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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19일 11시 01분 등록

경쟁에 대하여 ( LG 전자, 2004 .2 )


그리스인 헤시오도스의 ‘노동과 나날’ 에는 두 명의 불화의 여신이 등장한다. 한 여신은 끔찍한 불화와 전쟁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이 복수의 여신에게 두려운 존경을 표한다. 그러나 또 하나의 선한 불화의 여신은 인간과 대지를 위해 존재한다. 이 여신은 가난한 자가 부유한 자를 잘 지켜보고 있다가 얼른 그의 방식을 배워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도록 한다. 가난한 이웃은 번영하는 이웃과 경쟁한다. ‘도공은 도공을, 목공은 목공을, 거지는 거지를, 가수는 가수를 시기하고 원망한다’ 시기와 원망은 그러나 경쟁을 통해 서로를 발전시켜준다. 그래서 이 불화의 여신은 ‘착한’ 불화의 여신으로 불린다.

그들은 인간을 서로 적대적인 불화와 파멸의 전쟁 속으로 끌어들이는 여신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증오와 원망, 질투와 시기의 여신이라도 인간으로 하여금 파괴적 행동이 아니라 경쟁적 행동을 하도록 자극하는 여신은 선하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그리스인들은 서로 경쟁한다. 동시대의 인물들과 경쟁할 뿐 아니라 이미 죽은 자신의 선조하고도 경쟁했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과 함께 발전하지 못하고, 자신과 경쟁할 상대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재미있는 점은 자신의 성공이 너무나 뛰어나서 경쟁 상대를 잃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쟁할 인간이 사라지면 신과 경쟁해야 하는 데, 그렇게 되면 성공의 신으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과 인간 사이에는 따라잡을 수 없는 ‘무한의 거리’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간혹 어떤 사람들은 신과의 경쟁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비참함에 빠지곤 했다. 특히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여신들의 저주와 시기를 받아 불행한 운명에 처하게 되었던가 !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비결이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싶어한다. 그 비밀은 니체가 ‘아곤적 행동’이라고 말한 경쟁의 행동에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선조들과 경쟁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과 경쟁한다. 그리스인들은 이 경쟁의 힘을 ‘덕’(virtus)라고 불렀다. 이것은 기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금지의 미덕’이 아니라 ‘남성다움, 혹은 정력적 힘’을 상징했다.
경쟁은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경쟁은 승리를 즐기게 한다. 역사상 중요한 진보는 경쟁을 통해 만들어져왔다. 그러나 경쟁이 ‘ 진보를 위한 선의 의 힘’으로 작동하려면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안에 내재하는 경기의 룰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우리는 ‘오너스러운’ 승리자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룰이 지켜지지 않는 경쟁은 패자에게 상처를 주고, 승리의 환희를 퇴색시킨다. 경우에 따라 경쟁의 과정 전체가 몰수된다. 이 룰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윤리성이다. 기업의 윤리경영원칙과 더불어 개인의 윤리성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는 윤리라는 펜스의 밑바닥을 허물어뜨리는 경쟁의 냉혹한 속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승리는 많은 사람들은 망가뜨려 놓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승리는 다른 사람들의 불운한 실패를 필요로 하며 어떤 경우 우리는 자신의 승리보다 다른 사람의 시련을 더 즐긴다는 것도 잊어서도 안된다. 성공처럼 동료의 가슴에 적의를 심어 놓은 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우리가 째째해서가 아니라, ‘친구가 성공을 거둘 때마다 내 마음 속의 작은 무엇인가가 죽어간다는’ 고어 비달의 말이 당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지적인가 ? 이것이 우리다. 때때로 승리만한 패배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승리는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패배만이 우리가 무엇을 할 지 알게 해준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리하여 ‘승리는 결국 패배’라는 시몬느 보봐르의 말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경쟁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경쟁은 자신과의 경쟁이다. 즉 자신의 과거와의 경쟁이다. 자기와의 경쟁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 내는 것, 어제 가보지 못한 경지에 이르는 것,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 이것이 자신과의 경쟁의 하이라이트다. 바로 자기와의 싸움이며, 자기수련인 것이다. 모든 위대한 승리자들은 이 싸움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언제나 자기 자신을 겨냥하라. 이것이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요결이다.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보는 것은 세상과의 싸움을 의미한다. 생긴대로 사는 것은 처음에는 규제하고 강압하고 표준을 바라는 세상과의 싸움으로 다가 오게된다. 자신의 원칙이 통용되는 자신의 세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침범하려는 ‘일반의 세계, 군중의 세계’와의 오랜 싸움을 전제로 했다. 자신의 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갈등이 나를 키워주었다. 마음 속의 싸움을 통해 ,비록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싸움은 생각보다 나쁜 것이 아니었다.
IP *.229.1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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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6 10:34:38 *.212.217.154

어제의 나와의 경쟁,

승리는 결국 패배

살고 싶은대로 사는것.


가슴으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6.01.26 17:56:14 *.212.217.154

승리는 결국 패배,

실패에서 배울 것,

도전 없이 이룰 수 있는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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