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 시대, 이 빠르기 그지없는 시대의 여러 모습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다양성이다. 개인은 조직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과거의 전통에서 자유로워 진 사람들이 스스로의 개성에 흠씬 취해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개별화의 시대라 부를 수 있다. 인류의 역사상 이처럼 자유스러웠던 때는 없었을 것이다. 굳이 상징적인 비교를 하자면 다양한 사고가 그 가치를 다투어 실험하던 춘추전국 시대의 중국, 신앙의 시대로부터 살 떨리는 인간의 시대로 돌아 온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정도 될까 ? 이 자유롭고 개성으로 빛나는 시대에 사람들을 분류하여 아침형, 저녁형으로 부르는 것은 아주 우스운 지적(知的) 지진아의 인식방법인 것 같다. 다양성의 특징은 분류되지 않는 것이다. 각자가 다르듯 각자가 하나의 표준이다.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각 자의 유일함이 곧 가치라는 뜻이다. the only the best. 이것이 이 시대의 특징이다.

사람을 분류하여 몇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고 그 장단점을 기술하는 낙후한 인식 방법이 지금 한국에서 사회적 화두로 회자하는 이유는 그러나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현상은 개인의 중요성과 개인의 자기 완성에 대한 절박한 필요를 대변해 주는 것으로 이해된다. 회사가 평생직장이 되지 못하는 임시성과 비정규성의 시대에 믿을 만한 것은 자기자신 뿐이다.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를 독립적 개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크게 작용하여 바쁜 일상을 쪼개 스스로를 단련하고 훈련함으로써 경쟁력있는 경제성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아침형이냐 저녁형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과 진보를 위해 ‘하루 중에서 가장 순도 높은 시간을 어디서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가 질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아침이 좋은 사람은 아침에 시간을 뽑아내면 좋다. 그러나 밤에 깨어나는 사람은 밤에 시간을 빼어내면 된다. 출근 시간을 오래 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차 안에서 시간을 빼내어 쓸 수 있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이고, 아침과 저녁으로 나누어 조금씩 시간을 떼어내도 좋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를 묶어 떼내어도 나쁠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가장 정신적 활력이 높을 때 그 집중도를 활용할 수 있을 때를 자기 수련의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20대의 청년들에게는 웃고 떠들고 밤을 새는 것이 즐거움이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나이다. 그들보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것은 늙은이의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청년들의 각성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 이 엄청난 욕망과 활력의 초점을 자신에게로 돌려놓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일 주일에 며칠은 너 댓 시간만 자도 좋다. 손바닥만한 고기 한 덩어리 먹으면 피로는 깨끗하게 회복된다.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충고가 있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 이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시간을 거의 무제한 투입할 수 있는 연령이다. 인생에서 그것이 가능한 유일한 시절이기도 하다. 20대 10년을 투자하여 평생 먹고 살 수 있게도 된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의사를 선호한다. 그들이 좋은 평생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의 평생 보상은 젊은 나이에 밤새워 배우고 닦은 20대 10년에 대한 대가다. 건강한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지금 30대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나이들이다. 조직 속에서 조직의 가치창조에 참여하고 아울러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는 최고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연령이다. 이때의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의 확보는 지금의 상황과 조건에 적합한 라이프 사이클을 따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밤 시간의 적절한 활용은 아주 훌륭한 대안이다. 밤에는 낮 동안의 노동으로 피로가 쌓여 집중도가 떨어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하루의 피로도는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가장 높다. 특히 오후 3시의 피로도는 거의 극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 직장인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이때부터 깨어나기 시작한다. 눈이 빛나고 욕망이 살아나고 자유의 공기로 심장이 뛰고 온 몸이 활력으로 팽팽하게 된다. 위대한 밤이 회사밖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이 때 술 밖에 먹을 것이 없다면 우리는 그 한심함을 웃어 줄 필요가 있다. 슬슬 깨어나 막 인생을 즐기려는 영혼에게 어서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하면 그 무슨 해괴한 망발인가 ! 이때는 밤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좋다. 적어도 잠들기 전 한 두 시간은 아주 훌륭한 자신과의 대면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마흔이 넘었다면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서두를 것은 없다. 몸이 자연히 그것을 원하게 될 것이다. 마흔이 넘으면 몸을 돌봐 주어야 한다. 그 동안 오래 써먹었으니 이제 막 다룰 수 없다. 운동과 휴식, 좋은 음식과 적절한 감정적 자제들을 통해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 이때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몸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원하게 된다. 나이 들면 아침 잠이 없어지는 것은 몸의 지혜 같은 것이다. 새벽은 아름다운 시간이다. 나는 지난 밤이 특별히 어지러운 밤이 아니었다면 대개는 새벽 4시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2시간은 오직 쓰기만 한다. 일년에 700 시간 정도면 한 주제에 대해 오래 생각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책 한권을 써 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새벽 맛을 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그동안 내내 우리의 인생으로부터 벗어나 있던 불모의 광활한 토지와 같다. 이 땅에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투자하면 제 2의 인생을 일궈 풍요로운 후반기를 맞을 수 있다.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시간을 언제 뽑아내는 가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대를 고르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질 좋은 시간을 늘 정해진 시간대에서 뽑아내어 한다는 점이다. 방만한 시간 속에서 가장 질 좋은 시간을 빼내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종자돈으로 만들 수 있으려면 의식의 각성이 필요하다. 싸움을 할 때는 치열하게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곳에서 시간을 뽑아내려면 그 시간을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뽑아질 수 있다. 자신을 위한 R &D 로서 그 시간을 먼저 잡아두고 나머지 시간을 나누어 세상의 일을 하면 가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자신의 계발과 완성을 위한 시간 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탁월한 능력과 전문성이 마법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가다듬는 학습과 수련만이 자신을 위하는 것이며, 스스로 좋은 인재와 동량이 되어야 조직을 위해 아름다운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대만의 시간이 그대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