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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0일 11시 04분 등록

터닝 포인트- 인생의 코너를 도는 12 가지 방법
(2008년 12월 31일, 동아 비즈니스 첫 번째 기고문)

 평범한 사람은 늘 그렇게 평범하게 살다 죽을까 ? 세상의 모든 평범함이 만들어 놓은 그저 그런 삶, 그것이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일까 ? 그럴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살다 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우리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네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지 ? 혹시 네 평범함 속에 함성을 지르며 터져 나오려는 비범함이 잠재해 있는 지 어떻게 알 수 있지 ? "

그러면 수많은 대답들이 우리들의 평범함을 입증하기 위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아주 쉽지. 네 나이를 봐. 이미 시들고 있잖아 ? 네가 만일 위대함의 한 조각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이미 그 위대함을 시작했어야지. "

"네가 이룬 것을 봐. 아무 것도 없잖아 ? 그걸 위대하다고 부를 수 있어 ? "

"한 번도 미친 적이 없고, 한 번도 치열한 적이 없잖아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그렇게 쉽게 굴복하고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속의 비범함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언제고 시작해야한다고 믿는다.

 나는 20년 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첫 책을 쓰면서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났다. 첫 책을 손에 쥐는 순간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모든 감정이 무찔러 드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내 이름으로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구나’ 첫 책은 훌륭했다. 나를 위해 씩씩한 아이처럼 세상을 향해 마구 울어댔다. 나는 직장인에서 작가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세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범함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다. 나는 그 정의들 중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비범함은 천재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유일함이다. 천재가 아니어도 특별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유일한 특별함으로 자신의 생을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는 태어날 때 이미 비범하다. 사회화를 통해 비범이 평범함으로 바뀌게된다. 부모가 우리를 평범하게 하고 학교가 우리를 평범하게 하고, 종교와 법과 문화가 우리를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으로 살게 한다. 이때 쯤 되면 우리는 이미 자기 자신이 아니고 사회가 만들어낸 인물이 된다. 꿈조차도 우리의 것이 아니게 된다. 비범하게 인생을 시작했던 우리들은 그리하여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살게 된다. 살아 있으나 이미 그 인생 속에는 '내'가 들어 있지 않다. 결국 비범함이란 '자기 자신이 되어 자기다운 삶을 사는 특별함'을 의미한다.

 비범함이 천재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크기를 알고 싶어한다. 누구는 10 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자신은 겨우 1이나 2 만큼의 재능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주눅이 든다. 그리고 너무도 평범한 자신의 재능에 절망한다. 비범함은 타고난 재능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비범함의 기준이 재능의 크기에 달려 있다고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재능의 크기가 아니라 주어진 재능을 재대로 활용했는가의 여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주 작다해도 그것을 계발하여 모두 쓰고 간 사람들은 모두 비범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비범함의 기준은 '타고난 재능이 얼마이든 그것을 모두 쓰고 가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평범함으로 오염된 내 속에서 나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십분 계발하여 그것에 의지하여 독립적으로 살게 된다면 비범한 인생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이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것은 자질의 우열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자질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라고 즐겨 말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녀는 별로 뛰어난 문재(文才)를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균형잡힌 시각을 가진 지식인도 아니다. 지나치게 우경화되어 있고, 제국주의적 시각이 강해 강한자의 성취를 찬양하는 마키아벨리즘으로 무장되어 있는 그녀는 일본의 한국지배 역시 반성할 것이 없는 각자의 역사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그녀가 성공한 이유는 그녀다운 재능을 십분 계발하여 발휘한 탓이다. 그녀는 위대하지 않지만 비범하고, 천재적이지 못하지만 특별하다. 그녀의 성공은 대학을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옮겨가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고 독학으로 로마의 역사를 공부하던 그 초라하고 평범한 시절의 산물이다. 자신에게 주목하는 평범은 평범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잊혀진 자신의 비범으로 회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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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앞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으로의 복귀과정을 다루고 싶다. 어느 순간 인생의 코너를 돌다 우연히 마주 친 새로운 세계에 빠져 자신을 충분히 활용하는 인생으로 빠져든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삶들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싶다. 나는 기대한다. 어느 날 평범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한 사내가 자신의 길을 찾아 멀리 떠나고, 멀쩡하던 어느 여인이 문득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부의 북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하는 이 이상하고 매혹적인 과정을 공유해 보고 싶다. 평범함 속에 존재하는 비범함은 언제 어떻게 작동하게 될까 ? 이 작동의 원리가 궁금하다. 나는 이것을 '터닝 포인트'라고 부르고 '인생의 코너를 도는 12 가지 방법'이라는 부제로 시작해 볼까한다. 나는 이 아이디어에 흥분한다. 흥분없이 어찌 인생을 살랴.

IP *.160.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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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란
2009.01.10 15:19:06 *.143.170.4
정말 흥분되는 공유네요~^^
잠재된 내 재능을 발굴-육성-보급함으로써,,,,비범으로의 복귀~~~
....비범하게 될 미래의 나에 대한 믿음으로,,,
꾸준한 실천속에서,,, 흥겨운 여정을 떠나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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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1.10 17:30:45 *.209.32.129
소장님께서는 벌써 다음 책의 주제를 잡으셨나 봅니다.
오전까지 밭고랑에서 일하다가 오후에 애를 낳곤 했다는
우리 할머니들처럼,
차~~암 쑤욱쑤욱 잘도 낳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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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9.01.10 20:15:43 *.36.210.237
혹 하고 읽다가 읽는 동안 어느새 목이 메이고 목구멍이 아파옵니다. 묵직한 무엇이 가슴에 엉기면서 핑그르 눈물이 도네요. 낱낱이 흩어보면 싱겁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쓸 것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물론 한편으로 속정을 들어내고 유심히 바라보며 깊어지려는 노력이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어제보다 더 확실하게 이렇게 하겠다를 선언하고 뚜벅뚜벅 앞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이제는 먼 발치에서의 바라봄만이 아니라 우리와의 동행이라는 것을 비로소 섣불리 느낍니다. 올해는 더 깊어지고 더 많이 지켜보며 더 느끼시겠다고 하신 다짐이 고스란히 사실과 존재를 바탕으로 언어의 힘으로 또한 한 생명을 진정 일어서고 나아가게 하는 염원 담은 기운되어 멋지게 승화될 것을 믿습니다. 책이기 이전에 사람에게서 우러나온 것들 이라는 것을 아니까요. 그것은 우리들의 힘과 자랑이 아니라 앞으로도 오래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과 소망을 담은 낮은 다가섬이라는 것을 마음이 먼저 깊이 느낍니다. 새해에도 스스로의 계획을 선언하시어 언제나 건강하고 도움과 나눔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기운을 한 곳으로 모아가며 이곳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함께 하시려는 의지와 사랑이 가득 흘러넘치네요. 모쪼록 뜻하신 바 모두를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짠짜라잔!

* 글과 함께 올리시는 그림 좋아요. 인물 묘사며 배경 설정이 뛰어나시어 현장성과 상황들에 대한 이해와 추억으로 인해 더욱 재미나며 정말로 너무 똑같아서 빙그레 미소가 번지곤 한답니다.

미래 소년 코난은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었지만 변.경.연 사람들은 어려워도 힘들어도 항상 열심히 달려갈 뿐이네요. 나~안 변.경.연의 증인(역사)이고 책은 변.경.연 사람들(실체)일 뿐이고 발간된 순간 온 국민이 열광하여 대박났고 그래서 모두 모여 언제나 새록새록 기뻐할 뿐이고~ 모두가 하하하 호호호 짠짜라잔 짠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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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3 23:23:05 *.221.250.72
나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안에 어떤 비범함이 자리 잡고 있을까?
31일까지 기한이 잡혀 있는 연구원 도전기에 나는 혼자서 속수무책입니다.

하루종일 책을 읽고
아이가 2월28일까지 읽겠다는 책의 목록을 정리해 주고
그 목록안에 내가 느꼈던, 밑줄이 심하게 그어져 있는 그 부분부분들을 아이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결국은 써야 하고, 정리해야 하고 느껴야 하는데
저는 오늘도 여기 홈피에서 글만 읽고 있습니다.
터닝포인드-인생의 코너를 도는 12가지 방법안에 내 것은 또 얼마나 될까 싶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그림이 주는 느낌이 위의 써니님과 흡사합니다.

아무튼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마음의 위안을 얻고 갑니다.그래서 언제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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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C
2009.01.15 12:27:49 *.148.137.196
it's good words,

I'm on very very importent turning point thisdays,

so your says are very good for 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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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
2009.01.16 17:17:56 *.243.5.20
구선생님의 글을 읽고 덩달아 흥분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제 속에 있는 비범함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선생님의 글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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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15:06:14 *.212.217.154

예전에 이 글을 읽고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벌써 십년이 다 되어가는 기간이네요...

선생님의 글들이 없었다면 그런 도전을 할 수 있었을까요?

좋은 글과 생각으로 우리들을 북돋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저에게 다가오는 터닝포인트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마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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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 10:20:46 *.212.217.154

선생님의 글은

상처받은 마음을 안아주는 선물 같습니다.


최근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일들이 발생했지요,

제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고, 내 생각이 틀렸는지 잠시 의심도 했더랬죠.


하지만, 그럴때마다 저를 다잡아주는것이 선생님의 글입니다.

오늘, 저에게 꼭 필요한 말을 선물받아서 

너무나 기쁜 하루를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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