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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일 19시 52분 등록
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한국경제신문, 2006
- 이코노믹 리뷰 서평

나는 이 책에 소개된 두 개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하나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야기고 또 하나는 새로운 미래에 밀려난 영웅의 이야기다.

존 헨리 john Henry는 강인한 육체와 성실한 성격의 토목 현장 노동자였다. 그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어떤 역사가들은 미국의 남북전쟁직후 철도공사를 하기 위해 산을 뚫는 일을 담당한 단순 노동자였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날 한 세일즈 맨에 증기기관으로 작동하는 굴착기를 가지고 와 그 기계가 가장 힘센 근육을 가진 사람 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한다고 주장했다. 존 헨리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기계를 상대로 인간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틑날 오후 역사적인 대결이 펼쳐졌다. 증기굴착기는 오른쪽에서 존 헨리는 왼쪽에서 각기 산을 뚫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계가 앞서 나갔다. 그러나 존 헨리는 바짝 따라 붙었다. 흙과 돌조각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기계와 인간은 각축전을 벌렸다. 대결이 끝나기 직전 존 헨리는 간발의 차이로 기계를 제치고 먼저 산을 뚫고 나왔다. 그를 응원하던 동료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존 헨리는 초인적인 힘을 소진하고 난 후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숨을 거두었다. 인간의 마지막 저항은 이렇게 사라지고 기계의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두 번 째 역사적 인물은 20세기 최고의 체스 챔피온인 게리 카스파로프 Gerry Kasparov 의 이야기다. 1985년 처음 세계 체스 챔피온으로 등극한 카스파로프는 그후 10년 간 한번도 챔피온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를 꺾을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1996년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체스 컴퓨터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듬해 그는 딥 불루라는 이름으로 불린 1.4톤 짜리 IBM 수퍼 컴퓨터와 6연전을 벌리게 되었다. 그는 다시 졌다. ‘인사이드 체스’라는 전문잡지는 이러한 결과를 ‘대혼돈’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세계 체스 챔피온의 자리에는 인간 대신 컴퓨터가 등극했다. 카스파로프는 기계에게 잃은 인간의 자존심을 위해 복수를 다짐했다. 2003년 그는 뉴욕의 한 호화로운 체육관에서 100 만달러의 상금을 놓고 컴퓨터와 6연전을 벌리게 되었다. 첫 판은 사람의 승리였다. 둘째 판을 무승부였다. 셋째 판은 기계의 승리였고 네 째 판은 무승부였다. 다섯 번 째 승부 역시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여섯 번째 승부에서 카스파로프는 재빨리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그의 돌격은 실수를 만들어 냈고 냉정한 컴퓨터는 얼른 그의 실수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카스파로프는 당황했다. 그리고 무력한 경기를 끌고 나갔다. 마지막 경기 역시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1987년 ‘어떤 컴퓨터도 나를 이길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카스파로프는 21세기의 존 헨리가 되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인간에게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주었을 뿐이다. 앞으로 기계는 매 경기마다 이길 것이고 인간은 단 한 게임이라도 이겨보려고 발버둥 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컴퓨터에 대한 ‘인간 두뇌의 마지막 저항’은 끝났다.

역사는 변해왔고, 최근의 역사를 질주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고 세부적이고 단계적인 사고를 지배하는 인간 좌뇌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종합적이고 통찰적이고 연결적이고 동시적인 우뇌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터 드러커가 지식 사회와 지식근로자를 이 시대의 특성으로 주장해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좌뇌 우선적인 전문가들은 컴퓨터에 의해 자신의 자리가 잠식되어 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적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화이트칼라의 지식근로자들에게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마치 육체노동자들에게 지게차와 포크레인 같은 것이었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듯,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좌뇌적 전문 영역을 공략했다. 예를 들어 ‘고급 온라인 이혼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는 컴플리트케이스 닷 컴은 단돈 249달러에 이혼 업무를 처리해 준다. 변호사가 하던 이혼 소송을 컴퓨터가 대신 해 주게 된 것이다. 또 그동안 의사가 해 왔던 상당량의 업무도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일련의 의학 소프트웨어와 온라인 프로그램은 환자들에게 ‘마른 기침인가, 끊임없는 기침인가’, ‘열이 있는가, 열이 없는가’ 등 관련된 질문을 연속적으로 묻는 의사결정 트리 decision tree 를 거치게 하여 의사의 도움 없이 기초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정보는 어디서나 쉽게 얻어낼 수 있는 값싼 것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의사나 변호사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머 같은 대표적인 좌뇌주도적 전문 직종들의 사회에 일대 변화가 찾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뇌적 특성이 각광을 받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인재는 다음과 같이 6개의 우뇌주도적 특성을 겸비한 인물들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래는 디자인의 세계다. ‘디자이너는 미래의 연금술사’이며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GM은 스스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예술 작품을 만드는 회사라고 선언했다. BMW의 크리스 뱅글 역시 ‘우리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듭니다’ 라고 말한다. 안나 페리에리라는 가구디자이너는 ‘유용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인간의 생활 방식과 사고를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능과 가격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모두 충족된 기본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 차별성은 디자인의 차이로 옮겨 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디자이너가 되라.

우뇌적 시대의 인재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로저 생크라는 인식과학자는
인간이 논리를 이해하는 데 적합하게 만들어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만들어 졌다’고 주장한다. 논리로 설득하지 못한 것을 스토리로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에 스토리가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가장 미개한 시대부터 인간은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종종 음식이 없어 굶어도 인간은 스토리로 배고픔을 이겨내기도 했다. 콜롬비아 대학 의학부는 2학년이 되면 주요 전공 수업과 함께 ‘이야기 치료’세미나를 수강한다.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어디가 아픕니까 ’ 라고 묻기도 하지만 ‘당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보세요’ 라고 묻기도 해야하는 것이다. 우리의 스토리가 바로 우리의 삶이고 우리 자신인 것이다. ‘자신의 삶의 작가’가 되지 못하고는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뇌시대의 인재는 또한 놀 줄 아는 사람이다. 호모 루덴스라는 ‘놀이 인간’은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이유가 없는 웃음’을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왜 웃는지 모르는 웃음’이 아주 가치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선과 명상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생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무아의 경지말이다. 이유 있는 웃음도 좋다. 그러나 ‘내가 왜 웃는 지 모르는’ 이유 없는 웃음이야 말로 생각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바로 선과 명상이 얻고자 하는 목표와 같은 것이다.

그 외에 저자는 조화, 공감, 의미를 우뇌주도적 사회의 인재의 조건으로 추가하고 있다. 혹시 오해할까봐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한 것을 덧붙인다. 앞으로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좌뇌의 역할이 필요없다는 뜻이 아니다.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우뇌의 예술가적 직관과 종합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게 하여 균형잡힌 ‘전인’whole mind 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는 뜻이다.

잡으면 불과 서 너 시간 만에 읽어낼 수 있는 쉬운 책이다. 그러나 회오리처럼 들이닥쳐 머리를 뒤흔들어댄다. 가벼운 책이지만 질문하게 하고, 웃기는 책이지만 여운은 매우 길다. 나는 10년 가까이 이 책 속의 주요 메시지들을 일상 속에서 실천에 오고 있었다. 이 책은 순식간에 나를 잘 정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주 괜찮은 책이다. 특히 지금 잘 지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지식근로자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책이다.
IP *.128.2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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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정명윤
2007.11.05 10:02:03 *.199.250.121
착각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빨리 책을 집어야 겠네요~~, ㅎㅎ 조은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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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life
2007.11.07 13:22:58 *.6.100.161
동감입니다!
길이도 짧고 '엉성'하게 만들어진 책인데 -출판 시 히트를 크게 못 친 이유라고 생각됨- 그 내용은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인지 올 초에 우연히 접했는데, 뭔가 새로운 것을 많이 얻었던 것 같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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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6 13:36:07 *.32.9.56

십여년의 시간이 흘러,

2016년,

미국의 알파고와 우리나라의 이세돌이

바둑으로 또 한번의 역사를 장식했지요.


기계의 발달은 이제 멈출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좌뇌의 시대 또한 현실이 되었지요.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모습인지,

또 앞으로의 인제는 어떠해야 하는지 흥미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 같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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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3 13:44:56 *.212.217.154

우뇌형 인간의 세상.

지금의 언어로 해석하자면

'겜성' 사회가 아닐까요?


이제 세상은 단순히 좋고 싼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서

감동을 주고 이야기가 있는것을 찾는 시대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

그런 스토리와 감동이 없는조직은 도태되고 말겠지요.


진정성 있는 나만의 스토리.

그 길이 비록 쉽지 않더라도

나만의 호흡으로 그 길을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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