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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4시 23분 등록
한국일보 2002년 1월 21일
구본형의 '삶을 경영하라'

[각종게이트를 보면서]


"뇌물은 받을수록 익숙해 지는 것입니다. 첫 뇌물은 담배한 갑이었습니다....그후 세월이 흘러 선물과 돈이 쏟아져 들어 왔을 때 정치를 잘한 보상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명절이나 아플 때 '친구들'이 돈을 건네 줄 때 뇌물이라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검거되고 나서야 뇌물이 나의 생활이 되어 있었으며, 직권을 남용했다는 잘못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비참한 말로가 관료들에게 교훈이 되기를 바랍니다"

2001년 10월 부시장등 23명과 함께 총 2억 위안의 대형 뇌물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은 중국의 선양시장 무쑤이신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한 말이다. 그는 명문 칭화대학 이공계를 졸업하고 능력과 성실함을 인정 받아 선양시장에 임명되었었다.

수많은 게이트들이 줄줄이 뉴스의 헤드가 되어 보도될 때, 우리는 '내'가 '도덕적 우리' 속에 있지 못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개인적 야망들만이 날뛰는 사회는 개인의 자기 실현에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공동의 선'을 파괴함으로써 개인적 번영의 토대 역시 궤멸시키고 만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최근 서울시내 10개 중고교생 1000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10명 중 9명은 '한국이 부패한 사회'라고 말했다. 한편 '뇌물을 써서라도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한 학생이 28.4%, '부정부패가 목격되어도 내게 손해가 되지 않으면 눈 감을 것'이라고 말한 학생은 33%에 달한다. 또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라고 답한 학생도 16%나 된다. 부패가 만연한 이유에 대해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답한 학생이 64%에 달했다.

조사기관에서 이 결과를 보고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다. 이들의 윤리 의식이 매우 심각하다. 이들을 위한 윤리 교육이 화급하다" 라고 해석했다.

윤리 교육은 학교에서 책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모범이 중요하다. 리더십은 모범이며 모범없는 감동은 없다. 감동이 없이 아이들을 교육할 수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거울 속의 대상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거울의 탓이 아니다. 거울을 닦아 보았자 거울 속의 대상이 예뻐지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닮고 싶은 것은 사회의 지도층들이다. 그들이 바로 아이들이 본받으려는 성공의 구체적 모습들이다. 그들이 부패하면 당연히 아이들이 부패한다.

아이들이 만들어갈 우리의 미래를 교정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부패를 성공으로 부터 확실하고 단호하게 분리시켜야한다.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청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확실한 게임의 룰을 가지고 있다. 부패를 안고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회의 지도층들은 '부패는 지극히 위험한 것이며, 거기에 연루되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부정과 부패의 연루'가 헤드라인이되고, 그것으로 부터 9시 뉴스가 시작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그러나 우선 더 많이 밝혀내고 더 철저히 응징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동거하는 부패를 '예외적 탐욕'으로 바꾸어 놓아야한다. '너도 받고 나도 받았는데 걸린 나만 재수 없는 놈'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부패를 세속적 성공으로 부터 격리시킬 수 없다.

두 번째는 법과 도덕으로 부터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도덕은 최소한의 공동가치이며 법은 최소한의 질서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기본일 뿐이다. 도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다움은 무한한 영역이다. 도덕이라는 '최소함'에 갇히지 말고 훨씬 더 멀리 가야한다. 아름다움은 '내 삶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도전이며, 열정이며, 영혼이며, 사랑이다. 그리고 평화다.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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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9 09:41:54 *.139.108.199

눈 덮인 들길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남긴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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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8 10:26:12 *.208.250.237

 "아름다움은 '내 삶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도전이며, 열정이며, 영혼이며, 사랑이다. 그리고 평화다"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오늘을 보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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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12:43:29 *.212.217.154

지금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비롯한

'삼성'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세력이 그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결국 부정으로 성장한 조직은

부정으로 멸망하겠지요.

그런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중의 하나가

삼성제품 불매운동이 될수 있습니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행동만이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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