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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19일 11시 02분 등록
본업으로 벌어라

중국 춘추전국시대 관중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유명한 제갈공명이 평소에 우러러 받들며 깜빡 죽었던 역할 모델이 된 사람이다. 이 사람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은행에 잔고가 넉넉해야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강남에 땅이 좀 있어야 사람답게 즐기며 살 수 있다” 주1)

대체로 사람이 쪼들리면 치사해지고, 가난하면 하고 싶은 일을 접어야 하고, 은행에 돈이 29만원 밖에 없으면 거짓말을 하게된다. 그래서 돈을 좀 벌고 싶어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월급쟁이가 돈을 벌어 올 길은 막막하게 마련이다. 이 막막함을 십분 이용한 책들이 바로 증권투자의 요령과 부동산을 굴리는 비법을 다루는 책들이다. 이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내가 아무리 보아도 그 방법은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일했지만 겨우 집 한 채 장만했다. 애들 키우다 보면 또 한 채를 장만할 여력이 없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증권에 잠시 관심을 가진 적도 있지만 깨달은 것은 어깨너머의 정보와 요령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는 것과 좋은 곳에 여유 돈을 오래 넣어 둬 재산이 증식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내 마음을 편치 못하게 한 것은 내가 본업이 아닌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자괴감과 천박함이었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훌륭한 부자들은 졸부들이 아니다. 그들은 본업을 통해 흥왕한다. 그리고 사업가들만이 부자가 되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워렌 버펫은 투자전문가이기 때문에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었다. 조수미는 사업을 하지 않지만 노래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었다. 피카소나 파블로 카잘스 역시 그림과 첼로를 통해 부와 명성을 얻었다. 잭 웰치는 경영을 통해 부자가 되었고, 나이키의 필 나이트는 신발을 만들어 부자가 되었다. 이 사람들이 부자가 된 이유는 본업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차별적인 전문성을 가졌기 때문에 부를 얻게 된 것이다. 너무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 ‘나와 원래부터 그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 생각할 지 모르니 지극히 평범한 사람 이야기를 해 보자. 바라는 부가 얼마나 되는 지 모르지만 아마 요즈음엔 10억쯤을 평범한 사람의 가능한 부로 보는 모양이다. 말하자면 인기 있는 지역의 아파트 한 채와 최우수 고객이 될만한 은행잔고와 괜찮은 직장이 있으면 되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 수준에 가장 확실하게 도달하는 방법은 한가지다. 본업을 통해 이루는 길이다.

직장인들은 3년을 치열하게 노력하면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에 전문가로 입문할 수 있다. 10년이 지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이 일의 장점은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누적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의 제 1 법칙이다. 앞으로 우리는 오래 살 것이다. 반대로 마흔이 넘으면 인간의 경제적 가치는 급격하게 소멸한다. 본업을 통해 나아가는 방법은 ‘자신에게 투자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좋은 법이라고 생각한다. 내 후배 하나는 고서를 다루며 한 기업의 박물관에서 일한다. 한국사와 한문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리고 직업을 통해 글씨와 그림들에 대한 고문서로서의 가치를 현업으로 다루어 왔다. 지금은 인사동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으로 점점 나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본업을 통해 스스로의 경제적 가치를 증식시켰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만년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변화경영에 대하여 읽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글쓰고 강연하면 점점 더 잘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이가 50 살이지만 나는 내 직업의 안정성에 아무 걱정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 좋아하는 일이니 즐길 만 하다.

돈이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절대로 가난하지 않게 사는 법의 비결은 본업에서 밀리지 않는 일이다. 자동차를 10년쯤 계속 타고 다니는 것이 낯 깍이는 일이 아니다. 내 일이 사회적으로 화려한 직업이 아니어도 좋다. 직업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업의 깊이가 중요하다. 무엇을 선택했던 그 일을 아주 잘하는 것이 본업에 충실한 진지한 직업인들이며 부유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사귀고 싶다.

주1 ) 원래 관중에 했던 말은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이다.
IP *.229.1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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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즐짱
2007.01.13 14:21:39 *.253.1.102
돈이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절대로 가난하지 않게 사는 법의 비결은 본업에서 밀리지 않는 일이다. 자동차를 10년쯤 계속 타고 다니는 것이 낯 깍이는 일이 아니다. 내 일이 사회적으로 화려한 직업이 아니어도 좋다. 직업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업의 깊이가 중요하다. 무엇을 선택했던 그 일을 아주 잘하는 것이 본업에 충실한 진지한 직업인들이며 부유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사귀고 싶다.

구본형, 멸치국수, 2004년 11월 19일

의정부 경민대학 입구 복잡한 네거리에서 시내 쪽으로 200 미터쯤 떨어진 곳에 멸치국수 하는 곳이 있습니다. 며칠 전 저녁에 강연이 있었는데, 시간은 별로 없고, 간단히 요기나 하러 간판을 보고 들어갔었지요. 아주 작은 허름한 집인데 참 맛있습니다. 국수는 2500원이고 멸치수제비는 3000원입니다. 어렸을 때 먹던 바로 그 맛입니다.

중년의 아주머니 둘이 하는데, 맛이 깊습니다. 아내는 제사상에 국수를 놓아달라고 애들에게 말할 정도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국수를 좋아합니다. 나는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최근에 먹어 본 음식 중 최고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 날 오전에도 경민대학에서 강연이 또 하나 있었기 때문에 점심을 이곳에서 먹었습니다. 배가 볼록해 질만큼 그릇 가득한 국물도 다 먹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싸게 그리고 맛있게 먹고 나면 기분이 여간 좋아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잘한다는 것은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 유능한 직업인이란 본업을 통해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것입니다. 나도 국수집 아줌마처럼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우연히 그곳을 지나게 되면 꼭 찾아가 보세요. 그런 집들이 오래오래 남아 우리를 즐겁게 해주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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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2 14:12:08 *.212.217.154

'자신의 본업으로 벌어라.'

그리고 자신이 하고있는 업의 본질을 알고,

그 본질에 맞는 커리어만이

직업인의 한계를 뛰어넘어

능력으로 스스로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겠지요.


업의 본질. 

그 고민의 다음에서야

직업을 뛰어넘어

스스로의 브랜드로 뿌리내릴수 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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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9 09:57:27 *.241.242.156

본업으로 벌어라.

어쩌면 자본주의사회에서의 현실과 맞지 않을수 있습니다.


한 10년 열심히 자기일만하였지만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같은 금융자산에 투자하여 큰 부를 이룬 사람도 있겠지요.

물론 그 반대도 가능하겠구요.


요는, 현대사회에서 오로지 자신의일에만 메달려서는 살아남기조차 힘든 세상입니다.

그 세상을 어떻게 바꿀것인가의 문제는 차치하고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며,

그 세상속에서 어떻게 내 한몸, 내 가족을 지킬것인지 고민하는것 또한 중요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스스로의 '본업'이겠지요.

그것이 무너지면 모든것이 흔들릴테니까요.


잠시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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