 정리하자. 스스로에게 성실한 사람들만이 좋은 파트너를 얻을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일단 좋은 파트너를 얻었다면 점점 그 믿음을 강화해 가야한다. 작은 약속이 큰 약속으로 이어지고 작은 리스크에서 큰 리스크에 이르기까지 신뢰는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믿음 보다 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조건은 없다.
IP *.116.3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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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7.01.08 08:04:10 *.173.139.94
신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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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09:13:52 *.72.83.150

성실이 주는 믿음.

그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신뢰.

결코 페스트푸드처럼 쉽게 만들 수 없는 가치이겠지요.

조직안에   성실한 믿음이 만들어내는 신뢰가 흘러 넘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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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21:03:37 *.212.217.154

선생님이 이 글을 쓰시고 시간이 흐른후에

미국에 있는 사이먼 사이넥이란 작가가 동일한 주제의 책을 썼습니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라는 제목의 책이지요.


신뢰란 결코 하루아침에 쌓아지지 않습니다.

눈 앞에 이익보다 내 옆의 조직원을 보살피고

그런 노력들이 켜켜이 쌓아간다면

쉽게 무너질 수 없는 단단한 신뢰의 조직이 될 것이라 의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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