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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26일 09시 51분 등록
( 삼성월드 에세이)


어떤 젊은 여인이 있습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방송국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원고를 써줍니다. 그녀의 원고는 아침 출근 시간에 진행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명 스타의 입을 통해 수도권 전역에 방송됩니다.

이 일은 그녀가 아주 좋아하는 일이고, 재치있게 잘 쓰여진 원고의 내용을 청취자들도 좋아하고 제작진들도 칭찬해 줍니다. 그녀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고 싶어하는 같은 학과 동료나 후배들도 많아 늘 부러움을 받고 있기도 하지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작성한 기사와 원고는 늘 그 스타의 입을 통해 그 사람의 것으로 방송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스타는 지명도가 높아 추종자도 많고 연봉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스타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글이면서 정작 자신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사람에 불과 합니다. 팬클럽도 없고, 추종자도 없습니다. 그녀는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욕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그 일이 하기 싫어졌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도 성취감을 맛볼 수 없었습니다. 좌절과 분노, 불만과 질투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갑자기 사표를 던져, 그 잘난 스타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장면을 상상하며 위안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위안은 늘 씁쓸한 공상이 되고 맙니다. 자신이 사직서를 던진 이 자리는 곧바로 이 일을 하지 못해 안달인 수많은 지망생들이나 경쟁자에게 돌아갈 것이고, 더 어두운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녀에게는 어떤 전환이 절실해 졌습니다.

이 여인의 고민은 직장인들이 일상에서 받는 고민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 속에서 희석되는 개인, 상사의 그늘에 가려진 성과, 수많은 경쟁자들에게 둘려 쌓인 평범함, 열심히 일했지만 그 보다 턱없이 모자라 보이는 보상,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데서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을 느껴 보지 못한 직장인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두 개의 세상이 있습니다. 첫 번째 세상은 '나의 연봉이 3천 3백 만원이고, 이웃들의 평균 연봉은 5천만원인 사회'입니다. 두 번째 세상은 '나의 연봉이 3천 만원이고 내 이웃들의 평균 연봉은 2천 7백만원인 사회'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지요 ?

이상하게 이 설문 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세상에 살고 싶어합니다. 두 번째 세상에 사는 것은 첫 번째 세상에 사는 것 보다 10% 만큼 덜 부자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부자입니다. 즉 약간의 절대적 소득을 포기하긴 했지만 그 대신 상당히 커다란 상대적 효용을 얻게 된 셈이지요. 상대적 부유함이 행복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듯 합니다. ( 주 1)

인간은 참 우스운 동물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질투심 강한 동물입니다. 그러니까 차가 없다가 자동차를 한 대 사게 되면 매우 행복해지지만 이웃집이 내 차 보다 더 좋고 비싼 차를 사게 되면 갑자기 불행해 집니다. 내 차를 좋아하고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생각뿐이고 멋진 이웃집 차를 볼 때마다 기분이 신통치 않아 집니다. 질투심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질투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인간은 인생이라는 파란만장하고 복잡한 곳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어합니다. 상대적 부는 그 평가 기준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경제적 빈곤과 더불어 빈약한 삶의 성과에 대한 열등감까지 겪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과거보다 생활이 조금 더 나아졌다고 하여 행복해 질 수 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사상가인 몽테스키외가 이렇게 말했지요. "만일 우리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그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행복해 지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 눈에는 남들이 실제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

개인의 행복은 기본적으로 두 군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과거 보다 나아졌다는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성장했다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자신의 현재 수준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더 낫다는 비교우위에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즉 자신의 삶의 성과가 꽤 괜찮다는 만족감이지요. 그러니까 분배문제에서 상대적으로 큰 몫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만족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그 사이 어디엔가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어느 지점에 행복이라는 파라다이스가 있는 것 같군요.

우리가 행복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든 이 두 가지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첫 번째 원칙은 자신의 과거보다 더 나아질 것. 노력과 학습이 끊임없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늙어서도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보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자신을 위해 좋은 철학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비교 우위는 비교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배고픈 사람과 비교하면 세끼 밥만 먹을 수 있어도 이미 부유한 것이고, 더 부자와 비교하면 이미 부유한데도 가난해 지는 것입니다. 외부의 세계와 지신을 비교하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자족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비교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철학은 어렵고 난감한 상황에서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취감은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따를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철학이 되는 것입니다.


철학은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가정입니다. 그것은 빌려 올 수 없습니다. 반드시 자신이 직접 다듬고 정리하여 스스로 준수하는 가치관으로 만들어 내야합니다. 철학은 자신의 행로에 대한 나침반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지도 위에는 표시되어있지 않는 곳입니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파라다이스, 즉 구체적인 개인적 비전에 도착하게 해주는 나침반 같은 것이지요. 때때로 탐욕으로 흐르는 마음을 절제하게 해주고, 때때로 무기력에 빠진 자아를 위해 손을 뻗어 줍니다. 젊을 때의 가난함을 견디게 해주고, 화려한 성과에 매몰되는 자신에게 겸손하라고 질책합니다. 이것이 아마 세상 속에서 자신이 가지는 상대적 위치에 따른 불만이나 자족을 극복하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보통 자기 계발이라고 부릅니다. 변화의 핵심이지요.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은 변화 속에서 질서를 찾는 과정입니다. 만족은 우리를 쉬게 해 줍니다. 불만족은 우리를 나아가게 합니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만이 변화를 통해 진보를 만들어 내려고 하니까요.

철학적 사고는 만족과 불만족 사이에서 행복을 이끌어 내는 개인적 선택과정입니다. 우리가 외부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는 없지만, 어떤 외부적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그것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철학의 힘입니다. 우리가 철학이 없이는 행복해 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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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5 08:13:44 *.170.174.217

행복하자, 행복하자.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스스로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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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08:41:21 *.212.217.154

행복과 불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인 것.


어떤이는 하루세끼 따순밥으로도 세상행복하고,

또 어떤이는 99개를 가지고도 나머지 1개를 가지지 못해 불행하지.


한개를 가지고도 백개를 가진것 처럼,

백개를 가지고도 한개를 가진것 처럼,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그런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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