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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2일 20시 12분 등록
리더십은 '감정의 끈‘을 타고 흐른다
success story, 5월 2005

옛날에 중산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가신들을 불러 커다란 잔치를 벌였다. 이때 사마자기라는 사람도 초청을 받아 자리에 참석했다. 잔치는 풍성했고 여러 가지 음식들이 오고 갔다. 드디어 양고기국을 먹을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마침 국물이 부족하여 사마자기에게는 그 몫이 돌아가지 않았다. 사마자기는 이것이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고 여겼다. 마침내 중산군을 버리고 이웃 나라인 초나라로 가 그곳에서 벼슬을 했다. 그 후 그는 초나라 왕을 설득하여 중산군을 공격하게 했다. 중산군은 어려워 졌고 싸움에 져 피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젊은 형제 두 사람이 창을 들고 따르며 목숨을 걸고 중산군을 지켜주었다. 이상히 여겨 중산군은 그들에게 자신을 그토록 보호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저희 부친께서 아직 살아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부친이 배가 고파 쓰러져 있을 때, 중산군께서 친히 밥 한 덩이를 주셨습니다. 저희 부친은 그 찬 밥 한 덩이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부친께서 돌아 가실 때 우리에게 유언을 했습니다. 만일 중산군께서 어려운 일에 처하게 되면 목숨을 걸고 보답하라 이르셨습니다. ”

이 말을 듣고 중산군을 하늘을 보고 탄식하였다.

“ 타인에게 베푼다는 것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이 정말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원한을 사는 것 역시 크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한 그릇의 양고기 국물로 인하여 나라를 잃었고, 한 덩이의 찬밥 때문에 목숨을 구했구나”

‘전국책’(戰國策) 속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삶이란 오묘해서 살다보면 이런 일들이 적지 않다. 그때 마다 깨닫게 된다. 은혜와 원한 모두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음은 사소한 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의 의미를 감지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누군가의 상사라면 작은 일들에도 마음을 써 경계해야한다. 아니 작은 일을 통해 마음이 흐를 수 있는 통로를 찾아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겠다.

특히 냉소와 무시가 담긴 눈빛을 조심하라. ‘너는 아니야. 이 바보 같은 놈’ 하는 메시지를 전하지 마라. 그 눈빛을 받은 사람에게는 오래 동안 잊혀지지 않고 마음에 남아 있다. 원한과 복수로 남아 있을 때도 있고, 함께 하고 싶지 않은 거부감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눈빛으로 무언가를 느끼게 되면 그 느낌이 오래간다. 왜냐하면 마음 속 진심을 보았다고 믿기 쉽기 때문이다. 눈은 마음이 세상을 향해 열어 놓은 문과 같다.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상대방의 눈빛을 놓치려고 하지 않은 이유다. 눈빛은 깊게 찌른다. 그러므로 나쁜 감정을 의도적으로 눈빛으로 전하려 하지 마라. 반대로 눈빛 속에 정성을 담으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좋은 감정을 전해 줄 수 있다.

리프턴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통해 동질성을 확인’한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울타리를 허물거나 싸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타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둥지를 틀고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이 이루어지면 비로소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과 관련하여 또 이런 일도 있다.

장군 오기(吳起)가 중산국을 공격할 때, 한 병사가 심하게 다쳐 상처가 진무르고 고름이 나왔다. 오기는 그 병사의 고름을 자신의 입으로 빨아주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가 사람들 입을 타고 그 어머니에게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했다. 주위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물었다.

“장군이 당신 아들을 그처럼 아끼니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통곡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어머니가 말했다.

“ 오기 장군이 예전에도 그 아이 애비의 고름을 빨아 주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그 은혜를 잊지 못하고 장군을 위해 싸우다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 장군이 다시 내 아이의 고름을 빨아 주었다고 하니 이 아이 역시 생명을 걸고 장군을 위해 싸우다 죽고 말 것입니다. 아이를 잃고 어미가 어찌 울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

이 이야기는 ‘한비자’ 속에 나오는 이야기며 중산군 이야기 보다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속에서 어떤 패러독스를 느낀다. 병사를 아끼는 장군의 자세는 존경할 만하다. 이러한 장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하는 병사의 자세 역시 높이 사야한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 통곡하는 어머니 역시 너무도 안타깝다. 이런 패러독스들이 우리의 삶에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끈들 만들고 우리는 즐겨 이 끈에 묶이게 된다.

깊은 ‘감정의 끈’ 이야 말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준다. 감정의 끈으로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이번에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찾아보도록 하자.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태어나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자 단돈 20 달러와 코카콜라 주식 100주를 들고 쿠바를 떠난 고이주에타는 20년 만에 코카콜라 회장에 취임했다. 1981년의 일이다. 취임 후 4년이 지난 다음 99년간 지속되어 온 코카콜라의 맛을 새롭게 바꾸는 New Coke 혁명을 감행했다. 그리고 완벽하게 실패했다. 이 사례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서 세계 비즈니스 스쿨의 교재로 활용되곤 했다. 코카콜라는 New Coke 혁명후 3 개월 만에 원래의 맛으로 복귀했다. 실패의 원인은 철저히 분석되었다. 새로운 콜라의 맛은 고객들이 코카콜라에 기대한 그 맛이 아니었다. 고이주에타는 코카콜라가 단순한 음료수가 아니라 고객들과 단단한 ‘감정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게 되었다. 감정의 끈은 사람과 사람만을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물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후 그는 포도주 사업과 영화 산업에서 손을 떼고, 코카콜라에 집중했다.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사업에 전력투구하여 세계최고를 만드는 Best of Best 전략에 집중했다. 결국 그가 죽기 까지 코카콜라가 진출한 200 개의 국가 중 거의 전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 1 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좋은 리더는 이 ‘감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감정의 끈을 타고 서로의 감정이 교감되며 공감된다. 이 끈은 신뢰(trustworthiness) 라는 노끈으로 짜여져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창업자 허브 켈러허와 그 직원들은 이 감정의 끈을 타고 상대방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함께 놀고 되돌아 오곤 한다.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켈러허 회장이 그들에게 보여주는 믿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몇 십 년 동안 켈러허의 찬사를 들어온 직원들은 이번에는 반대로 회장을 칭찬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나름대로 감사를 표시하고 또 캘러허에게 깜작쇼를 벌이기 위하여 하나의 행사를 준비했다. 1994년 ‘보스의 날’에 맞추어 그들은 자비로 지에 허브 캘러허 회장을 칭송하는 광고를 실었다.

켈러허에게 보낸 직원의 편지

“감사합니다, 허브
우리 직원들 이름을 모두 기억해주신데 대하여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를 지원해주신데 대하여
추수감사절 날 수화물 적재를 손수 도와주신데 대하여
모든 사람에게 키스를 해주신데 대하여
우리의 말을 들어주신데 대하여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항공사를 경영해준데 대하여
우리의 휴일파티에서 노래 불러주신데 대하여
일 년에 딱 한 번 노래 불러주신데 대하여
직장에서 반바지와 운동화를 신게 해주신데 대하여
단 하나의 골프채로 ‘러브 클래식’에서 골프를 치게 해주신데 대하여
샘 도날드슨보다 더 말을 잘한데 대하여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사우스웨스트 본사에 출근하신데 대하여
회장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주신데 대하여.“

행복한 보스의 날엘 16,000명 직원 일동


당신이 이런 편지를 받았다면, 그것도 신문 광고라는 특별하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이런 편지를 받았다면, 그 날은 기분이 아주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훌륭한 추억이 되어 평생 기억될 것이고 어디서나 이야기 하고 싶은 일이 될 것이다. 더욱이 이 에피소드는 경영자와 직원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감정의 끈이 되어 서로를 묶어 줄 것이다.


해롤드 기닌은 ‘모든 조직은 두 개의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문서상의 조직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업내 구성원간의 일상적 관계다’ 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적 관계의 핵심이 바로 ‘감정의 끈’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공식적인 관계의 냉정한 형식성 속에 인간적인 신뢰들이 흐를 수 있도록 통로를 개설한다. 그리하여 경영 자체가 냉혹한 것이 아니라 뜨거운 것이 되게 한다.

직원들은 경영자에게 자신의 인생 일부를 맡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영자도 직원들에게 자신의 삶 일부를 맡기는 것이다. 서로의 삶에 대한 책임, 나는 이것이 신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오랫동안 서로를 이어주는 여러 가지 좋은 감정의 끈들로 짜여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그 실천에 있어 신뢰의 문제를 다룰 수 밖에 없다. 냉정하고 가혹하며, 권위를 세우고 무게를 잡아야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생명이 오가는 싸움터에서 훌륭한 장군들은 군사의 사기를 살피고, 그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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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
2005.07.06 13:56:02 *.79.171.205
너무 멋있는 말입니다. 저도 원장으로서 저와 함게 일하는 선생님들에게서 칭찬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칭찬해야겠군요.
고맙습니다. 일전에 자주 들리다... 바쁘단 핑계는 대지 않겠습니다.
다시 자주 오겠습니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서 다 한번에 읽을 수는 없겠으나, 올때마다 한 두가지씩 얻어가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쓰신 책... 화장실에서, 사무실에서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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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eHeart
2005.07.10 23:07:06 *.244.192.178
잘 읽었습니다. 특히 "냉소 무시의 눈빛을 조심하라" 는 말씀 항상 기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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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이
2011.05.03 23:40:35 *.81.110.165
이렇게 좋은 글로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알려주시니 감사,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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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09:11:04 *.126.113.216

감정의 끈.

뫼비우스의 띠 처럼, 서로 얽히고 설켜, 돌고도는 순환의 고리처럼 들립니다.

좋은 상사가 좋은 직원이 되고, 좋은 직원이 다시 좋은 상사가 될 수 있기를.

서로의 권위에 기대어 쌓는 모래성이 아닌,

서로의 신뢰 위에 튼튼히 쌓여 1000년을 가는 성이 되기를,

그런 선 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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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1 20:52:38 *.133.115.204

아이들에게 진로교육수업을 하러 다니고 있는데, 

교실에서도 감정의 끈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감정을 잘 살피고, 

그 감정들을 잘 어루어만지고, 함께 느끼고,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아직 저 스스로가 미숙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많지만, 

언젠가는 능숙하게 감정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좋은 감정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그런 강사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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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09:31:55 *.241.242.156

한마디 말로 원수가 되기도하고,

포근한 눈빛 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영리만을 쫒는 기업은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좋은가치를 느낄수있는 감각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지요.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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