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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6일 15시 09분 등록
금연으로 본 변화의 기술 - 결핵협회, 2004

담배 한 번 끊어 보자. 아랫배를 넣고 옆구리 살을 줄여보자. 하루에 한 시간씩 가장 순도 높은 시간을 빼내 나를 위해 투자해 보자. 그러나 이런 괜찮은 결심들은 대체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 담배가 끊기 어렵지만, 암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는 금연이란 너무도 쉬운 일이다. 금연이라는 동일한 목표가 어떤 때는 어렵고 어떤 때는 쉬운 것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일까 ?

변화는 즐길만한 과제다. 그러나 불행한 사람들의 주제다. 여기에 숨겨진 진실이 있다. 절실하게 불행을 감지한 사람들만이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의 태반은 절박하게 스스로의 현재에 불만을 느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흡연자가 만일 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담배를 끊을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 담배를 그만 피우라고 말하면 대단히 불쾌해 진다. 누군가 담배가 해롭다는 증거를 들이대면 스스로 준비한 반론을 들이댄다. 우리 삼촌은 하루에 두 갑을 피우는 골초인데 아흔이 넘은 지금도 생생해. 담배가 폐암을 불러온다고 하지만 그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야. 아마 사람에게 그런 실험 결과가 나타나려면 하루에 10갑은 피워야할 걸. 이런 종류의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담배를 끊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사람을 강제로 담배를 끊게 할 방법은 특별한 방법이 없다. 사회적 압력- 예를 들어 금연빌딩을 늘여가거나 식당의 흡연구역을 확대하거나 공공장소의 흡연을 금하는- 에 의해 흡연 자체가 불편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혹은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건강에 미치는 간접흡연효과를 인식시켜 베란다로 흡연을 국한시키는 정도에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골초들은 즐겨 그런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아내가 남편에게 금연을 새해의 약속으로 받아 낸다해도 성공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약속의 파기는 의지박약으로 몰릴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 !

변화는 외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의 ‘각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흡연이라는 지금의 습관을 ‘문제있는 행동’ 으로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다., 합리화를 버리고 흡연의 해악을 통렬하게 인식하게 되는 작업이 바로 금연의 기틀을 이루게 된다. 변화경영에서는 이것을 ‘의식의 지평이 확산’되었다고 부른다. 이쯤 되면 변화를 위한 심사숙고 단계에 이른 셈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 이른 사람들 다수도 금연에 실패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이때는 흡연이라는 달콤한 적과 치루어야할 어려운 싸움에 대한 전략과 전술의 부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어려운 전투에 준비 없이 뛰어든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때는 싸우면 지게 되어 있다. 그리하여 의지 박약에 대한 민망함과 실패가 주는 의기소침의 이중고를 겪게된다.

일단 마음이 금연을 결정하게 되면 적합한 준비단계에 착수하는 것이 좋다. 이때 가장 많이 쓰이는 기술적 방법의 첫 번째가 바로 정서적으로 교전의지를 돋구는 것이다. 이성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정서적 각성’(emotional arousal)이다. 흡연과 관련된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주일씨의 마지막 모습, 검게 변한 자신의 폐 사진등은 정서적 각성을 도와주는 악세사리들이다. 두 번째 쓸 수 있는 기술이 타인에게 자신의 계획을 공시하는 것인데 이것을 변화경영에서는 ‘공개약속’(commitment) 라고 부른다. 금연의 시작일을 정하고 그날을 하나의 기념비적인 날로 공표하고 금연 자체를 즐거운 게임으로 끌고 가는 것은 괜찮은 생각이다.

금연의 날을 선포하면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드디어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 쓸 수 있는 기술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유혹에게 한방 먹이는 법’(countering) 이다. 즉 유혹이 생기면 그 유혹에 카운터 펀치를 먹이는 것인데,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혹을 뿌리치는 몇 가지 방식을 정해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때마다 아내에게 전화를 하던가 사무실 계단을 1층까지 내려갔다 다시 걸어 오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는 이완작용도 많은 도움을 준다. 가볍고 짧은 명상이나 가벼운 스트레치등이다. 세 번째 기술이 회피하는 방법이다. 담배를 끊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실험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의지력의 실험은 아니니까. 담배와 재떨이를 다 버리고, 흡연자 동료와 점심 식사 후 흡연장소에 동석하지 않는 것 역시 괜찮은 회피법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다지기 과정이다. 금연의 고비를 넘기는데 일단 성공하게 되면 영원히 이 냄새나는 습관으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다. 이 다지기 과정을 못 견디면 더 골초로 환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이어트의 요요현상이다. 과거로 복귀하지 않으려면 역시 몇 가지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담배를 자극하는 술자리를 줄이는 것은 초기 정착단계를 도와준다. 두 번째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시작하여 흡연의 대칭점에 훨씬 훌륭한 대안물을 만들어 내면 흡연욕구는 점점 더 초라한 욕망으로 전락하고 만다. 세 번째 쓸 수 있는 기술은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술자리를 줄이고 담배 값으로 나갈 돈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신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다. 한 달은 버틴 기념이고 두 달을 잘 지낸 기념으로 말이다. 이 돈으로 아주 좋은 등산 자켓을 산다든지 좋은 조깅화를 산다든지 하면 금연 대신 시작한 운동을 더 잘 빛낼 수 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담배에 대한 유혹이 사라지면 이 금연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종료되는 것이다. 굿바이 시가레트.

모든 변화는 일련의 논리적 흐름을 타고 진행된다. 무관심 단계에서 의식의 고양 단계로 넘어가 변화를 심사숙고하게 되고 준비단계를 거쳐 실행단계로 진입한다. 실행에 일차적으로 성공하면 새로운 질서를 유지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일상에 정착되면 그때 비로소 변화의 프로젝트는 종결된다. 어떤 변화든지 적절한 단계와 기술을 적용한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아직도 담배를 피운다면 금연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비흡연자라면 뱃살 줄이기 프로젝트를 한번 시도해 볼만하다. 담배도 안피우고, 이미 날씬한 사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로운 습관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이미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1년후 유창한 영어 구사력을 갖는다는 목표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세상은 넓고 도전할 것은 많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를 변화시켜 이루려고 하는 변화 프로젝트도 수없이 많다. 부디 한 가지를 당장 실험해 보아 변화의 기술을 터득하길 바란다.
IP *.229.14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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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욱
2007.06.29 05:32:44 *.29.194.88
존경하는 구본형 선생님!
항상, 좋은 감사합니다.

이 좋은 글, 좋은 곳으로 실어 나르겠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이 아침에 이 글을 문뜩 선택했는데
너무 좋네요.

건강하세요.
프로필 이미지
2017.02.17 12:28:11 *.139.108.199

무수히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도전을 재미로써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고통이 즐거움으로 바뀌지 않을까?

또 고통스러움을 견디면서 지속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절실하지 않다는 것이니까.


절실하면 통할 것이다.

내면의 욕망을 따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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