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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일까 ? - 나를 비추어 보는 거울들 1
삼성월드, 4월 4일
젊음은 방황하는 것이다. 방황이란 모색이며, 모색의 실패이며, 다시 달리 모색해 보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이제는 조금씩 알려 지기 시작한 ‘내 꿈의 첫 페이지’프로그램을 끝냈다. 그것은 새로 태어나기 위한 자궁 같은 곳이다. 말하자면 단군 신화 속의 그 동굴과 같다. 곰과 호랑이처럼 여기 참석한 사람들은 금연해야하고 금주해야하고 단식해야한다. 그리고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진지한 며칠을 보내야한다. 나는 이 ‘며칠’을 ‘어제가 오늘을 침범하고 범람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공백 혹은 블랙 홀’이라고 부른다. 바로 웅녀의 동굴이다.
지난 번 참가자들 중 두 명은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었다. 그들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는 자신의 특별함을 찾아가는 방법들에 대해 논의했다. 나는 먼저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4 가지 거울들을 사용해 보라고 권했다. 이번에는 우선 2 가지 거울들을 먼저 소개하고 다음에 다른 2 가지를 추가로 소개할까 한다.
1) 과거를 뒤져라.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그곳에서 지금의 나를 볼 수 있다. 먼저 3 페이지 정도의 개인사 (personal history)를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쉬운 작업이 아닐 지도 모른다. ‘자기’란 늘 솔직하게 대면하기 어려운 복잡한 것이고 양파와 같은 것이다. 아주 많은 심층적 껍질을 가지고 있고, 한 까풀을 벗길 때 마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눈물을 쏟게 한다. 그러나 자신과 대면할 용기가 없으면 ‘나’는 나에게 영원한 수수께끼가 되고 만다.
특히 개인사를 써 볼 때, 두 가지 관점에서 기록해 보자. 먼저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정말 기억나는 칭찬 몇 가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까지 자신을 기쁘게 해 주었던 잊지 못할 칭찬 다섯 개를 찾아내 보자.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해준 칭찬이어도 좋고, 선생님이 놀라며 ‘너는 어쩌면 이렇게 잘하니’라고 칭찬 했던 그 일이어도 좋다. 이것을 찾아 내 ‘나를 기쁘게 한 다섯 가지의 칭찬들’이라고 불러 보자.
그리고 거꾸로 이번에는 ‘나를 부끄럽게 한 3 가지 사건들’을 찾아내 보자.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통증이 살아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그 사건들을 찾아 꼼꼼하게 기록해 보자.
그러면 이제 적어도 내 과거를 이루는 8가지 사건들에 대한 기록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이 8대 사건들은 좋던 싫던 내 정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이 속에서 나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 지, 내가 어떤 일에 쏠리고, 어떤 일을 싫어하고 피하려고 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라는 거울 속의 나,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정체성의 파편들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를 받아들이면 된다. 받아들이는 작업, 이것이 나를 이해하기 위해 넘어야할 첫 번 째 언덕이다 .
이때 조심해야할 것이 있다. 과거가 내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라는 생명체가 과거의 특별하고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일 뿐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다르게 반응하게 될 수 있으며, 스스로를 계발하면 더 현명하게 행동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가 내 모든 가능성을 말한다고 믿어서는 안된다. 과거라는 거울을 통한 성찰을 통해 ‘어제 보다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우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2) 부모님이라는 거울을 활용하라. 혹은 자식이라는 거울을 활용하라. 영화 ‘ 로드 투 퍼디션’ Road to Perdition 에 나를 빨아 당긴 아주 느리게 흐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나온다. 나는 그 표정들을 아직 기억한다. 대화를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략 다음과 같았던 것 같다..
아들: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어요. 형을 더 좋아하죠 ?
아버지; 그렇게 생각하니 ?
아들: 네, 나와 다르게 대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 너는 형보다 더 나를 닮았다.
그래서 그렇게 대한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다. ‘나를 더 닮았다는 것’. 그것이 모든 아버지들의 희망이고 절망이다. 나에게도 나를 닮은 딸이 있다. 얼핏얼핏 그 애 속에서 나의 단점을 볼 때마다, ‘바로 저것 때문에 내 인생이 얼마나 고달팠던가? ' 하는 생각이 들어 끔찍해지곤 한다. 부모가 되면 아이들의 장점 보다 단점들에 더 민감해 지게 마련이다. 그것 때문에 아이들에게 아픈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속에서 자신과 닮은 기질적 결핍을 보았을 때, 애타하는 것이다.
부모를 보면 그들 속에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기질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유전적 특성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속에 흐르는 유전적 유산, 이것은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단서이다.
그러나 이 거울도 역시 나를 보여주는 완벽한 거울은 아니다. DNA 가 인간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가지 요소를 함께 이해해야한다. 첫째는 환경이다. 강요된 환경에서 우리는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유로운 환경에서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둘째는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다. 성장해 온 사회 문화적 자양에 따라 개인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하게 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려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요소가 바로 유전적 기질과 재능이다. 타고난 것이지만 환경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는 다르게 마련이고, 그것을 보유한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사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다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피와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는 지 그리고 그것들이 과거의 특정한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과거를 뒤져 관찰하는 작업은 어렵고 지루한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명심하자.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나의 강점 나의 재능을 알지 못하고는 특별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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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월드, 4월 4일
젊음은 방황하는 것이다. 방황이란 모색이며, 모색의 실패이며, 다시 달리 모색해 보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이제는 조금씩 알려 지기 시작한 ‘내 꿈의 첫 페이지’프로그램을 끝냈다. 그것은 새로 태어나기 위한 자궁 같은 곳이다. 말하자면 단군 신화 속의 그 동굴과 같다. 곰과 호랑이처럼 여기 참석한 사람들은 금연해야하고 금주해야하고 단식해야한다. 그리고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진지한 며칠을 보내야한다. 나는 이 ‘며칠’을 ‘어제가 오늘을 침범하고 범람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공백 혹은 블랙 홀’이라고 부른다. 바로 웅녀의 동굴이다.
지난 번 참가자들 중 두 명은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었다. 그들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우리는 자신의 특별함을 찾아가는 방법들에 대해 논의했다. 나는 먼저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4 가지 거울들을 사용해 보라고 권했다. 이번에는 우선 2 가지 거울들을 먼저 소개하고 다음에 다른 2 가지를 추가로 소개할까 한다.
1) 과거를 뒤져라.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그곳에서 지금의 나를 볼 수 있다. 먼저 3 페이지 정도의 개인사 (personal history)를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쉬운 작업이 아닐 지도 모른다. ‘자기’란 늘 솔직하게 대면하기 어려운 복잡한 것이고 양파와 같은 것이다. 아주 많은 심층적 껍질을 가지고 있고, 한 까풀을 벗길 때 마다 지독한 냄새 때문에 눈물을 쏟게 한다. 그러나 자신과 대면할 용기가 없으면 ‘나’는 나에게 영원한 수수께끼가 되고 만다.
특히 개인사를 써 볼 때, 두 가지 관점에서 기록해 보자. 먼저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정말 기억나는 칭찬 몇 가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까지 자신을 기쁘게 해 주었던 잊지 못할 칭찬 다섯 개를 찾아내 보자.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해준 칭찬이어도 좋고, 선생님이 놀라며 ‘너는 어쩌면 이렇게 잘하니’라고 칭찬 했던 그 일이어도 좋다. 이것을 찾아 내 ‘나를 기쁘게 한 다섯 가지의 칭찬들’이라고 불러 보자.
그리고 거꾸로 이번에는 ‘나를 부끄럽게 한 3 가지 사건들’을 찾아내 보자.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통증이 살아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그 사건들을 찾아 꼼꼼하게 기록해 보자.
그러면 이제 적어도 내 과거를 이루는 8가지 사건들에 대한 기록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이 8대 사건들은 좋던 싫던 내 정체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들이다. 이 속에서 나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면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 지, 내가 어떤 일에 쏠리고, 어떤 일을 싫어하고 피하려고 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라는 거울 속의 나,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정체성의 파편들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를 받아들이면 된다. 받아들이는 작업, 이것이 나를 이해하기 위해 넘어야할 첫 번 째 언덕이다 .
이때 조심해야할 것이 있다. 과거가 내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라는 생명체가 과거의 특별하고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일 뿐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다르게 반응하게 될 수 있으며, 스스로를 계발하면 더 현명하게 행동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과거가 내 모든 가능성을 말한다고 믿어서는 안된다. 과거라는 거울을 통한 성찰을 통해 ‘어제 보다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우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2) 부모님이라는 거울을 활용하라. 혹은 자식이라는 거울을 활용하라. 영화 ‘ 로드 투 퍼디션’ Road to Perdition 에 나를 빨아 당긴 아주 느리게 흐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나온다. 나는 그 표정들을 아직 기억한다. 대화를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략 다음과 같았던 것 같다..
아들: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어요. 형을 더 좋아하죠 ?
아버지; 그렇게 생각하니 ?
아들: 네, 나와 다르게 대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 너는 형보다 더 나를 닮았다.
그래서 그렇게 대한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다. ‘나를 더 닮았다는 것’. 그것이 모든 아버지들의 희망이고 절망이다. 나에게도 나를 닮은 딸이 있다. 얼핏얼핏 그 애 속에서 나의 단점을 볼 때마다, ‘바로 저것 때문에 내 인생이 얼마나 고달팠던가? ' 하는 생각이 들어 끔찍해지곤 한다. 부모가 되면 아이들의 장점 보다 단점들에 더 민감해 지게 마련이다. 그것 때문에 아이들에게 아픈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속에서 자신과 닮은 기질적 결핍을 보았을 때, 애타하는 것이다.
부모를 보면 그들 속에서 자신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기질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유전적 특성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속에 흐르는 유전적 유산, 이것은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단서이다.
그러나 이 거울도 역시 나를 보여주는 완벽한 거울은 아니다. DNA 가 인간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가지 요소를 함께 이해해야한다. 첫째는 환경이다. 강요된 환경에서 우리는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유로운 환경에서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둘째는 그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다. 성장해 온 사회 문화적 자양에 따라 개인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형성하게 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려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요소가 바로 유전적 기질과 재능이다. 타고난 것이지만 환경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는 다르게 마련이고, 그것을 보유한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사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도 다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피와 기질을 가지고 태어났는 지 그리고 그것들이 과거의 특정한 상황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과거를 뒤져 관찰하는 작업은 어렵고 지루한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명심하자.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나의 강점 나의 재능을 알지 못하고는 특별해 질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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