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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5일 16시 41분 등록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 장파(張法)지음, 푸른숲

20세기를 보내며, 보고 가야할 책 한 권이 있다. 나도 언젠가 이만한 책 한 권을 쓰고 싶다. 저자인 장파는 중국 인민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고 공교롭게 나와 동갑이다. 나는 평생 쉬엄쉬엄 이 책을 뒤적이며 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많은 아름답고 중요한 인용들이 가득하여 지루하지 않다. 우연한 장소에서 한 사람을 만나 그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는 데, 마음에 맺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것과 같다. 웬일인지 모르지만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나를 따라 걷게 한다.
웬일일까? 왜 마음이 편안해질까 ?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 이런 것 같다. 날 때부터 우리는 자기다운 것을 가지고 세상에 온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늘 마음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며, 그들을 닮아 가지만 원래 타고 난 것과 외부로부터 강제된 것 사이에 불편한 긴장과 갈등이 상존한다. 그리고 이것들은 알 수 없는 불안과 족쇄, 그리고 무력한 절망의 모습으로 마음의 그늘 속에 숨어있다. 이 책은 밀폐된 마음의 공간에 촛불을 하나 씩 하나 씩 켜간다. 조금 지나 그윽한 빛이 마음의 방안에 가득해진다. 우리는 어둠 속에 숨어있던 자신의 방에 소년다운 호기심과 은밀한 밀실의 편안함으로 되돌아 올 수 있게 된다.
도대체 그는 무슨 짓을 한 것일까 ? 그는 서양과 동양을 비교했고 자신의 밖과 안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창문을 열고 커튼을 걷었다. 혹은 내면의 불을 밝혔다. 서양과 동양은 이렇게 다르다. 모두 빛에 대한 것이지만 하나는 밖으로부터 빛을 얻고 또 하나는 안으로부터 빛을 얻는다. 예를 들어 서양의 화가는 감각이 이끄는 대로 풍경을 마주하고 화폭에 옮겨 그린다. 전통적인 동양의 화가는 '마음에 잘 쌓아두었다가, 한참 익은 후에 그린다'.
21세기 경영의 키워드는 인간이다. 인간을 다루는 테크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개인으로부터 가치를 이끌어내는 일이 경영의 요체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영은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함께 만날 수 있는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물건을 만들어 내다 파는 것이 경영이 아니다. 그 시대는 지나갔다. 마음을 전하는 것이 경영이다. 보편적 문화와 정신을 담은 제품과 서비스만이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 책은 장사꾼이 아니라 경영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새로운 천년기의 문턱에서 볼만한 인문서이다.
동아일보 -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알랜 B. 치넨/ 이나미 역 / 황금가지)

혹시 점쟁이를 찾아가려고 마음먹은 적이 있는가? 사랑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는 일마다 되는 일이 없을 때,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데 불안할 때 신령한 신탁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이다. 이 책에는 서른이 넘어 젊지도 늙지도 않은 중년을 위한 족집게 점괘들이 쫙 깔려 있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듣듯 빠져들다 보면 어느 새, '어머, 어머', '아이고, 저런' 하게 된다. 그대를 현명하게 하는 전문가의 책이다.
서른이 넘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대강 알게되면, 자잘한 일상의 잡동사니들과 걱정들이 밀려들지만 벗어 날 묘책이 없어 답답하다. 결혼은 했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하다 보니 '양 어깨에 짐을 가득 지고 가는 당나귀'처럼 인생은 고달프다. 어쩌다 갖게 되는 내적 성찰의 기회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젊은 날의 주술과 마법을 상실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절망한다.
그러나 마법의 상실은 슬픈 것만은 아니다.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마법이 사라진 후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은 '일'이다. 어느 요정이 밤사이에 몰래 와서 산더미 같은 일을 처리해 주고 가는 것이 아니니 내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 중년이 되면 이제 마법의 왕국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삶 속에 들어 와 살게된다.
마법은 그러나 상실되어 없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적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서 가족으로 또 다음 세대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로 옮겨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중년의 미덕은 기본적으로 베품의 미덕이다. 이것은 곧 각자의 작업과 일에 대한 헌신이다. 헌신이 곧 개인적 만족을 대신하게 된다. 칼 융은 "나는 젊음을 지배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성숙되기도 해야한다"라고 말한다. 마법과 주술을 잃은 그대에게 찾아 온 두 번 째의 인생에서의 화두는 바로 '성숙'이다.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다. 마치 좋은 의사에게서 심리 치료를 받은 것처럼. 혹은 신령한 주술사의 굿거리를 받은 것처럼. 하여 자신을 좀 더 잘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재미있고 쉽고 좋은 책이다.

IP *.208.14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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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4 15:10:28 *.212.217.154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오늘은 첫번째 책인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이라는 책이 매력적이네요,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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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9 10:18:03 *.212.217.154

동양과 서양, 그리고 중년의 맛과 멋.

모두가 이질적으로 들리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위의 말씀중에 첫번째 책의 구절이 좋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이해하고 보편적 문화 서비스를 나의 제품에 담아낼 때,

비지니스는 스스로 빛을내며 성장할 수 있겠지요.


오늘도 가슴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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