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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5일 09시 27분 등록
셀러던트, 쌍용 자동차 사보, 2004, 10월

전문가는 늘 초보여야 한다

전문가는 늘 초보여야 한다. 이것이 내 지론이다. 이상한가 ? 그렇지 않다. 지식 사회의 특성은 지식의 유효기간이 단명하다는 것이다. 어제 배워 알고 있는 것은 오늘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지식의 자기 증식의 스피드는 늘 우리를 황당하게 한다. 따라서 어제 훌륭한 전문가였던 사람이 오늘도 그러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관록을 자랑하는 중견- 이 사람들이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다. 과거의 유산을 사용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배울 것이 없다. 미래의 유산을 새로 만드는 사람들만이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

‘항상 초보’라는 정신적 각성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어제의 자신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는 좋은 학생이다. 이런 사람들은 결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좋은 스승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좋은 스승은 책이다.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의 생각을 직접들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다.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은 우선 저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를 써야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스타일이 달라 보여도 그 사람이 하려고 하는 핵심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 기본 자세다. 일단 들어주고, 그 다음에 내 생각을 넣어 버무리거나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다른 저자의 생각들을 할용하여 균형 잡힌 생각을 만들어 간다. 이윽고 나만의 차별적 생각을 정리하여 나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독서는 완성된다. 읽기는 언제나 말하기와 쓰기를 가정한다. 말하고 메모하고 정리하다 보면 읽기는 가을처럼 깊어진다. 이것이 독서의 매력이다.

두 번째 스승은 직접 질문하고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관련업계 및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다. 한 곳으로 깊이 들어가면 안에 들어가 대략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철학을 하는 사람이 생물학을 하는 사람과 만나 잘 어울릴 수 있는 이유는 정신적이고 지적인 노력들은 비슷한 깊이를 만들어 서로 공명하기 때문이다. 좋은 전문가들과 관계를 맺을 때 그들의 명성 때문에 부담을 느낄 때가 많다. 이들과의 첫 번째 고리로 괜찮은 것이 전자우편이다. 전자 메일의 익명성과 편의성이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될 때의 심리적 부담을 경감 시켜주기 때문이다. 마음에 담아 둔 좋은 전문가들 5명 정도에게 종종 메일을 보내, 관심을 보이고, 질문을 하고, 특정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혀라. 그러면 이름을 알리게 되고, 생각을 나누게 되고, 자연히 만나게 되고, 함께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시간을 빼앗지 않고 흥미로운 파트너로 남기 위해서는 만나기 전에 두 세시간을 즐길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전공과 관련된 핵심질문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가면 유용한 논의를 즐길 수 있다. 준비 자체가 이미 학습인 것이다. 지극히 내성적인 사람도 즐겨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할용하라.

세 번째 좋은 스승은 바로 현장이다. 현장은 생각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최고의 훈련장이다.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그 하고 있는 일이 진행되는 곳이 일차적 현장이다. 새로운 생각은 그 자리에서 실험되어야 그 정체를 알 수 있다. 조건을 달리해주고,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다 보면 생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순간을 보게 된다. 이때 그 현장은 혁신되는 것이고 자신은 혁신의 비법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기쁨이 만만찮다.

현장은 또한 확장된다. 선승에게는 선방만이 수련의 현장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행위가 있는 곳이 현장이다. 현장은 현장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난다. 수없이 많은 좋은 생각들이 문득 버스를 타다가 혹은 똥을 누다가 혹은 산길을 걷다 나를 찾아온다. 이 느닷없는 방문이 일어나는 모든 곳이 현장이다. 배움은 이렇게 깊어지는 것이며, 공력은 이렇게 누적되는 것이다.

지식사회에서 기업은 평생 학습조직이어야 한다. 직장인 역시 평생을 매일 배워야 좋은 전문직업인으로 남을 수 있다. 그것은 매일 글을 읽어야하는 선비 같은 것이고,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 해서는 목숨이 위험한 검객 같은 것이다. 어제의 실력으로 오늘을 맞으면 이미 죽은 것이다. 타인과의 살벌한 경쟁이 아니라 자신을 안고 뒹구는 치열한 삶, 나의 어제와의 경쟁, 배움이란 그래야 한다.
IP *.229.14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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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스
2004.10.26 10:55:20 *.102.31.147
구본형님의 책을 잘읽었습니다. 정말 책 잘쓰시네요. 하루 일과가 어떠신지 궁금해요. 벤치마킹 하고 싶어서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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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4.10.28 13:14:43 *.190.172.55
스승은 자신이 만들어야하며, 현장은 그무엇보다 좋은교제입니다. 세상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나 자신만의 고유한 선물을 찾아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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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7 11:57:02 *.212.217.154

어린이에게서 배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기.

늘 배움의 자세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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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1 18:39:11 *.212.217.154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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