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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7일 06시 29분 등록


   여행은 거울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 바로 그 외부에서 우리를 한번 비춰 보는 것이다. 한국말을 쓰지 않는 곳, 한국의 문화가 지배하지 않는 곳, 한국의 역사적 전통과 세계관이 지배하지 않는 곳에서 한국을 보는 것이다. 그들의 언어를 몰라도 좋다. 다만 그들의 행동을 더 잘 관찰하면 되니까. 아랍풍의 까페에 앉아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대화를 몇 시간이고 듣고 앉아 있는 것은 흥미롭다. 그들의 표정, 그들의 흥분상태, 미묘한 몸짓, 목소리의 변화를 훔쳐 볼 수 있다. 그것은 내가 그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국인을 그 고유한 환경 밖에서 그들의 눈과 감정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융은 이런 작업을 멋지게 자신의 연구 영역에 적용했다. 그는 튀니지에 갔다. 낙타를 타고 아랍인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해가 떠올라 햇살이 동산을 비치면 무에진(Muezzinㅡ회교의 기도사)이 아침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길게 퍼진다. 그 소리가 그의 가슴을 깊숙이 흔들어 놓는다.

그는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격정에 산다. 격정에 의해 삶이 영위된다. 그들의 의식은 성찰하지 않고, 내적인 충동과 격정에 따라 움직인다. 격정적이며 기분대로 살아가지만 생(生) 자체에 한층 더 다가가 있는 인간 존재가 우리 안에 있는 역사층에 강력한 암시를 준다. 그것은 우리가 겨우 빠져 나왔다고 생각하는 어린 시절의 낙원 같은 것이다. 어린이답다는 것은 유치하기 그지 없으나 그 순진성과 무의식성 덕분에 훨씬 더 자기의 이미지, 즉 꾸밈없는 전인격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사회의 기대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가 써야하는 페르소나, 즉 가면을 위하여 우리가 상실했던 우리의 인격의 한 조각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것은 그런 것이다. 유럽인들은 합리적 특성을 가지게 되었으나, 그것은 우월함이 아니다. 합리성이란 생의 열정을 희생한 댓가를 얻은 것이다. 그로 인해 원시적 인격은 지하세계로 떨어지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나는 오늘 생각한다. 그렇다. 여행을 떠나 그들의 삶을 본다는 것은 그들을 봄으로 나의 잊혀진 부분을 복원하는 것이다. 의식은 숨겨진 무의식을 알고 싶으나 이해할 수 없고, 무의식은 그것을 표현하고 싶은데 꿈 외에는 그 길을 찾기 어렵다. 나라 밖 여행은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 존재하는,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바로 그 인격을 발견해 보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는 행위다.

그렇구나. 여행은 꿈이구나. 꿈 속을 거닐지 못하면 여행이 아니구나.

IP *.160.3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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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10.07.07 12:09:50 *.153.252.66

사부님.
귀여운 여인입니다.
여행이 그러하고 삶이 그러하지 아니한지요.

아이들을 교육하기보다는 우리의 구미에 맛게  사육(?)하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으로
잠못이루는 때가 종종있습니다.

몇 일 전 큰맘먹고  비가 세차게 퍼붓는날  남양주 조안리까지 아이들을 데리고갔더랬지요.
어른들의 염려와는 달리 그들은 흙 속에서 뒹굴고  소 등에 올라타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비에 흠뻑 젖은 나무를 껴안고 놀기도 했습니다.
우산을 던지고 빗속에서 저도 아이들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뛰고 웃고 그리고 하나가 되었습니다.
비로소
아이는 아이들로 , 저 또한 정말 귀여운 여인이 되었어요.

아이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자랐으면 합니다.
열정을 쏟아 부어 서구인이 가진 합리성을 갖춘 사람보다
아프리카의 야생성을 간직한  그러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감사드리며  이 여름 건강하셔요.
정말 귀여운 여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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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
2010.07.08 00:53:16 *.148.194.195
사육은 참 온화한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폭행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의 행위가 눈 앞에서, 우리 옆에서 벌어지곤 하지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이 참으로 못나보일 때도 많지만, 권력(?)을 가진 부모들의 행동이 정말 처참하게 느껴질 때도 많지요.
부모들은 친구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부모가 이것을 부정하지만요.

부.모. 생각해 봐야할.. 곱씹어야 할.. 어쩌면 목숨까지 걸어 고민해야 할 단어 혹은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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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희
2010.07.09 14:29:27 *.74.8.156
야생의 아이, 본성 그대로를 간직한 아이.
아이 얘기가 나오니 제 딸과 어제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젠 아이를 좀 심하게 혼냈습니다.
저를 부모로 보지 않고 친구 정도로 보는 것 같아서요.
소통이 잘 되는 모녀지간이 되고 싶어서 편하게 대했더니...
존댓말을 쓰게 했으면 이러진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이 아이가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면 하면서도
혹여 사회에 적응 못하는 부적응자가 될까봐 염려하여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하는(모범생까지는 아니어도) 
바람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아이를 다그칩니다.
제가 똑바로 못하고 있으니 아이를 뭐라할 건 아닌데도요ㅜ.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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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berry online
2010.10.16 15:55:02 *.55.66.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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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12:47:13 *.95.1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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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11:13:04 *.139.108.199

여행이란 

깨어나서 꾸는 꿈이 아닐까 해요,

일상을 벗어나서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곳.

다음주면 저도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차분하고도 조금의 흥분이 몰려옵니다.

조심히, 즐겁게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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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0 18:16:27 *.212.217.154

혼자만의여행과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참 다른듯 합니다.


혼자서 낮선곶을 유영하듯 돌아다닐때 그 자유와 고독과 무한한 가능성의 희열들.

누군가와의 여행에서느끼는 안전함과 안정감,


그런데 저는 혼자만의 낮선 여정을 더 선호하나봅니다^^

안전감 있는 삶은 여행하지 않을때에도 마음껏 느낄수 있으니까요.


낮선땅 위에서 목적없이 표류하는 나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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