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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4일 17시 07분 등록
트렌드에 대하여, 2004 12월, 한국 방송광고 공사

트랜드는 물결과 바람이다. 타면 즐길 수 있고, 거슬리면 힘들고 곤혹스럽다. 다행스럽게 이 물결과 바람은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에서 유행이라는 변덕과 다르다. 예를 들어 바람이란 늘 제 멋대로 이긴 하지만, 그래서 ‘바람처럼 자유롭다’라고 말하지만, 북반구의 겨울에는 북풍이 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찬가지로 트랜드는 적어도 10년은 갈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물결이고 진로가 예상되는 바람이다.

몇 가지 중요한 트랜드는 반드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물결과 공존할 때 변화는 윈드서핑처럼 짜릿하며, 그 물결을 타고 정점에 오르는 맛을 만끽할 수 있다. 당신이 계획한 변화의 방향이 이 물결과 바람을 거스린다고 상상해 보라. 그대는 소외될 것이다. 소외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트랜드를 이해한다는 것은 변화의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의 의사결정을 위해 지금 확보해야할 필수적 정보를 알고 있는 것과 같다. 모르면 잘못된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요즈음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동시에 평생직장은 사라져가고 고용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젊은이들은 공무원을 선호한다. 공무원 준비 고시촌이 생길 정도다. 공공기관은 기업처럼 시장에 민감하지도 않고 비교적 고용이 안정적이며, 정년까지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 같다. 일견 이런 이유로 공무원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은 적절한 트랜드를 이해하고 그 물결에 자신을 맡긴 것처럼 보인다. 정말 그럴까 ?

이 문제를 잘 이해하려면 물결의 특성을 고려의 대상에 넣어야한다. 첫째, 한 물결이 시작하면 그 물결이 밀려 닿는 시간적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파도가 일면 가장 먼저 그 물결에 휩쓸리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파도의 가장 앞에 있는 영역이 바로 시장이다. 그래서 기업은 늘 트랜드라는 물결의 전초지역이다. 기업은 트랜드의 성감대며 파도에 가장 먼저 휩쓸리는 지역인 것이다. 그러나 그 물결은 이어져 뒤로 밀려 다른 곳으로도 급속하게 전이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에서의 구조조정은 공공 기관의 구조조정으로 전이되며, 기업에서의 감원은 공공기관의 감원으로 전이된다.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으로 보이는 이유는 본격적인 물결이 아직 그곳까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어느 나라나 가장 보수적 방파제에 둘러 쌓인 곳이다. 그러나 물결이 크면 그곳까지 해일처럼 범람하게 될 것이다.

두 번 째는 물결을 일으키는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 이해해야한다. 즉 물결의 크기와 지속 여부는 그 물결을 만들어내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청년실업과 고용의 불안정이라는 물결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 단기적으로 경기 부진의 이유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이 고용의 증가 없는 성장의 비법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오직 핵심인력 만을 정규직으로 보유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새로 뽑아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전문역량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나머지 부가가치가 낮은 일반 업무를 처리하게 위해서는 보다 싼 노동의 구매 방법인 임시직과 계약직 그리고 아웃소싱의 방법을 선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역시 사기업처럼 경영의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공기업의 민영화를 통해서, 핵심인력만을 보유하려는 시장경제의 원리 때문에, 전문화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지식 사회의 트랜드 때문에 공기업 역시 고용의 안정성을 제공해 줄 수 없어 보인다.

따라서 평생직장이라는 고용의 안정성을 위해 공무원이 되겠다는 의사결정은 적절한 트랜드의 이해에 기초한 의사결정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현상에 집착함으로 자신을 보수적 울타리 속으로 가두어 둔 것과 같다. 구한말의 쇄국정책이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좋은 전략일 수 없었듯이 보수성의 울타리가 안정적인 직장과 훌륭한 자기 실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평생의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올바른 방법은 자신을 전문화 시켜 스스로를 고용하는 방법을 찾는 길이다. 어느 직장도 유능한 전문가가 나가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경우는 없다. 기업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 전문가에 대한 수요다. 따라서 고용의 안정성은 전문성과 열정 그리고 끊임없는 배움에 의해 확보된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를 고용하는 새로운 방식인 것이다. 이것이 전문가의 시대라는 트랜드,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에 평생을 매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한다는 평생 학습이라는 트랜드, 그리고 길 위에서의 생활이라는 노마디즘의 트랜드를 제대로 이해한 의사결정이다.

물결이란 그것을 만든 원인이 있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물결은 서로 만나 상승하기도 하고 상쇄되기도 한다. 트랜드의 이해는 현상에 집착하여 편승하면 유행의 한 끝을 좇는 낭패를 보게된다. 숨은 원인을 찾아 그 물결의 크기와 방향 그리고 지속성을 감지하는 관찰과 연구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이제 태풍은 예측되며 그 크기와 방향과 소멸시기를 알 수 있다. 오랜 동안의 노력의 결과다. 사회과학 역시 발전하고 있다. 이 분야는 아직 수퍼컴퓨터의 성능을 가지지 못하여 그 예측과 결과에 오류와 실망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험되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국가정책의 적절한 비전을 위해서, 사회와 기업의 성과를 위해서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한 개인의 평생의 직업을 위해서 트랜드라는 사회적 물결을 깊이 감지할 수 있도록 가능한 촉수와 안테나를 펼쳐 놓아야한다.

물결을 두려워해서는 파도타기를 할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불안과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그러면 누구든 바람을 타고 기세좋게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이것이 트랜드라는 물결을 자기화하여 즐기는 방법이다.

IP *.229.14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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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2004.12.06 15:00:34 *.61.95.120
변화에 아름답게 적응하기위해서는 부단히 배우고 익혀야합니다. 오늘도 촉수와 안테나를 펼쳐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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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새유닉
2004.12.14 09:23:40 *.249.167.1
소장님......제 블로그(http://blog.naver.com/uniquey.do)에 퍼가도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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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4 13:30:46 *.212.217.154

변화하는것과,

변하지 않는것.

그 둘의 조화가 답이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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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1 21:52:06 *.212.217.154

트랜드란 흐름을 반드시 따라야하는것은 아니겠지요.

트랜드에 민감한 비즈니스라면 그러하겠지만,

자신의비즈니스의 핵심, 본질을 먼저 이해한 후

그에 맞게 트렌드를 이해하는것 또한 중요하지 싶습니다.

내 비지니스의 속도에 알맞는 트랜드, 그것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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