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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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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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8일 23시 23분 등록

숲속의 벤치에 드러 누웠다. 하늘 끝까지 뻗은 듯한 편백 나무 잎사귀들 사이로 하늘을 본다.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바삐 걸을 때는 몰랐다. 내게도 하늘이 있다는 것을...

어느날 발길을 다른 쪽으로 옮겼다. 숲에 들어와 흙을 밟고 나무를 만지고 숲내음을 맡는다.

그제서야 가려진 잎새들 사이로 살짝 보인 하늘...

하늘에 미쳤다. 그 잎새들을 다 쳐내고 하늘을 맘껏 보고 싶었다.

서둘렀다. 그리고 지쳤다.


하늘은 도달하는 곳이 아니다.

걸어야 한다. 이 숲길을 걸어야 한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 소리도, 시냇물도 험한 바위도 즐겨라. 동료가 있으면 그 또한 좋다. 간간히 비치는 파란 하늘도, 별이 비치는 밤하늘도, 때로는 구름 하나하나도 즐기며 걷자.

걸음걸이에 신경을 쓰자. 좋은 등산화를 신고 젖은 양말도 갈아주자.
비가 오는 날은 우비도 준비하자.

어느덧 산의 정상에 다다랐다.
눈 앞에 펼쳐진 하늘과 숲을 보는 시간...
알게 되는 시간...
 
산길을 올라온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내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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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2 02:07:41 *.206.92.188

<Ganadi 052 : 12.02/21>

 

반년 넘게 공을 들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몇년간은 이 프로젝트로 회사의 구성원들이 살아가겠지.

예전 초창기 시절 입찰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보다 다이나믹함도, 감흥도 줄었지만 또다른 의미를 찾아 즐거이 진행했던 일이다.  

 

그나저나 다른 업무로 한숨 돌리고 나니 이 시간이다.

나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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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3 15:54:08 *.136.209.2

<Ganadi 053 : 12.02/22>

 

그녀는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굳혔다. 굳게 다문 입술, 두 손을 모은 다소곳한 자세, 나를 바라보는 차분한 시선...온 몸으로 그 결심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결심을 존중한다.  그녀 가슴에 파문이 일었고 그 파문으로 인하여 회사를 계속해서 다니든, 회사를 그만두던지, 그 어떤 결심도 존중받고 지원되어야 마땅하다.

 

그녀의 결심을 듣고, 존중한다는 나의 의사를 표현한 뒤에도 우리는 꽤 긴 시간 애기를 나누었다. 문득 이런 애기를 들려주었다.

 

"전 지금 이 회사를, 이 일을 그만둔다 하더라도 미련이나 후회가 없어요.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 아니에요. 지긋지긋해서도 아니에요. 나는 Cool하지 못 해요.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니는데 왜 화를 내거나 분노하면서 내 감정을 소모해"라며 간지나게 애기하지 못 해요. 태도가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Any Given sunday의 알 파치노의 대사처럼 inch by inch, play by play.....1inch 전진하면 그 다음 1inch가 보일거라 생각했어요.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내 노력의 결과를 못 본 상태였어요. 두려웠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 내가 바라던 결과는 통상적인 남들의 그것과는 좀 틀렸던 듯 해요.)   

 

이윽고 제로에서 시작해 새로운 비지니스가 탄생하는 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그 모든 곳에 제가 있었어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시간이 있습니다. 내가 가진 100%를 걸었던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았어요"

 

그녀에게 이 이야기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를 향한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도 하다. 

 

다음날, 우리는 다시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굳이 서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나의 이야기가 그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음을... 그녀가 온 몸으로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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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6 22:15:44 *.206.92.188

<Ganadi 054 : 12.02/23>


나무는 무사히 작업실에 도착...


하지만 나는 집에 무사히 도착...


아...감기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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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6 22:18:41 *.206.92.188

<Ganadi 055 : 12.02/24>


첫번째 작품은 계속 진행하면서 두번째 작품 컨셉 잡기...


책상 앞 벽에는 포스트잇 너머로 뛰쳐나오지 못 한 아이디어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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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6 22:22:36 *.206.92.188

<Ganadi 056 : 12.02/25>


첫 졸작의 작업에 들어갔다. 말만 거창할 뿐 오늘 일은 4면 대패가 되어진 원목을 집성하는 일이다. 판을 만드는 일반적인 집성은 아니다. 접합면의 아래위를 골고루 바르고 클램프로 이중삼중으로 죄어 둔다.


정작 시간이 많이 걸린 일은 우드펜, 사진 스탠드 2종류 등의 작업이었다. 이번에 작업하면 5월 까지는 졸업작품 이외에는 손 대지 않으리라.


 

사진1.JPG


 

어느새 새벽 1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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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6 22:29:26 *.206.92.188

<Ganadi 057 : 12.02/26>


이미 벌어진 2가지 실수...


계획을 좀 더 면밀히 세웠으면 피할 수 있었던 2가지 실수...


그럼에도 지금 하길 잘 한 2가지 실수...


다음주를 기대하자..


  p.s :  안전목공의 올바른 자세


 

사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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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8 07:35:26 *.136.209.2

<Ganadi 058 : 12.02/27>

 

월요일부터 출장이다.

 

머리 속 수련...주말에 생각한 두번째 작품 아이디어 심화 작업 중...

 

(아이디어에 무언가를 더 가져다 붙이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지는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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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4 21:25:32 *.206.92.188

<Ganadi 059 : 12.03/01>


매우...많이...해매고 있다. 처음이라 그런 것일까...


아침 나절...만들고 있던 작품을 들고 조명 가게로 향했다. 디자인 작업도 가능하다는 가게이다.

몇가지를 상담하고 내 물건의 몇가지 수정할 부분을 듣고 목공 사부 작업실로 향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가공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실제 가공을 들어갔다. 새로운 기술 몇가지를 더 배웠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 모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집으로 갈려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11시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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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4 21:32:20 *.206.92.188

<Ganadi 060 : 12.03/02>


어느 책에선가 읽은 문장이 잊혀지지 않는다.


"유능한 상사들은 시간과 싸우지 않는다."


이 문장 하나가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원목을 잘라 집성에 들어갔다. 집성을 빨리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접착제를 보통 것보다 좋은 것을 쓰면 된다. 잘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클램프를 좋은 것을 사서 올바른 방법과 요령으로 집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는 싸우지 않아야 한다. 예정보다 지연되었다고 하여, 스케줄이 변경되었다고 하여 시간과 싸울 수는 없다.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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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4 21:39:23 *.206.92.188

<Ganadi 061 : 12.03/03>


눈물이 계속 흐른다. 팔은 계속 가렵다. 보호경과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착용했음에도 알르레기 반응은 멈추지 않는다. 작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없던 반응들이다. 한번 심하게 몸이 아픈 뒤로 작업실에 오면 일어나는 알르레기 반응들... 그 간 꽤나 몸이 좋아져 한동안 잠잠했는데 이번주 몸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힘이 든다.


 그럼에도 달려야 한다.


사진(4).jpg 


말 달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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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23:53:37 *.206.92.188

<Ganadi 062 : 12.03/04>


아내를 위한 선물... 반지고리...


벚나무...시간이 갈수록 붉어지는 그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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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00:42:42 *.206.92.188

<Ganadi 063 : 12.03/05>

 

"사용자 경험 스케치" 읽는 중...

 

어째... 가구 디자인에 도움이 될까하여 산 책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엉뚱한 곳으로 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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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00:48:21 *.206.92.188

<Ganadi 064 : 12.03/06>

 

여전히 "사용자 경험 스케치" 읽는 중...

양산 제품 디자인으로 애기가 치우치고 있다.

 

문득 아내와 나눈 이야기가 떠 오른다.

나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Needs 보다는 개인화된 Needs를 훨씬 잘 파악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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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18:54:59 *.136.209.2

<Ganadi 065 : 12.03/07>

 

내 상반신만한 목물(木物)을 목선반에 걸어 회전 가공... 이렇게 큰 목물은 처음이라 상당히 긴장된다.

 

나무의 집성에 매우 주의를 기울였다. 무거운 목물을 고정하는 특수핀을 사용한다. 다른 쪽 면에도 고정을 시키기 위하여 판재를 붙였다. 몇번이나 부속 장치들을 죄고 느슨하지 않은지 점검한다. 제대로 보호장비를 갖추었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잘 버티어 줄 수 있을까?

 

회전하는 목물에 칼을 집어넣는 순간, '탕','탕'거리며 빠르게 회전하는 목물의 모서리가 칼과 부딪히며 칼을 심하게 밀어낸다. 그렇게 밀어내기를 몇번...힘으로 버티자 목물을 정확하게 고정하고자 붙여 놓은 판자가 덩어리째 뜯거져 나와 나에게로 날라온다. 또 그렇게 버티기를 몇 번... 칼날을 보니 심한 마찰로 어느새 날이 무디어져 있다.

 

긴장된 작업... 이 크고 무거운 덩어리가 혹시라도 회전하다 혹시라도 나에게로 날라오면 어쩌나...몇번이나 심호흡을 한다. 식은 땀이 어느새 얼굴을 축축히 젖신다.

.

.

.

.

.

.

세상엔 아무도 없다. 불빛도, 소리도 없고 시간도 없다. 오로지 내 앞의 회전하는 목물이라는 대상과 칼을 움켜쥐고 있는 나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자신의 모양을 차분히 드러내고 멈춰 있는 목물이 눈에 들어온다. 목물의 외부의 형태를 잡는 1차 작업이 끝났다.

 

작업에서 깨어나 만족감과 안도감, 성취감을 느끼기 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듯...

 

 

 

 

p.s 다음부터는 내가 안 하고 돈이 들더라도 외주 주고 말테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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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11:22:08 *.136.209.2

<Ganadi 066 : 12.03/08>

 

가구 학교 정규 미팅... 제작 방법에 대한 토론이 매주 목요일에 있다.

 

제작 방법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제작 과정에 대한 토론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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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2 17:48:44 *.136.209.2

<Ganadi 067 : 12.03/09>

 

우드펜을 주문한 진홍이가 집을 방문했다. 그의 즐거운 이야기와 우드펜에 대한 침 튀기는 감탄(?)를 듣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월요편지에 소개된 그의 아내를 글이 떠올라 만든 반지 고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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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펜에 만족해하던 그가 반지고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뜨뜸미지근하다. 이것이 뭐 하는 물건인지 마음에 안 와 닿은 듯...

 

자신은 5년 동안 단 한번도 설겆이를 한 적이 없다며 과일 깍고 설겆이하는 나를 보며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글렀다'고 안타까워 하는 그가 반지고리를 어떻게 아내에게 전해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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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11:11:09 *.136.209.2

<Ganadi 068 : 12.03/10>

 

일년 반을 기다렸다. 인연의 시작은 어느 순간 갑작스레 찾아왔으나 인연의 결실은 숙성을 필요로 한다. 기다렸던 나무를 제재하려 그 분의 제재소로 향했다.

 

나무의 겉은 세월과 같이 했으나 나무의 속은 붉디 붉게 진하게 살아 세월을 이겨낸다.

 

 사진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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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21:54:45 *.206.92.188

<Ganadi 069 : 12.03/11>


 체력을 많이 소진한 모양이다. 꼼짝 못 하고 침대에 뒹굴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파란 햇살 스케치북에 제 꼴을 집어넣고 싶어하는 아파트를 멍하니 바라본다.


이것은... 풍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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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4 18:51:57 *.136.209.2

<Ganadi 070 : 12.03/12>

 

두번째 졸작의 모델링 작업 중...

계속되는 스케치... 가득 가득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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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5 15:43:38 *.136.209.2

<Ganadi 071 : 12.03/13>

 

변화는 주위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퇴근길 집으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다 순간적으로 중얼거린다.

 

'내가 아직 한참이나 모자라구나'

 

끝도 없이 실력과 아는 것이 없으면 내가 얼마나 차 있는지 얼마나 모자란지도 모른다.

 

주위의 변화에 내가 얼마나 더 채워야 하는지를 일순간 알게 된다.

 

지난 몇년간 꽤 괴로웠음에도 성급하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큰 선택이었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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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10:19:20 *.136.209.2

<Ganadi 072 : 12.03/14>

 

Vectorworks로 두번째 졸업작품의 모델링... 옆에서 공부하던 아내에게 3D 그래픽을 보여준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하다.

'이런 이런... '

 

모든 이가 디자인을 원한다.

 

어떤 이는 팔리는 디자인을 원한다.

어떤 이는 기능에 촛점을 맞춘 디자인을 원한다.

또 다른 이는 조형에 촛점을 맞춘 디자인을 원한다.

 

위의 문장들은 올바르게 성립하는 문장들일까?

나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문장이 아닐까?

 

나는 소박하게(?) 아내가 어여뻐하는 디자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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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 12:59:03 *.136.209.2

<Ganadi 073 : 12.03/15>

 

Allergy... 외부 자극에 대한 면역 체계의 과민 반응 ...환자의 혈청 속에는 여러 원인으로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존재하여 발병한다.

 

아이러니하다. 내가 좋아 미칠 것 같은 나무가 나한테는 독이라니... ㅋㅋㅋ

 

일주일간 목공 작업을 멈추고 디자인과 스케치에 집중했다.

 

그리고 학교로 향했다. 동기형의 커다란 약봉지가 눈 앞에 보인다.

 

"형... 무슨 약 봉지인데 이렇게 커?"

 

질문은 받은 동기형은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쓰고 작업실로 들어가며....

 

"응 몸이 안 좋아서 병원 갔는데 알레르기 검사 받았더니 웬만한 나무에는 알레르기가 다 있어서 약 먹고 있어. 나 작업 들어간다~"

 

OH!   YOU W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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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0 23:39:55 *.206.92.188

<Ganadi 074 : 12.03/16>


 두번째 졸작의 모델에 대해 진행을 교수님께 여쭈었다. 작은 축소 모델을 찬찬히 보시던 교수님이 1:1  Mock up을 진행하라 하신다. 내가 만든 형태는 눈의 착시 현상으로 인해서 축소 모형과 실제 모형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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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0 23:45:44 *.206.92.188

<Ganadi 075 : 12.03/17>


일정한 맛과 일정한 양, 그리고 일정한 시간으로 요리할 수 있다면 음식점을 차릴 수 있는 필요조건은 맞출 수 있으리라.


작품의 완성을 예상한대로 맞출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봄이 다가오는 토요일의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작업실로 향한다.

오늘은 마지막 부품을 완성할 수 있겠지.


작업을 시작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은 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사단이 난 것을 깨닫는다.


어디 공기 좋은 곳에 가 이 마음을 좀 달래다 와야 하나.


문 밖의 햇살 좋은 세상은 학생들의 웃음 소리와 들뜬 분위기로 가득하다.


좋은 날이다.


작업할 목물을 둘러메고 목공 사부 공방으로 향한다.


날은 점점 푸르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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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2:55:16 *.136.209.2

<Ganadi 075 : 12.03/18>

 

저녁 8시... 불행히도 아직까지 작업을 못 하고 있다.

 

어제 작업하던 목물은 편심이 걸린 것도 모르고 작업하다 아예 못 쓰게 되어 버렸다. 어젯밤 급히 새롭게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번에 혼자서 작업하던 때와는 달리 목공 사부의 조언과 시범 아래 다시 접목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오늘 클래픔로 채워 둔 목물을 풀고 가공 작업에 들어가야 하건만 기계가 고장이다. 별의별 수를 다 써 보지만 목선반이 꼼짝을 하지 않는다. 이 정도 크기와 무게의 목물을 정밀하게 돌릴 수 있는 기계는 흔치 않다.

 

어쩌면 일요일만큼은 다가오는 봄을 축복하라는 메세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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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2:57:37 *.136.209.2

<Ganadi 076 : 12.03/19>

 

작업할 목물은 사부님 작업실에, 두번째 졸작의 구상은 스케치 북에, 도구들은 개봉도 못 한 체 박스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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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2:59:30 *.136.209.2

<Ganadi 077 : 12.03/20>

 

수십 가지의 모델 이미지를 그려서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몇가지를 골라 보라고...

 

그것들로 1:5 모델 작업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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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3:01:17 *.136.209.2

<Ganadi 078 : 12.03/21>

 

컨디션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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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7 13:07:06 *.136.209.2

<Ganadi 079 : 12.03/22>

 

1:5 모델 작업중... 완성하고 나서도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역시 1:1 목업까지 가야 알겠구나.

 

 mock.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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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9 12:44:28 *.136.209.2

<Ganadi 080 : 12.04/09>

 

바쁘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내일 다시 해외 출장...

 

시간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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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 12:47:42 *.136.209.2

<Ganadi 080 : 12.04/17>

 

U자 라인이 아닌 일자로 길게 늘어선 제조 라인... 이미 오래전부터 생산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공장 부지를 여유있게 준비했다는 애기다. 사람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간혹 지나가는 생산기술 담당자들... 그 제조 라인에는 로봇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라인은 아예 그 로봇들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 두 걸음...라인을 따라 걸으며 내 발자국 수를 잰다. 성인의 평균 보폭은 0.7m...발자국 수와 보폭을 계산하면 대략적인 제조 라인의 길이가 나온다. 길이가 나오면 대략적인 투자 비용을 가늠할 수 있다.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생산 capa, 각 공정마다의 검사 항목, 라인 특징을 물어본다. 보틀렉은 없을까? 문득 책 한권이 떠 오른다.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골드렛은 지인의 부탁으로 생산 공장의 효율화를 주제로 한 The goal 이라는 소설을 써 제약조건이론을 세상에 알렸다.

 

자연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는 제조 공장... 예전...나는 여기서 교외의 숲길을 걸을 때와 마찬가지로 감탄을 금하지 못 했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보면 꽃 한송이 한송이에도 감탄과 이야기가 있듯이 이 삭막해 보이는 곳에도 경이로움이 있었다.

 

지금... 다시 여기서 보고 있어도 보지 못 하고 느낄려고 해도 느끼지 못 하는 것은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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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4 11:25:59 *.136.209.2

<Ganadi 081 : 12.04/20>

 

귀국 후 오랜만에 학교로 향한다. 졸업이 다가오고 있다. 꿈을 찾은 것은 2009년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 꿈을 놓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졸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즐거이 하던 이 공부가 노동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몸은 피곤하다.


이 생활에 지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편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편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물을 정도로 내 상태는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럭저럭 시간에 맞추어 회사에 도착한다. (과거 엄청 일 할때는 지각 대장이었다.) 중요한 일 몇가지를 콕 집어 하다보면 하루가 간다. 퇴근하여 책을 읽거나 아내와 이야기 하다보면 어느새 곤히 잠자리에 든다. 편안하다. 하지만 오늘을 잘 보냈다는 개운함도 내일에 대한 흥분도 없다.


과연 편하기 때문에 그럴까? 편하기 때문에 지치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 일상에 급속도로 흥미를 잃어가는 것일까?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4시간'의 저자처럼 훌쩍 무인도로 떠나 버릴까? 세계 일주를 해 버릴까? ('어디 싹수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기꺼이 허하겠지만 당체 지금 당신의 상태를 봐서는...'라는 말과 함께 결국 아내의 재가는 받지 못 한다.)


어떻게 해야 이 앞뒤가 꽉막힌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시 물어본다. 과연 편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된 것일까?


출장 갔던 짐에서 우산을 꺼내다 벚꽃 하나를 발견한다. 출장 내내 현지에서 비가 왔는데 비에 떨어진 벗꽃 하나가 우산에 살포시 내려앉아 그 곳의 봄을 여기까지 전하러 왔나 보다.


초속 5 cm... 어느 에니메이션의 제목이기도 하고 벚꽃이 바람에 떨어지는 속도이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봄을 알리다 한 순간 지는 벚꽃... 많은 이들은 활짝 피어있는 벚꽃에 취한다. 지는 벚꽃에 취하는 이는 몇이나 있을까? 벚꽃에게 의지가 있다면 초속 5cm로 떨어지는 벚꽃은 무엇을 생각하며 떨어질까? 결국 떨어질 시기가 되었다는 순리를 따랐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내 우산에 어떻게든 내려앉자 여기까지 따라 올려는 욕심이 있었을까? 


욕심...내 욕심은 무엇인가? 떨어지며 나를 따라가고 싶다는 벚꽃의 욕심보다 내 욕심은 소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욕심이 욕심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거의 나를 버리지 못 하고 경쟁할려고 하고, 꿈을 꿈으로 바라보지 못 하고 내 앞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 되었든 잘 해 낼려고 하는 나... 욕심에 가득차 있는 나... 그 섣부른 욕심이 나를 지치게 한다. 서둘러 가본 미래에 꿈이 아닌 욕심을 심고 키워내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기란 싶지 않다. 이미 내 꿈과 뒤범벅이 되어 나 스스로 쉽게 구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운이 좋다. 내게는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시간이 있다. 그네들과의 특별할 것 없는 (?) 어울림 속에서 나는 다시 꿈과 욕심을 구별해 낼 수 있으리라. (위와 같은 깨우침을 진작에 대화로 알려준 아내에게 감사하는 바이다.)



4월 28일...꿈벗 소풍... 나는 그 시간, 그 곳, 그 사람들이 있는 간이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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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5 16:56:35 *.136.209.2

<Ganadi 082 : 12.04/21>

 

궁수가 재미로 화살을 쏠 때에는

그의 온 기술을 다해서 쏘게 된다.

만일 그가 청동으로 된 상패를 얻기 위해서 활을 쏜다면

그는 어느새 신경이 예민해진다.

더 나아가 만일 그가 금상을 받기 위해 활을 쏜다면

그는 눈이 멀게 된다.

아니면 두 개의 과녁을 본다

그는 그의 마음에서 이미 빗나가 있다.

 

그의 기술은 변함이 없으나 상이 그를 분열시킨다

그는 근심한다

그는 활 잘 쏘는 일보다 이기는 일을 더 많이 생각한다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그의 진정한 힘을

고갈시켜버린다

 

이겨야 할 필요는 곧 그대가

어느 누구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증명방법은

다른 이들의 눈 속에서 증명하는 것이다

그들의 눈이 그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장자 도를 말하다 중 - 이겨야 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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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7 14:21:31 *.136.209.2

<Ganadi 083 : 12.05/07>

 

과다한 아드레날린이라고 해야 할까?

환희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열정인가?

 

몇칠간의 휴가에 오로지 졸업 작품에만 매달린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작업을 했건만 피곤을 느끼지 못 하고 오히려 정체모를 흥분이 온 몸에 흐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주체하기 힘들어 버스조차 타기 힘들다.

집까지 뛰기로 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고 잠을 이룰 수 없다.

작은 방에 틀어 박혀 작은 목업을 만들기 시작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시계가 어느새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다. 오로지 몰입...

그런 몇일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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