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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7일 06시 50분 등록

  밀물이 들어오면 과연 부두에 정박한 크고 작은 배들이 다 떠 오를까 ?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시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시장의 흐름을 방해 하지 않으면 더 역동적이고 부유한 사회가 되기 때문에'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 다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이 밀물 비유를 즐겨 썼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자유 시장 정책을 신봉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성장이 둔화되고, 불균형과 불안정이 심화되었다. 밀물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급격한 해일이 쳐들어와 배들은 엎어지고 좌초하고 사람들은 난민이 되었다. 대공황이후 역사상 두 번 째 경제위기인 2008년의 금융위기를 포함하여 크고 작은 금융 위기들은 모두 1980년 이후 진행되어 온 자유 시장 정책의 누적된 결과였다. 이 위기들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은폐되었다. 이 위기로 생긴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는 공공투자와 사회복지혜택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앞으로 인류는 도처에서 경제둔화, 빈곤과 불균형, 불안정과 싸울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매일을 살아야 하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자유 시장 경제는 어떤 치명적 불안과 위기를 가중시켰을까 ? 이 책을 쓴 저자의 눈으로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라는 가면 속 정체를 들여다보자. 우선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시작하자. 누가 이 이데올로기로 가장 덕을 보게 될까 ? 금융자산가들이다. 이들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가능해야한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안된다. 이들은 금융자산 보유자들이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 이동의 자유화가 이루어 져야한다. 금융 자산의 신속한 투자가 이루어져 단기 차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고용이 유연해야한다.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으면 구조조정이 더 쉬워져 당장 투자가를 위한 좋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한 직장인으로서 나에게 이러한 조건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 물가가 안정된다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 안정도의 가장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 과도한 정도가 아니라면 낮은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안정에 아무런 해가 없다. 물가상승률이 2%일 때에 비해 4%가 된다고 하여 우리의 삶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금융자산가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물가안정'에 집착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다. 반면 대규모 금융 쓰나미가 덮쳐 대출 받은 집이 반값이 되거나 압류를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 되는 것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 째 뒤흔드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는 투기 자본의 이동이 만들어 낸 금융 위기와 고용의 불안, 그리고 실업의 증가, 업무 강도의 증대는 모두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서 경제 효율성을 증대시키려는 의도로 노동 시장의 규제를 변화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정책들은 금융자산가들을 위한 것이지 경제의 안정을 갈구하는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저자의 시선이다.

   자유 시장 정책이 좋은 점도 주지 않을까 ? 예를 들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통해 경제의 정점에 있는 금융 자산가들이 돈을 많이 벌면 재투자가 일어나고, 경제 성장이 일어나고, 부의 불평등은 더 심화될지 모르나 그 혜택은 모든 대중에게 흘러 들어가 서로 그 열매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꼭대기에 물이 차면 그 물이 넘쳐 밑으로 흘러 내려 누구나 부를 나누어 즐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른바 자유시장 옹호가들이 주장하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다. 이런 기대 역시 천만의 말씀이다. 평직원 연봉의 300배 이상을 받는 미국과 영국의 경영자들의 부와 영향력은 늘어났지만, 직장인들에게 돌아 온 것은 고용의 불안정과 강도 높은 업무일 뿐이다. 부자들을 위한 정책들은 부자들을 더 큰 부자로 만들어 주었지만 그들의 늘어난 부가 투자로 '자유롭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위에 쌓여 있는 부가 밑으로 흘러내려 사회적 부로 공유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20여개의 선진 경제 부국들도 그냥 자유 시장 경제 속에서 잘 살게 된 것이 아니다. 부국이 되기 전까지 정부가 보호 무역주의로 자국의 유치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개입하고 지원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1980년 이후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한 선진국들은 성장력이 둔화되고 금융 위기 속에 치명적으로 노출되었지만,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통해 선진국들이 걸었던 길을 걸어 온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경제 규제 자체는 선악이 없다. 나쁜 규제는 나쁘고 좋은 규제는 좋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규제하는가의 문제지 모든 규제를 풀어 시장이라는 자유로운 메카니즘이 스스로 조율해 가도록 놓아주자는 주장은 허구일 뿐이다.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자유 시장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규정되는 '주장'인 것이다. 경제학은 물리학처럼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시장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특정 규제의 도입을 반대한다는 것은 그 규제를 통해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 자유 시장 옹호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행동할 뿐이다.

  이 책은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어 준다. 자유시장과 관련하여 우리가 당연하게 알고 있던 잘못된 경제 상식들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역사적 사례와 건강한 논리로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사고가 편향되어 있지 않고 열려 있으며, 자신의 길을 제대로 간 경제학자가 대중을 위해 대중의 언어로 쓴 멋진 대중경제학이다. 읽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장하준의 책을  읽고,  현대캐피탈 금융/경제 인사이드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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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4.07 08:19:22 *.30.254.21
우연의 일치?
어제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해서 40페이지 가량 읽고 있는데
사부님의 리뷰를 보게 되니, 찌끼뽕 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훌륭한 저자와 탁월한 책의 내용에 감탄했지만,
더불어, 책을 쓴다는 것의 의미,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마음 속에 묵직하게 다가오더군요.
요즘 계속 일기 리뷰 중인데
 열심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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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러프
2011.04.09 16:30:26 *.207.110.43
시장시스템이 해결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합니다.
시장이 만능이 아님을 알아야 하는데 시장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문제입니다.
이제는 정치적해법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자산(금융)경제 중심이 아닌 실물경제 중심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금융경제는  다 같이 공멸하는 길입니다.
일단은 부동산부터 잡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출과 부동산 이 쌍두마차로 경제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기에 이 체제가 한계에 달했습니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 시장을 국가에서 인위적으로 실행한 결과  20~30대는  자력으로는 주택을 소유 할 수 없습니다.
전체 노동자의 55%는 비정규직입니다. 고용구조를 파괴 한 후 주택 가격을 상승시켜 버리고 약탈적 대출로 노동자의 소득을 강제 징수하는 이 시스템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했으면 물가와 부동산은 잡아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입니다. 현 상태는 국가의 직무유기입니다. 이제는 전세대출을 이용하라 합니다.
이것은 국민을 거열형(사람의 사지를 소에 묶어 찢어 죽이는 형벌) 시키는 상태입니다.
노동자는 깊은 절망감을 안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노동소득으로 살 수 없고 불로소득을 꿈구며 살 수 밖에 없으며  건국 이후로 정치인과 관료들이 만들어 이 놓은 이 시스템을 보십시요. 대체 무엇이 정상이며 무엇이 비정상인지 구분이 가질 않습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경제 발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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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18:44:53 *.212.217.154

'경제학은 물리학같은 과학이 아닌 정치적 행위 이다.'

일전에 같은작가의 '경제학강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금융이 세계를 지바하는 이 시대를 바르게 이해하고 생각하는데 필요한 학자, 필요한 책이었습니다.

위에 소개시켜주신 책도 비슷한 맥락이겠지요,

시대를 온전히 바르게 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 힘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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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9 09:40:28 *.139.108.199

일년남짓 사이에 세상이 참 많이 변했음을 느낌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해 경고를 울리던 저자, 장하준교수.

지금은 장하준교수의 사촌형인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대한민국호의 키를 쥔 대통령 정책실장의 자리에 있다는 것이

그 상직적 의미이겠지요.


리더의 역할은 이렇듯이

한 나라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많큼 크다는 사실을 되세깁니다.


부디 올바른 가치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정책을 바꿔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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