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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3일 13시 46분 등록
50대 퇴직 후의 인생을 위한 준비, 에코노미스트

퇴직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간혹 사회와 자신 사이에 공적인 관계의 단절을 과장하여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현실적 수입의 감소로 돈이 줄면 용기도 줄어들고, 건강을 관리해야하는 시점이 되면 마음껏 호방한 생활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저런 일들이 불안을 가중시켜 불안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전에 싫어하거나 지루해했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 예를 들어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한 직장의 리듬과 일상의 대화 심지어는 동료들과의 말다툼조차 미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퇴직은 틀림없는 축복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모범과 더 많은 비영리적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 아름다운 인생의 오후다. 존경받는 좌장으로, 따르고 싶은 선배로, 무엇보다 스스로 돌이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의 성숙한 연장자가 되기 위해 몇 가지 챙겨야할 준비물들을 간단히 생각해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것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 오랫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공포에 대한 면역성을 키우고, 일중독증에서 벗어난 금단 현상 때문에 찾아오는 무기력증으로 부터의 안정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이 찾아 온 시기이기 때문에 이 자연스러운 선물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때는 취미가 최고다. 모든 사람이 다 하는 유행 같은 취미 말고, 살아오면서 바쁜 와중에도 얼핏얼핏 생각나던 꼭 해보고 싶었던 오랜 욕망, 분주한 일상 때문에 그저 가슴에 묻어 두었던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하고 싶은 일은 우선 우리를 흥분하게 하고 긴장하게 한다. 그리하여 차거운 육체를 뜨겁게하고 늘어진 정신을 조여준다. 바로 그런 취미에 홀딱 빠져들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내야 한다. 그 동안 자신과 가족을 위해 미친 듯이 앞 만보고 달려 온 인생이다. 나름대로 세속적 성공과 성취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외부와 타인의 인정보다 스스로의 인정이 필요하다. 좋은 삶 좋은 인생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가장 중요한 시점에 이른 셈이다.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타인’이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서는 내 삶의 보람과 의미가 찾아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돕고, 스스로 닮고 싶은 사람이 되는 봉사와 수련이 이 시기의 중요한 도전이다. 멀리 찾을 것 없다. 주위에 있는 5명 내외의 후배부터 나를 배우려하고 따르도록 만들 수 있으면 좋은 선배가 되는 것이다. 금전적인 도움보다는 그 동안 알고 있고 터득한 본업을 활용하여 몸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면 가장 유쾌하다.

셋째는 몸이 마음을 잘 쫒아 오도록 건강을 관리해 주는 것이다. 한때 아무렇게나 굴려도 무탈한 젊은 육체였지만 이제는 잘 다독거려 주어야 한다. 운동도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적당히 매일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못하면 일주일에 3번 이상 1 번에 1 시간 정도 하면 그것도 많이 도움을 준다. 가벼운 마라톤에서 반신욕까지, 등산에서 골프까지 자신에게 맞는 규칙적인 단련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넷째는 생활에 대한 태도를 밝게 하고 일상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요령 몇 가지를 터득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로부터 시작하라. 만일 저녁까지 그 일을 하지 못했다면 그 일을 마치고 자라. 잠의 품질이 떨어져 가는 시기에 최고의 수면제다. 또 하루에 한 번 작은 즐거운 일 하나를 만들어 내라. 언제 어디서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있게 마련이다. 편지, 꽃, 전화, 만남, 선물, 이 메일 등등. 이 방법을 터득하면 스스로 가장 잘 즐기는 유쾌한 방법 하나를 얻은 것이다. 또 일주일에 1번은 산에 가라. 이 날은 꼭 아내와 진한 사랑를 나누는 것이 좋다. 한국에 태어난 혜택은 산을 통해 자연을 만나고 그 정기를 받는 것이다.

끝으로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 인생이 다 지난 다음에 쓰면 뭘 하겠는가 ? 쓰다보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반성이 따르고, 더 좋은 일이 발견될 것이다. 그런 일들을 찾아 즐기다 보면 어느 때 보다도 풍요롭고 넉넉하고 자유로운 인생의 절정을 보내게 될 것이다.
IP *.229.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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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20:51:31 *.212.217.154

50.

요즘의 기준으로는

딱 삶의 절반.


이렇게 놓고보니 참 오묘한 숫자이다.

100은 너무 꽉 차보이고,

10은 너무 어리숙해.

그래 50이 삶의 어떤 터닝포인트로 손색없는 숫자이겠다.


나의 50.

그 아름다운 풍광을 한번 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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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2 10:12:20 *.212.217.154

50을 준비하는 40

내 삶의 새로운 도전.

그 첫 줄에서 이 글을 읽습니다.


2019년 새해,

선생님의 맑은 글을 등불삼아

저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려 합니다.

그래서 참 감사합니다,

가슴숙여 새해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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