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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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2013년 4월 17일 23시 50분 등록

사부님!
병진입니다.

 

잘 도착하셨는지, 가시는 길에 활짝 핀 벚꽃 구경하고 가셨는지 궁금 합니다.

 

보셨겠지만, 사부님을 모시는 길에 위패를 들었습니다. 연구원 중 한 분이 들었어야 하는데 우연치 않게 제가 들게 되었습니다.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걸 알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위패를 꼭 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제 마음 이해해 주시리라 감히 생각 합니다.

 

사부님 돌아가신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성모병원에 네 번 다녀왔습니다. 토요일에 찾아 뵙기 전에 아내와 함께 펑펑 울었습니다. 애비가 우는게 안타까웠는지 일요일에 나설 때는 여섯 살 딸녀석이 '너무 많이 울지는 마!'라며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참 이쁘지요? ^^ 월요일에는 출근 하자마자 팀장에게 얘기 했습니다. '내일 휴가 좀 쓰겠습니다' 라구요. 밑도 끝도 없이 휴가를 내 달라고 한 어처구니 없는 영혼의 기운이 이상 했는지 팀장은 아무 망설임 없이 '그래!'라고 답했습니다. 오전에 다시 찾아가 자초지정을 설명 했습니다. 막무가내 막가파는 아니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화요일에 집을 나섰는데, 집 앞에 핀 목련이 눈에 띄게 꽃망울을 자랑했습니다. 작년 봄 소풍 기억 나세요? 사부님 모시고 신해 누나랑 승완, 현민과 꽉막힌 지방도로를 가다가 '이화길'이라는 푯말을 보고 제가 사부님께 여쭈었었습니다. '들어 갈까요?' 사부님은 '가보자!!'라며 맞장구를 쳐 주셨습니다. 이화와 복사를 보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사진으로 담지 않아 아쉽지만 동행했던 이들에게는 마음속에 담겨진 한 장의 기억입니다.

 

사부님은 가을 소풍때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용규 형님께 가던 중 길을 잘 못 들어 헤매다가 화려한 노랑을 자랑하던 단풍나무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 단풍은 붉은 녀석이 최고로 알았는데 영롱할 정도로 짙은 노랑이 제 마음을 사로 잡았었습니다. 올 가을에는 그 단풍나무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었어요. 그러려면 다시 길을 잃고 헤매야 하겠지만요.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승완이네 신혼집에 들려서 초보 주부의 맛깔난 음식도 기억 나시죠? 용서 고속도로를 타고 양재에 도착 할 때 쯤부터 사부님은 저보다 더 수다쟁이셨어요. 제가 피곤해 보였는지, 걱정이 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부님이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해 주실줄은 몰랐습니다. 사실은 무지 피곤 했었습니다. 전 날 밤샘 작업을 했거든요. 그때 경영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도 컨설팅을 했었지만, 컨설팅이 아닌 정치를 위한 아웃풋이 싫었다'고 말입니다. 경영에 관심은 있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가 없어지는 이유는 차이는 있지만 사부님과 같은 생각 입니다.

  

 

오늘은 이만큼만 말씀 드릴께요.

 

다음에는 9살 아들녀석 자랑을 하겠습니다. 참 웃기기도 하지만 대견 합니다. 제 아들 기억 나시죠? 큰 따님 결혼 하던 날 사부님이 힘껏 안아 주셨거든요. 지금은 기억 못 하지만 아들녀석도 사부님에게 홀딱 반했었거든요.

 

다음주에 인사 드리겠습니다.

IP *.47.5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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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00:13:09 *.10.141.4

병진아..

 

그래..다음주에도 추억을 나누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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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21:42:05 *.223.53.234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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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09:21:31 *.70.45.49

스승님과 함께한 내 첫 소풍이자 마지막 소풍이 된 작년 봄, 그 아름답게 피어난 복숭아꽃 풍경은 우리들 마음 속에만 남아있네요. 그 때, 일본에서 갓 돌아와 적응 못하던 제게 손잡아 이끌어 주셨어요. 스승님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밝은 제 모습은 어디를 헤매고 있을지... 공부한다는 핑계로 빼먹은 가을 소풍, 너무도 큰 회한으로 남습니다. 올 봄 소풍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래도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란걸 기억해요. 스승님이 남기신 많은 유산들이 있잖아요. 책이 있고, 팟캐스트를 통해 목소리 들을 수 있고, 가장 소중한 유산인 우리들-꿈벗이 있어요. 병진씨, 다음 편지 기다릴게요. 그리고 고마워요. 봄소풍 추억할 수 있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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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21:43:55 *.223.53.234

다음 주에는 잘써야겠어요. 읽어 주시는분이 계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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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18:03:12 *.30.254.29

병진아.

 

니 글을 읽으니

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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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21:49:10 *.223.53.234

울고 웃으면서 썼어요.

많은 눈물이 날까봐 자신 없었는데, 미소가 더 많이 났던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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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9 14:06:52 *.136.209.2

병진형~  성우에요...

형... 고마워~

난 도저히 글 못 쓰고 있는데... 눈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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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9 17:20:21 *.242.48.3

내가 고맙지...

그대 보자마자 터진 생각이 난다...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려는 중이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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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9 13:59:10 *.176.221.180

그대야, 여러모로 마니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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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30 16:16:43 *.70.30.140

같은 마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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