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꿈벗

‘나를

2013년 2월 7일 16시 08분 등록

어린 시절 아버지는 공장일로 항상 바쁘셨습니다. 8살 차이의 형은 입시생으로 3수까지해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엄마와 두 누나, 그리고 막내만이 집에 가족의 전부라 느껴질만큼 아버지와 형의 부재기간은 상당히 길었습니다. 그래서 어린시절을 여자들 틈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어린 여자아이처럼 쉽게 웃고, 삐치고, 울며 자랐습니다.

 

눈물이 참 많습니다. 눈물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DNA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가족중에 우는 사람은 엄마와 저밖에 없었습니다. 엄마도 막내로 자라 여리지않나 싶습니다.

 

늙으면 눈물이 많아 진다고 합니다. 내일 모레 마흔이지만 30대 청춘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봄에는 이화의 청결함과 복사의 담홍빛에 제주 푸른바다의 망중한에 강렬한 노란 단풍의 도도와 외로움으로 영롱한 빛의 눈꽃, 이 모든 현상과 사물이 눈물을 자아냅니다. 영화 레미제라블은 노래 제목처럼 눈물로 시를 쓰고도 남을만큼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펑펑 울지 않았지만 산속 깊은 샘물이 고요히 솟아나는 것처럼 쉴새없이 흘렸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로만 알고 있던 I dream a dream이라는 노래가 그리도 슬프고 울분 터지는 내용인줄 모르고 있던 제 자신의 무지를 포함해 인간의 사랑, 죽음, 오만, 책임, 후회, 종교, 신의 존재가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을 훔칠 여력도 없었습니다. 우두둑 대나무 숲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도 아름다워 울고 전남 고흥의 고금도 충무사의 가묘에서 제안의 영웅 앞에서도 울었습니다. 만화를 보다가도 울고, 글을 쓰다가도 울었습니다.

 

최근에는 노래가 하고 싶어 노래하는 이들 때문에도 눈물을 흘립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작은 소리까지 깊은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그들의 소리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들에게 보이는 간절함이 제게는 잊혀진 꿈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내가 언제 저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무언가에 열중해 본 적이 있는가? 저 어린 친구들도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데 기댈 언덕이 생겼다는 저만의 착각으로 고민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자책도 많이 하게 됩니다.

 

 

참 눈물 흘릴일도 많지요? 하지만 지금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으려 합니다. 흐르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안의 앙금이 씼겨 나간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힐링의 방법 중 하나가 울음이라면 그 울음을 더 안으려 합니다. 울고 싶을때 우는 것도 행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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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7 15:43:06 *.41.83.203

나이 들 수록 민감해지는 걸까요? 순수한 마음으로 감정이입이 잘 된다는 것은 굿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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