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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9일 07시 51분 등록
직원을 더 열심히 더 효과적으로 일하게 하는 법, 보령제약 5월 , 2005

(이 컬럼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자신의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직원을 원하는 관리자에게 보내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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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긴 일을 꼼꼼히 해내고, 시키지 않은 일도 스스로 알아서 척척해 내면 얼마나 좋을까 ?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이 몸이 일일이 챙기고, 잔소리 해야 하니 나도 싫고 저도 싫은 일 아닌가 ? ’ 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략 모든 상사들의 마음이지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10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팀을 가정해 보면 그 중에서 이런 범위에 속하는 사람은 2-3 명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아요. 이 사람들은 언제 무슨 일을 시켜도 아주 잘해요. 그러니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지요. 수퍼스타들입니다.

나머지 5-6 명 정도는 시키는 일을 그럭저럭 해 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한 두 번 결함을 지적하고 조언해 주면 그런대로 일을 처리해 주는 그런 사람들이지요.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수준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1-2 명은 조금 문제가 있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아요. 골치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단 말입니다. 다른 부서에서 얼른 데려가 주면 참 고마울 것 같은 사람들이지만, 아무도 데려가려 하지 않으니 데리고 있어야 하고, 일을 맡기자니 불안한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더 많이 챙겨야 하고 더 잔소리를 해야 하거나, 아예 중요한 일을 좀 떼어 일 잘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지요. 이게 보통 상사가 보는 직원의 수준 분포도쯤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시선으로 보면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요. 아니, 관리하려하기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앞으로 관리자라는 말을 대체하는 다른 단어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관리자라는 말 속에 관리해야하는 사람과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 이분화 되잖아요 ? 이 ‘관리자’라는 단어가 바로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관계’를 전제한 단어가 아니란 말이지요.

누군가를 관리하려면 자연히 결함이 보이게 되어 있고 그걸 메꾸려면 간섭하게 되어 있고 간섭받으면 누구든 사기가 떨어져요. 악순환이지요. 그래서 그 반대편 지점에 있는 칭찬을 활용하고 싶지만, 잘하는 게 있어야 칭찬을 하지요. 관리자의 마음이 되어 관리하려면 잔소리가 되고, 결국 서로 못할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캐리어 스폰서’라는 말을 쓰고 싶어 합니다. 실제로 이 말을 쓰지 않더라도 이 뜻을 이해하고 활용하면 매우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캐리어 스폰서’라는 개념은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축구와 비유하면 일은 공이고 선수는 사람입니다. 공을 쫒아 다녀서는 골을 넣을 수가 없어요. 사람을 잡아야 그 공이 내게 되고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관리자라는 개념이 ‘일이 제대로 되도록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캐리어 스폰서는 ‘사람이 제대로 크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지원해 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정신적 자세가 바뀌고, 일에 대한 전문성의 정도가 달라지면, 그 일에 대한 성과 역시 달라지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는 전혀 자신의 기질이나 재능과 맞지 않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도 없고 성과도 못내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런 경우는 잔소리해 봤자 서로 평행선을 달려야하는 비극 밖에는 생기지 않아요. 모두 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잡히면 일이 잡혀요. 시간이 걸리고 우회하는 것 같지만 이게 옳은 방법입니다. 나무를 키우듯 해야 때가 되면 쓸 만한 인재들이 생겨나는 것이지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지 않은 것이지요.

‘캐리어 스폰서’는 사람을 키워 그 결과로 성과를 올리려는 마음가짐입니다. 도와 주려는 사람을 미워할 사람은 없어요. 장기적 안목으로 한 직원의 전체 경력을 함께 그리고, 그에게 적합한 일을 맡기고, 그 일에서 전문적 안목과 실행력을 가지게 도와주면 직장은 배움의 현장이 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가 되는 것입니다. 열정을 끌어 낼 수 있어요.

‘캐리어 스폰서’는 제도적으로 보완되면 더욱 좋겠지만 우선은 관리자들의 마음의 자세만으로도 훌륭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만 먼저 해 보세요.

1) 지금부터 일에 모든 시간을 쏟지 말고, 시간의 30% 이상을 사람에게 쏟으세요. 고충을 들어 주고, 관심사를 들어 주고, 일하는 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세요. 긴 안목으로 이 사람의 경력에 대해 의논하고 기회가 되면 꼭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세요.

바쁘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선 순위를 바꾸면 시간은 빠져 나와요.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 시간을 사람에 우선적으로 투자하세요. 든든한 지원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마음을 얻을 수 있어요. 마음을 얻어야 잔소리도 조언이 되고 충고가 되는 것입니다.

2) 일이란 일종의 수련 과정이라는 것을 주지시키세요. 어려운 것을 피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떼어주어서는 안돼요. 반드시 스스로 풀어 가도록 하세요. 일을 맡기기 불안하면 일의 한 부분을 떼어내 일 잘하는 수퍼스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참으세요. 그러면 두 사람 모두 잃어요.

수퍼스타는 일에 지치게 되어 다른 부서나 다른 직장으로 가고 싶어 할 것이고, 이 사람은 더욱 더 무능력한 상태에서 좌절하거나 불평불만에 빠지게 되겠지요. 반드시 스스로 ‘일 맛’을 느끼게 하세요. 그럼 달라져요.

먼저 스스로 리더가 되세요. 그건 스스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식 사회에서는 전문성이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전문성이 남을 이끌 수 있는 힘의 기초예요. 그 다음에는 함께 일할 사람을 키우세요. 함께 일하면 시너지가 생겨요.

일을 잡지 말고 사람을 잡아요. 일을 통해 스스로 단련하고 수련하게 하세요. 좋은 리더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음을 얻게 됩니다. 서로에게 동지가 생기는 것이지요. 관리자가 아니라 ‘캐리어 스폰서’라는 개념을 잊지 마세요.


IP *.229.1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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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2005.07.07 10:22:27 *.79.169.241
주옥같다는 말을 이럴때 쓰는구나... 싶습니다.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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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건빵
2005.07.15 10:42:48 *.253.60.34
힘들고 지칠때 마다...활력을 주는 글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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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소녀
2005.08.12 11:42:52 *.33.254.134
한 팀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동감할 수 있는 이야기네요.
더운 여름- 긴 생각을 할수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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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키
2005.09.28 09:36:19 *.254.121.182
캐리어 스폰서 정말 귀한말입니다. 다시한번 저의인생의 방침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관리자가 아니라 캐리어 스폰서의 역할을 하여야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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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9 21:42:08 *.212.217.154

일 보다 사람이 먼저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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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11:38:29 *.212.217.154

좋은 리더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이겠지요.

마음을 훔칠 수 있는 리더가 되기위해

오늘도 한걸음 두걸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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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4 16:01:09 *.167.231.26

그런 리더가 되도록 현재 마주친 문제를 피해선 안되겠네요. 

사람을 키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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