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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0일 09시 42분 등록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월간 중앙, 2007년 6월
(어떻게 인재를 발견하고 육성하고 활용하는 지를 몸소 보여 준 최고의 국가 경영자의 인재 육성 등용법 )


‘적들이 나라의 해변과 국경을 제멋대로 침략하여 군민을 살해하고 부형을 잡아가고 그 집에 불을 질러 과부와 고아가 바다를 바라보고 우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벌어 졌다면 그 시대는 태평성대와는 거리가 먼 일일 것이다. 덩치가 너무 커 비교할 수도 없는 바로 옆 나라가 끊임없이 자기를 도와 파병을 하라고 다구치고, 국력을 다 바쳐도 어려운 병참을 제공하라고 윽박지르고, 해마다 흉년이 들어 그 백성이 흙을 파서 떡과 죽을 만들어 먹어야 했던 시절을 우리는 평화의 시대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조선조 최고의 전성기를 만들어 낸 인물이 우리 역사에 있다. 바로 세종이다. 세종의 치세에 이르러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우리 역사에 대거 출연하게 되는 데, 이 사람들이 다 어디에 있다 이 때 나타난 것일까 ? 세종이 신출귀몰한 술법을 써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인재들을 자신의 시대로 불러들인 것이 아니다. 모두 하나씩 조선의 국토를 뒤져내고 추천을 받아 찾아내고 육성하여 적재적소에 씀으로써 그 인재들이 환란을 이겨내고 문화와 과학의 극적 도약을 이루어 낼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세종이 어떻게 사람을 골라 썼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입문서다. ‘세종실록’을 기초 자료로 쓰고 있어 사실성을 높이고, 9명의 조선 정치가의 눈으로 세종을 바라보게 하여 다면적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는 점에서 쉽고 재미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세종의 인재등용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세종 29년 과거 문제에 최고의 답 글을 달아 장원 급제한 강희맹의 답안지를 들여다보자. 문제는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들여 쓰고 내치는 방도’에 대하여 논하라는 것이었다. 강희맹은 이렇게 썼다.

“ 이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全才)은 없다. 그러나 적합한 자리에 기용하면 누구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사람의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한다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그러므로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 것 ( 棄短錄長) 이 인재를 부리는 기본이다 이렇게 하면 ‘탐욕스러운 사람이든 청렴한 사람’이든 모두 부릴 수 있다. ”

강희맹은 먼저 인재를 분류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의 운명을 맡길만한 뛰어난 인재’와 반드시 ‘물리쳐야할 인재’를 구별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뛰어난 인재는 ‘오랑캐를 누를 만한 위엄을 가지고 있으나 늘 자신을 단속하는 사람, 마음에 중심을 세워 자질구레한 법도에 매이지 않는 사람, 충성과 의분이 격렬해서 나라가 위태로울 때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라고 기준을 정해 두었다. 또한 비록 재주가 있다하더라도 절대로 써서는 안되는 사람의 예로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밝히며, 끊임없이 재물을 긁어 들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 를 들며 이런 사람들은 그 재주가 뛰어나도 중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재물을 밝히면 정의를 해치게 되고, 여색을 탐하면 지켜야할 예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나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데려다 써도 좋은 인재로 성장할 수 없다. 데려다 쓰면 결국 조직을 망치는 ‘독충’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분류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은 ‘교화’하여 적합한 곳에 적합한 방식으로 쓰게 되면 모두 훌륭히 자신의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운 것은 없지만 정직한 사람은 그 정직함을 쓰고, 탐욕스럽지만 견문이 넓고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은 그 넓음을 쓰고, 일 벌리기를 좋아하여 경박하지만 일처리에 능한 사람은 그 능함을 쓰면 된다는 것이다. 모두 그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니 사람을 제대로 써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강희맹의 이야기는 단순히 인재등용에 대한 이론이 아니었다, 실제로 세종이 통치 과정에서 써 왔던 방식이었던 것이다. 세종은 재주 있는 사람은 문벌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중용했다. 황희는 서얼 출신이었고, 장영실은 부산 지역의 관노였고, 최윤덕은 한미한 무관이어 배운 것이 적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황희에게서는 인재를 알아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빌려 썼고, 장영실에게서는 과학적 천재성을 빌려왔고, 박연에게는 나라의 기본음인 황종음을 발견해 내게 하고, 성삼문 신숙주들로 하여금 나라의 글인 한글을 만들어 내게 하여 중국과의 문화 경쟁에서 조선의 차별성을 확보하게 했다. 배움이 적은 최윤덕의 무용을 높이 사서 김종서와 함께 북방을 안정시킨 것은 모두 그 강점을 빌어 적재적소에 그들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유난히 세종 조에 인재가 많은 것은 모두 이 때문이다.

이 책은 탁월한 인재 경영의 훌륭한 대가로서의 세종의 일면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세종을 이해하는 역사서로서 그리고 그의 인재 경영의 탁월성을 되집어 보게 하는 쉽고 단단한 책이다. 경영을 배우기 위해 잭 웰치를 보고 피터 드러커에만 의존할 이유는 없다. 국가의 경영을 위해 워렌 베니스의 책이나 하워드 가드너의 책 속에 등장하는 세계적 리더들만 바라볼 이유도 없다.

결국 좋은 인재란 부끄러움을 알아 스스로 근신할 줄 알고, 늘 배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지금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리더가 되려면 사람들의 강점을 발견하고 적합한 현장을 제공하여 성과를 내게 하고, 단점과 모자람을 그 공적과 성과로 덮어 그들은 빛나게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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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0 15:29:05 *.212.217.154

세상 모든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쓸모가 있는법이겠지요.

숨겨진 그들의 능력을 발견해 내는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으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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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10:03:03 *.212.217.154

사람을 들이고 쓰는것이

모든것의 시작입니다.

적절한 사람을 골라낼 줄 아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나올수 없는것이지요.


리더 또한, HR이라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고

인재에 대한 통찰을 단련해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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