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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3시 08분 등록
한국경제
한경 시론 - 한국의 경영 패러다임이 잊고 있는 것 3 가지 (1999, 10월 21일)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집단의 직장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임원과 중간 간부, 중견 사원 그리고 신입사원들 모두 계층과 업종에 무관하게 매우 유사한 대답을 한다. 입장은 다르지만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기업은 곧 '일할 맛 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 자기를 표현할 수 있고, 보수가 많고, 인격적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경영의 성과를 친다. 성장률이 높고, 매출이 많고 순이익이 높은 회사, 그리고 주가가 높은 기업이 좋은 회사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 기업의 비전과 사회적 역할을 꼽는다. 장래성이 있고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공해를 유발시키지 않고 이미지가 좋은 회사가 훌륭한 회사라고 믿고 있다. 그 다음쯤에 고객이 만족하는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정성을 갖춘 기업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좋은 회사의 경쟁력의 요소 속에 '정보 능력'이 거론된 적은 없다. 소수의견으로도 나온 적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질문의 형식을 바꾸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는 기업 경쟁력에 중요한가' 라고 물으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 대답한다. 또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정보와 지식의 사회라고 대답한다. 개인이 인식하는 개념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은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 더욱이 '미래는 이미 와 있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정보와 지식이 지배하는 사회로 급히 이행하고 있음을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정보와 지식을 좋은 기업의 경쟁력 요소의 최우선적 목록 속에 집어넣는 것을 늘 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리가 알고 있는 것과 일상 속에서 마음이 믿고 있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 그 차이가 심하면 자기 기만에 빠지게 된다. 객관적으로는 중요한데, 마음의 어디에도 자리를 잡고 들어와 있지 않다. 지식사회로의 이행 과정 속에 우리가 현재 서 있는 자리는 이쯤이 아닌가 한다.

미국 기업의 경영 품질을 평가하는 모델 중에 볼드리지(Malcolm Baldrige)모형이 있다. 매년 가장 우수한 기업들을 복수로 선정하여 대통령이 국가품질상을 수여한다. 이 모형은 기업의 경쟁력을 7개의 기준으로 나누어 평가한다. 그 중 4가지는 앞에 열거한 항목들과 대체로 일치한다. 한국의 경영자와 직원들이 간과하고 있는 3가지 기준이 있는데, 정보의 수집과 분석, 전략기획, 그리고 프로세스의 관리와 개선이 바로 그것들이다.

정보능력과 전략기획은 함께 다루어야할 동질의 기준이다.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력이 없이는 효과적인 전략을 세울 수 없다. 고객의 현재 요구 사항과 미래의 기대에 대한 정보, 고객불평과 만족도, 시장 추세에 대한 분석, 경쟁업체의 동향, 자사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기회와 위협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위에서 적절한 판단과 결정이 가능하다.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고 이를 활용하여 전략을 기획하는 행위 모두가 일련의 살아 움직이는 과정, 즉 프로세스이다. 좋은 프로세스는 적은 인원으로 시장의 요구에 부합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함으로써 효과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유수한 컨설팅업체가 뒤늦게 한국에 진입하면서 시장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그들은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보다는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분야가 더 유망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한다. 기존의 프로세스를 재설계하여 성과를 높이는 것 보다 먼저 프로세스 자체를 정립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경영자나 직원들이 이 3가지의 경영 요소들을 중요한 경쟁력 기준의 목록에서 늘 빼 먹는 이유는 이것들이 그 동안 경영의 주요 관심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일관된 무게를 가지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활용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우리의 경영의식 속에 보편적으로 살아서 활용된 개념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의 경영 패러다임과 미국의 경영품질 모델 사이의 이러한 괴리는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차이를 해석할 수 있는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속에 경쟁력의 원천이 자리 잡고 있다면 배우고 활용하여 성과와 직결시키는 것이 옳다. 경영 모델의 원조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곧 그 모델의 주인이다.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스스로 새로운 모델이 되는 것, 이것이 창조적 경영의 관건이다. 창조는 모방과 변용, 그리고 파기와 혁명의 과정을 의미한다.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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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3 12:00:06 *.212.217.154

그러한 변화의 정도가

구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뒤쳐져있는 이유중 하나는

커뮤티케이션의 경직성, 즉. 내부의 자유로운 소통이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무리 현장에서 문제점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귀담아 줄 수 없는 경영진, 관리직, 시스템이 지배하는 한,

상사의 작은 행동에 온 신경을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기업문화 안에서,

언제 자신의 직장에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근본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모델의 창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컨설턴트의 말을 풀이해보자면, 리 엔지니어링이 아닌 엔지니어링.

즉, 혁신이 아닌, 혁명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닐지요.


시대가 변화하는 거대한 흐름을 느껴봅니다.

기존의 공룡들이 쓰러져가며,

작고 보잘것 없던 포유류들의 전성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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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5 12:02:25 *.212.217.154

경영모델, 즉 Business Model

큰 대기업이나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에서만 적용하는 거창한 개념을 넘어

작은 소기업,

1인기업가 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겠지요.


이런 경영의 도구들은 큰 조직보다

오히려 1인기업가처럼 작은 마이크로비지니스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거에요.


쫄지 말고, 깊게 숨 들이마쉬고

겁없이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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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14:24:57 *.212.217.154
기업의 정보를 취합 분석 활용하는데,
우리나라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매우 취약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문제.
그 핵심이 바로
수평적 조직문화가 아닐지.

조직이라는 수직적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평적 의사소통.
하늘을 나는 새의 두 날개처럼
두개의 가치가 함께할 때,
그 조직의 미래가 밝아지지않을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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