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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9일 09시 44분 등록
열정과 기질, 하워드 가드너, 북스넛, 이코노믹 리뷰, 2006년 12월

"과거는 더 이상 흥미 거리가 아니다. 나 자신을 베낄 바에야 차라리 남을 베끼겠다. 그러면 적어도 새로운 면을 추가할 테니까..... 화가란 결국 무엇인가 ? 다른 사람의 소장품에서 본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소장품으로 만들고 싶은 수집가 아니겠는가 ? 그렇게 시작하더라도 여기서 새로운 작품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 - 파블로 피카소, 본문 중에서


IQ가 높은 사람들은 지능이 보통인 사람보다 더 창조적일까 ?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이미 알려진 기존의 올바른 대응책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창조성이 높은 사람들은 기존의 방식을 피해 매우 유별나고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창조성과 지능은 어느 정도까지는 함께 간다. 그러나 IQ가 120 을 넘는 보통 사람인 경우, 지능지수와 창조성 지수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고 한다.

그동안 예술과 창조성은 비슷한 단어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반드시 이 단어들이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창조적인 사람이라도 모든 분야에서 다 창조적인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논리-수학 영역에서 창조적이다. 간디는 인간 친화 영역에서 창조적이다. 엘리엇은 언어에서, 프로이트는 자기성찰 영역에서, 스트라빈스키는 음약에서 창조적이다. 다시 말해서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 ’라는 질문보다는 ‘ 창조성은 어디에 있는가 ? ’ 라는 질문이 더 적절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창조성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 졌다. 한 천재가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르고 특이한가를 밝히는 특이성 연구 (idiographic)가 그 하나고, 여러 천재들의 공통점을 밝히는 공통성 연구 (nomothetic)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두 입장을 종합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업적을 만들어 낸 일곱 명의 창조자를 선택한 후, 이들 인물들의 특이성을 자세히 검토하고 그 속에서 ‘공통성’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 그는 ’개인 individual- 일 the work - 타인 other person‘ 이라는 창조성 소재 모형을 제시한다. 즉 개인은 어떤 분야에서 창조적인 대가가 될 소질을 타고 태어난다. 이 소질은 적절한 체험의 기회와 현장 속에서 강화되고 심화된다. 즉 교육, 훈련을 받고, 직업으로써 이 일을 매일 수련할 수 있게 되면서 창조성이 발현된다. 이 체험의 기회 속에서 타인을 만나게 된다. 가족, 친구, 스승, 경쟁자, 후원자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미있는 인간 관계가 형성될 때, 이 사람은 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인간으로 성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일-타인으로 이어지는 창조성 발현 과정을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자.

첫째, 한 개인은 자신의 속에 어떤 재능과 열정이 숨어 있는지 어떻게 알까 ? 현대 무용의 거장인 마사 그레이엄이 자신 속에 춤에 대한 열정과 재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 잊지 못할 장면을 소개해 보자.

1911년 4월 어느 날, 마사 그레이엄은 로스엔젤레스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국적인 춤을 추는 로스 세인트 데니스의 공연 포스터를 보고 있었다. 힌두교의 주신인 크리슈나의 연인인 라다로 분한 로스는 금빛 번쩍이는 팔찌를 끼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옥좌 모양의 단상에 책상다리로 앉아 있었다. 공연은 그녀의 혼을 온통 빼 놓았다. 다양한 여신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홀로 춤추며 무대를 휘어잡는 매혹적인 로스의 장엄하고 화려한 춤사위, 표정이 풍부한 눈 그리고 인상적인 모습은 그녀는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때 그녀는 자신의 내부에서 춤꾼으로서의 기질과 재능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내 운명은 결정되었다. 나는 여신처럼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

몇 년 후, 그녀는 스물 두 살이라는 무용가로서는 너무 늦은 나이에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속하게 자신의 분야를 마스터해 나갔다. 그녀는 정상에 올랐고, 누구도 아무것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 그녀는 단호하게 그녀의 길을 갔다.

그러나 재능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며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노력이 없는 재능은 나태한 것이다. 재능은 꽃필 현장을 필요로 한다. 일로 전환된 재능만이 성숙해 가고 그 분야를 빛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장면을 감상하자.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간디는 아직 별다른 특징이 없고 평범하고 결점이 많고 허둥대는 시시한 변호사에 불과했다. 어느 날 간디가 남아프리카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도중 나탈이라는 지역의 마리츠버그 역에 기차가 정차를 했다. 그 역에서 한 백인 남자가 타게 되었다. 이 백인은 유색인종과 같은 차를 타기를 거부했다. 승무원은 간디에게 3등칸으로 가라고 지시했다. 간디는 거부했다. 그러자 강제로 기차 밖으로 쫓겨났고, 추운 대합실에서 밤새 몸을 떨어야 했다. 추위에 떨면서 그 날 밤 그 대합실에서 간디는 남아프리카에서 인도인들이 3등 시민으로 부당한 대접받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그는 인도인들을 모으고 이 부당한 처우에 대해 집단적인 항의를 주도하게 되었다. 이것이 간디가 주도한 최초의 정치 운동이 되었다.

마리츠버그역 대합실에서의 하루 밤은 평범한 간디를 위대한 간디로 변하게 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새로운 탄생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 지 무슨 일을 해야하는 지 깨닫게 된 것이다. 추운 대합실이라는 최초의 현장이 그를 위대한 정치적 지도자로 만들어 낸 것이다.

자, 이제 3번째 질문을 하자. 창조성을 가진 사람이 그 능력을 발휘할 작업이나 현장을 가지게 되면 창조성은 십분 발휘되는 것일까 ? 저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건전한 경쟁자로서 또 타당한 비평가로서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도와주는 지원자의 존재가 창조성의 발현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피카소에게는 아직 어린 아이였을 때 화가로서의 천재성을 알아주고 적절한 교육을 시켜준 아버지가 있었고, 나중에는 함께 입체주의를 탐구해간 동료 화가인 조르쥬 브라크가 있었다. 엘리엇에게는 그의 탁월함에 훌륭한 비평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에즈라 파운드가 있었다. 마사 그레이엄에게는 루이스 호스트라는 훌륭한 동반자겸 스승이 존재했다. 만일 이들에게 건강한 비평가와 후원자로서 타인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그렇게 훌륭하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창조성이 어느 때 보다도 강조되는 시대다. 그러나 한 사회가 창조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수적임을 기억해야한다. 첫째는 개인이 어떤 분야에 창조성이 있는 지 알아내어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둘째는 지속적으로 그 분야에서 창조성을 발휘하고 키워 갈 수 있는 직업으로서의 현장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셋째로 일상에서 그들이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주는 사람과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 져야 한다. 말하자면 창조성이란 그것을 키워줄 수 있는 환경과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저자가 걱정한대로 이 책은 ‘창조성 일반에 대한 특성이 아니라 우리 시대 서양의 특징’ 에 국한된 연구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창조성 연구의 의미있는 필독서로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IP *.116.3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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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2006.12.24 07:25:56 *.173.139.94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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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6 13:17:15 *.212.217.154

창조성이란 어쩜,

'보다 자기다워짐' 의 다른말이 아닐까 해요.

다름을 위한 다름이 아닌, 내면에서 번져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따를때,

그것이 타인과 구별될 때 사람들은 '다르다'고 하지요.

그것이 바로 '창의' 란 말이겠지요.

어떻게 '창의'적일까 보다,

어떻게 '나다워'질까를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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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 19:54:23 *.212.217.154

우리나라 기업들의 '창의성'이

외국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들 말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경직성에 그 원인이 있지 싶습니다.


개개인으로 보자면 정말 대단한 인재들이 많지만,

그것을 발전시킬 시스템, 조직 문화가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지요.


외국이 부럽지 않은

창의적이고 열린 문화를 가진

기업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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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11:28:37 *.242.149.132

https://en.wikipedia.org/wiki/Ruth_St._Denis

루스 세인트 데니스


https://en.wikipedia.org/wiki/Martha_Graham

마사 그레이엄


어둠속에서 길을 잃을때면

언제나 선생님의 글이 바른 등불이 되어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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